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손지현 "악플 경험치 10년..이제 안 흔들려요"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18-05-19 09:24


배우 손지현이 16일 오전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손지현은 지난 5일 종방한 TV조선 드라마 '대군 - 사랑을 그리다'에서 루시개 역을 열연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걸그룹 포미닛에서 배우가 된 손지현을 만났다.

손지현은 지난 2009년 아이돌 그룹 포미닛의 '남지현'으로 데뷔했다. 7년의 가수생활을 보냈으며 지난 2016년 6월 그룹 포미닛이 공식 해체된 후 9월 정우성과 이정재가 설립한 아티스트컴퍼니와 전속계약을 맺었다. 이후 KBS2 '최강 배달꾼'을 통해 성공적인 연기자 변신을 보여줬으며 지난 6일 종영한 TV조선 주말드라마 '대군-사랑을 그리다'(조현경 극본, 김정민 연출)을 통해 거친 매력을 보여주며 호평을 받았다.

'대군'은 동생을 죽여서라도 갖고 싶었던 사랑, 이 세상 아무도 다가올 수 없게 만들고 싶었던 그 여자를 둘러싼 그들의 뜨거웠던 욕망과 순정의 기록을 담은 드라마다. 손지현은 '대군'에서 여진족 혼혈아인 루시개 역을 맡아 열연했다. 루시개는 압록강의 지류인 파저강 유역에 사는 여진족 소녀로 이휘(윤시윤)에게 거둬져 평생 그를 사랑하고 애틋하게 생각했던 인물이다. 특히 최종회에서는 이휘를 대신해 목숨을 바치며 임팩트있는 엔딩 장면을 선사했던 바 있다.

데뷔 7년차 걸그룹에서 다시 신인이됐다. 이름도 남지현에서 손지현으로 변경했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직업으로 일을 시작했다. 손지현은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세월이 참 빠르다는 것을 느낀다. 참 많은 일들이 있던 것 같다. 스케줄도 많았고 아쉬움도 많이 남았다. 참 화려한 10년이 아니었나 싶다"며 "인터뷰를 돌면서 옛날 생각도 많이 난다. 10년 전과는 또 다른 마음가짐으로 살고있다. 10년 전엔 언론사를 돌며 '가요계를 평정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있었다면, 지금은 좀 다르다.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연기를 해야 할지가 고민이고 생각이 많다"고 말했다.

연기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손지현에게는 고민이자 새출발이었다. 현재 손지현은 먼저 오디션을 보러다니며 배역을 찾고있다. 주도적으로 하고싶은 것을 만들어가는 것이 포미닛 해체 이후 가장 큰 변화라고했다. 손지현은 "지금은 정말 신인으로 돌아간 상태다. 배우 활동을 시작한 이후로 '성공'이라는 말을 해본적이 없는 거 같다. 데뷔한지 10년이 됐지만, 배우로는 신인이다. 속된 말로 '쩌리'라고도 한다. 오디션에 가면 신인 배우분들과 함께 열심히 오디션을 보고있다. 정말 바닥부터 시작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연기에 대한 고민도 늘 많다. 앞으로도 평생 고민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활자를 제가 영상으로 연기로 잘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계속 갖고있다"고 말했다.

손지현은 앞선 7년을 가수로, 그리고 3년은 배우로 살았다. 앞으로도 배우로서의 삶을 이어갈 예정이란다. 손지현은 "저는 평생 배우로 살 거라고 생각하고있다. 할머니가 될 때까지도 연기하고싶다. 연기자만큼 저한테 흥미로운 직업이 없는 거 같다. 그리고 저는 저를 계발하는 것에 관심이 많은데, 다양한 역할을 하면서 저의 모습을 돌아보기도 하고, 좀 치유가 되고 해소가 된다는 게 느껴지더라"며 "사실 제가 참 내성적이고 부모님도 보수적이셔서 표현을 잘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 연기를 하면서 새 역할의 옷을 입기도 하니 매력이 있는 거 같다"고 말했다.

포미닛에서 배우가 된 뒤에는 멤버들과 함께했던 시간이 생각나 1년 간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았단다. 손지현은 "1년 정도는 참 외로웠던 거 같다. 늘 함께했던 사람들이 없어지니 가슴이 뻥 뚫린 거 같더라. 그리고 새로운 길을 가면서 인생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시간이 생겼다. 이젠 개인적인 것에 있어서 제가 챙기지 않으면, 옆에서 말해줄 사람이 없는 것도 있다. 참 아쉬운 것도 많다. 만약 10년 전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멤버들이랑도 더 좋은 일 많이 만들었을 거 같다. 그런데 지난 10년의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지만, 언제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늘 아쉬움은 남을 거 같다"고 회상했다.

