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야샤' IP로 신작 개발중인 박정규 대표의 꿈은?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8-05-21 08:16


'이누야샤' IP를 활용해 신작 모바일게임을 만들고 있는 해머엔터테인먼트의 박정규 대표

일본 디지아크로부터 검수를 받아 완성된 '이누야샤'의 캐릭터

"편견을 깨보려는 도전입니다."

모바일게임 산업에서 IP(지식재산권) 확보는 게임의 '성공 방정식'이라 할 수 있다. 이미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인기 콘텐츠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물론 아무리 훌륭한 IP라도 유저의 눈높이에 맞는 게임성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면 시너지 효과를 누리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 개발 초기 단계부터 숱한 화제를 모을 수 있기에 인기 IP 확보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게임사들의 지상과제라 할 수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구애를 받는 곳은 영화나 애니메이션, 게임, 만화 등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인기 콘텐츠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이다. 이들 IP의 계약 여부 하나하나에 관심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가운데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모았던 판타지 애니메이션 '이누야샤'가 모바일게임으로 개발된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에게 기대감과 함께 놀라움을 함께 유발시켰다. 이제 막 스타트업을 벗어난 국내의 소규모 개발사인 해머엔터테인먼트가 개발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풍부한 자본력과 개발진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나 혹은 중국의 대형 게임사일 것이란 '편견'을 단번에 깬 일종의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안 믿는 것은 고사하고 심지어 사기를 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죠." 해머엔터테인먼트의 박정규 대표가 털어놓은 첫마디가 말 그대로 '웃프게' 들린 이유다. 그만큼 게임업계도 해를 거듭하면서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고, 대형사 위주로 재편되면서 중소 규모의 게임사들이 살아남기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이누야샤'는 일본의 다카하시 루미코가 그린 만화로 무려 13년간이나 연재가 됐으며, 2000년부터는 TV 애니메이션에 이어 극장판으로도 4개 작품이 만들어질만큼 일본의 대표 IP라 할 수 있다. 일본의 전통색이 상당히 짙지만 일본뿐 아니라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그리고 북미와 유럽에서도 상당한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

숱한 경쟁속에서 박 대표가 '이누야샤'의 IP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쌓아온 '삼고초려'의 정성 덕분이다. 1세대 게임 개발자인 박정규 대표는 JC엔테테인먼트(현 조이시티)와 네오위즈, KTH, 감마니아코리아 등에서 게임 기획과 서비스. 사업 등을 맡으면서 국내외 업체들로부터 신뢰를 쌓아왔다. 3년여간 공을 들인 끝에 IP를 가지고 있는 일본 반다이와 디지아크로부터 공동 사업 제안을 받았다. 게임사 대표로는 드물게 문예창작을 전공, 기획과 시나리오 분야가 재미있어 게임업계에 뛰어든 박 대표의 독특한 이력과 관심도 한 몫 했다고 할 수 있다.

원작에 대한 자부심이 워낙 강한 일본 기업과의 협업이기에, 지난 2016년부터 2년 넘게 캐릭터 디자인 검수를 꼼꼼하게 받으며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70여개의 캐릭터가 완료됐으며, 오는 7월에 알파버전 그리고 10월에는 베타버전이 공개될 예정이다. 액션성이 강조된 MORPG로 개발중이며, 출시는 내년 3월로 예정하고 있다. 박 대표는 "아직 공개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많지는 않지만, 원작의 명대사들과 스토리들을 최대한 살려 '이누야샤'의 팬들뿐 아니라 새로운 유저들에게도 감동을 드리고 싶다. 또 만화나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서로 교감할 수 있는 게임만의 특성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표는 "무엇보다 그동안 남편과 아빠의 게임에 별로 흥미가 없던 아내와 아이들이 자신들이 좋아했던 콘텐츠이기에, '이누야샤'에 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에 신이 난다"라며 "가족들이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책임감도 크다"고 강조했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점은 일본에 먼저 출시가 된다는 것이다. 일본의 인기 IP를 국내 개발사가 모바일게임으로 만들어 다시 일본에 수출하는 사실상 첫 사례라 할 수 있다. 한국 중소 게임사의 개발력을 입증시켜 이후 어려운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물론 소규모 개발사로선 쉽지는 않은 길이다. 인력과 자금력 모두 대형 게임사들과는 비교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도 꾸준하게 인력을 확충하고, 개발을 이어오면서 최근에는 시리즈A 수준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박 대표는 "대형 게임사만 인기 IP를 확보해 개발할 수 있다는 '편견'을 깨는 과정이라 무척 힘들지만 이제 비로소 조금씩 길이 보이는 것 같다"며 "재미와 감동을 함께 줄 수 있는 게임으로 보답하겠으니 우리와 같은 소규모 게임사에게도 기대와 관심을 계속 가져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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