[게임 만평] 북미 게임 업계 반발한 '망 중립성' 폐지, 미국 상원 무효화 법안 통과

송경민 기자

기사입력 2018-05-21 08:58





미국 연방 통신위원회(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 FCC)가 지난해 12월 14일 결의하고 올해 4월 23일부터 효력을 발휘한 '망 중립성(Network Neutrality)' 폐지안을 무효로 하는 법안이 미국 상원에서 통과됐다.

미국 상원은 5월 17일 FCC가 내세운 '인터넷 자유 회복(Restoring Internet Freedom)' 명령을 무력화하는 '의회 검토법(Congressional Review Act, CRA)'을 찬성 52표, 반대 47표로 통과시켰다. 상원은 공화당 51석, 민주당 47석, 무소속 2석으로 구성돼 있는데, 개표 결과 이번 투표에는 공화당 의원 3명과 무소속 의원 2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의회 검토법'은 의회가 행정부에서 제정한 각종 규정 중 발의된 지 60일 이내 규정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1996년 도입됐다. 규정 폐지를 위해서는 상하원 모두 동의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대통령 승인을 거쳐야 한다.

이번에 상원에서 '망 중립성'을 유지하는 쪽을 지지하면서, 하원에서도 다시 한 번 해당 문제를 검토하게 됐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Donald John Trump) 대통령이 취임 직후 '망 중립성'을 반대하는 아짓 파이(Ajit Pai)를 FCC 위원장으로 임명한 점과 하원이 공화당 236석, 민주당 193석으로 구성돼 있는 점을 보면 '의회 검토법' 하원 통과 미치 대통령 승인은 어려워 보인다.

미국은 AT&T, 버라이즌, 컴캐스트 등 여러 업체가 인터넷망을 직접 설치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터넷 서비스가 공공성이 중시되는 '공공 서비스'인지, 상업성이 중시되는 '정보 서비스'인지에 대한 논쟁이 계속해서 발생해 왔다.

이 과정에서 FCC는 2015년 2월 26일 인터넷 서비스를 '공공 서비스'로 보고, '망 중립성'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인터넷 업체들은 네트워크상 모든 트래픽(사용량) 내용이나 유형과 관계없이 동등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했다. 특정 유저에게 별도 대가를 받고 전송 속도를 빠르게 해주거나 하는 행위도 금지됐다.

'망 중립성'이 인정되면서 인터넷 사용을 위한 일정 금액만 내면 누구나 스팀, 오리진, 유플레이, GOG 같은 게임 다운로드 서비스와 유튜브, 트위치TV, 넷플릭스 등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페이스북, 트위터를 비롯한 SNS 등에서 제공되는 대용량 콘텐츠를 제약 없이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직접 인터넷망을 설치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이에 반발했다. 대용량 콘텐츠 때문에 늘어난 망 설치 및 투자 비용을 그대로 전담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들은 여러 콘텐츠 생산자들이 "비용 투자 없이 이득만 가져간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2017년 1월 버라이즌 출신 아짓 파이 위원장이 FCC에 취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아짓 파이 위원장은 "인터넷 서비스는 당연히 자본주의 시장 원칙에 따라 제공돼야 한다"며 "'망 중립성' 폐지에 따라 인터넷 업체가 얻은 이익은 차세대 인프라 투자로 이어지리라 본다"고 말했다. 이후 FCC에서 '망 중립성' 폐지안이 결의됐고 오는 6월 11일 완전히 효력을 잃을 예정이었다.

'망 중립성'이 존속되면 게임, 동영상 같은 대용량 콘텐츠를 사용해도 따로 요금이 청구되지 않지만, 폐지되면 인터넷 업체가 임의로 대용량 콘텐츠를 차단할 수 있고 비용도 추가로 청구할 수 있다. 인터넷을 많이 이용하는 유저나 게임 다운로드, 스트리밍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게임사는 '망 중립성' 유지를 찬성할 수밖에 없다.

북미 게임 업계를 대표하는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협회(Entertainment Software Association, ESA)는 지난 4월 4일 FCC '망 중립성' 폐지 반대 소송에 참여하면서 "소비자는 미국 전역에서 트래픽 제한 같은 제약 없이 훌륭한 온라인 경험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ESA는 앞으로 몇 달 동안 미국 게임 유저와 제작자를 대신해 문제 제기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존속과 폐지를 넘나들며 이어온 '망 중립성' 문제는 ''의회 검토법'까지 발령돼 다시 한번 미국 정부 핵심 안건이 됐다. 상원에서는 '망 중립성' 유지에 찬성했지만, 공화당이 절대 다수인 하원은 반대할 가능성이 높고 백악관에서도 최종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저 입장에서는 일정 금액만 내면 어떤 콘텐츠든 사용 가능한 '망 중립성' 유지가 이롭다"며 "미국 내 '망 중립성' 존속/철폐 결과는 국내에도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해당 문제를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림 텐더 / 글 박해수 겜툰기자(gamtoon@gam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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