사실 손지현은 포미닛 해체 이후 평범한 남지현으로 돌아가려고 했었다. 손지현은 "일반인으로 돌아갈 생각을 했었다. 평범한 삶을 원하기도 했다. 그런데 자꾸 뒤돌아보게 될 거 같더라. 가수 활동으로는 최선을 다했지만, 그동안 연기에는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도전하게 된 것"이라며 "요즘 아이돌들을 보면 내 생각이 나서 마음이 아프다. 아이돌로 데뷔한다는 것이 '청춘을 다 바친다'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많이 찾아나가는 과정이 있다면 좋을 거 같다. 어릴 때부터 활동을 하면 선택지가 많이 주어지지않는다. 그래서 걱정이 많이 된다. 잘 헤쳐나가면 좋겠다"고 자신의 경험과 후배들에 대한 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포미닛은 기회가 되면 다시 만날 예정이다. 아직도 단체 채팅방이 남아있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멤버들이 있다고. 손지현은 이제 포미닛의 남지현이 아닌, 배우 손지현으로서의 인생을 '평생' 살아갈 예정이다. 이 때문에 활동명도 바꿨다. 아버지의 성을 따르던 '남지현'에서 어머니의 성을 따온 '손지현'이 됐다. 손지현은 "아빠가 서운해하시지만, 호적상으로는 그래도 아빠의 딸 남지현이다. 처음엔 당황하시고 서운해하셨지만, 나중엔 저를 이해해주시더라. 아빠 성으로 살아봤으니 앞으로는 엄마 성으로 평생 연기활동을 하려고 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10년의 시간만큼 '악플'에 대응하는 자세도 단단해졌다. 아이돌로 활동할 시절에는 꿈에서까지 악플을 읊을 정도로 스트레스가 많았던 손지현이지만, 이제는 악플은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단단해졌다고. 손지현은 "멤버들이 얘기해줬었는데, 내가 잠꼬대로 악플을 얘기했다더라. '나도 예뻐질거야. 나도 성형할거야. 사람들이 나보고 못생겼대' 이러면서. 근데 이제는 10년이라는 경험치가 쌓인 거 같다. 제가 어디에 흔들릴 사람도 아니게 됐다. 저는 이미 제가 그 캐릭터가 됐다고 생각하는데, 누군가 저보고 '너 그거 아니야'라고 해서 제가 흔들리는 건 아니다. 제가 이미 그 사람이고 그 캐릭터로 변했는데 '너 걔 아니야'라고 하더라도 저는 이제 '나는 걔인데?'이렇게 받아칠 수 있게 됐다.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내가 그 역할을 해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거니까. 그리고 슬퍼만한다고 악플이 달리는 상황이 종료되는 것도 아니다.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열심히 하면 된다"고 말하며 한층 단단해진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손지현은 아티스트컴퍼니로 이적하며 고아라와 이시아 등 연기에 대한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좋은 인연'들을 얻었다. 염정아를 필두로하는 아티스트컴퍼니의 여배우 모임도 생겼단다. 손지현은 "고아라는 정말 대선배이자 착한 친구다. 좋은 인연이다. 항상 현장 어떻냐고 물어봐주고 서로 고민이 있으면 함께 고민을 해준다. 정말 착하다. 현장에 적응하는 자세나 생각,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조언을 많이 해주는 편"이라며 "참 좋은 인연들을 얻은 거 같다. '친구'라는 단어보다는 '인연'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리는 사람들이다"고 말했다.

그의 변화를 눈치챘는지, 관계자들의 반응도 달라졌다고. 손지현은 "오디션장에서 만났던 한 관계자분이 저한테 예전엔 소녀 같았는데, 이제는 아줌마처럼 털털한 느낌이 난다고 해주셨다.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변화 역시 실감했다.

가수로 배우로 10년을 살아온 손지현은 앞으로의 10년, 그 이후도 배우로 살아갈 예정이다. 손지현은 "좀 다양한 캐릭터를 하고싶다. 그리고 저의 색을 찾으면 좋을 거 같다. 그런 의미에서 몇 년 뒤에는 연극에도 도전하고싶다. 관객에게서 받는 에너지도 좋지만, 원테이크 수준의 긴 호흡을 연기로 표현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같은 신은 반복하면서 그 신에서 나오는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싶다는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대군'은 지난 6일 5.6%(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TV조선 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에 해당하는 수치다. 포상휴가 대신 태교여행을 떠난 주상욱을 제외한 출연진과 제작진들은 오는 23일부터 베트남 다낭에서 포상휴가를 즐긴다.

lunamoon@sportschosun.com, 사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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