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천황에 오른 백제의 공주, 한일고대사의 미스터리를 파헤친 소설 '제명공주'

김형중 기자

기사입력 2018-05-10 11:11



스타 예능PD 출신으로 영화감독, 뮤지컬 연출가를 거쳐 베스트셀러 작가로 끊임없이 변신해온 이상훈이 두번째 소설 '제명공주'(박하)를 내놓았다. 전작인 '한복 입은 남자'에 이어 또다시 우리 역사의 미스터리를 흥미진진하게 파헤쳤다.

제명공주는 백제의 마지막 왕인 의자왕과 사촌 사이로 일본에 불교를 전파한 임성 태자 밑에서 자랐다. 놀랍게도, 일본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천황인 35대 고교쿠 천황(재위 642~645년)에 올랐다가 다시 37대 사이메이 천황(재위 655년~661년)에 오른 여인이다,

이렇게 한일 고대사에 중요한 발자취를 남긴 인물이지만 일본사에는 사료가 감추어져 있으며, 우리 역사에는 아예 기록 자체가 없다. 사실 우리 국민 가운데 제명공주를 알고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제명공주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백제 멸망 후 3년 뒤인 663년 벌어진 '백제부흥군·왜 연합군'과 나당 연합군 사이의 처절한 전투에서 비롯됐다. 나당 연합군의 승리로 끝난 이 전투에서 강에 집결해 있던 1천 척의 함선 가운데 4백 척이 불탔다고 한다. '삼국사기'는 "연기와 불꽃은 하늘을 붉게 물들였고, 바닷물마저 핏빛이 되었다"고 당시의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그런데 왜(倭)는 이 전투를 위해 전 인구를 동원하여 수년간 배를 건조했고 무려 5만 명이 넘는 군사를 보냈다. 그야말로 국운을 건 대사업이었다. 대체 일본은 백제를 구하기 위해 왜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던 것일까?

611년 일본으로 건너가 제철 기술을 비롯하여 당시 최신의 문명을 전파했던 임성 태자 밑에서 함께 자란 의자와 제명. 한 사람은 백제의 왕이 되었고, 또 한 사람은 왜의 천황이 되었다.

그런데 만약 그 두 사람이 열렬히 사랑한 사이였다면? 이렇게 상상을 하자 그토록 미궁에 빠졌던 난제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작가는 치밀한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잃어버린 역사적 고리들을 상상력으로 메웠다.

작가는 "백제는 우리의 과거이자 미래이고, 그 미래는 우리와 일본이 함께 걸어가야 할 길"이라며 "일본과 우리를 연결하는 백제의 진실을 찾아내야만 한다. 제명공주의 삶을 밝혀낸다면 증오의 뿌리도 서서히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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