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소수자가 마주한 디스토피아, 연극 '우리는 이 도시에 함께 도착했다'

김형중 기자

기사입력 2018-04-17 10:10


◇연극 '우리는 이 도시에 함께 도착했다'의 김원정 강혜련. 사진제공=페미시어터

페미시어터의 연극 '우리는 이 도시에 함께 도착했다'(연출 윤혜숙)가 5월 3일 부터 5월 13일까지 미아리고개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여성문제에 대한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온 강화길 작가의 201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방'이 원작으로 김원정, 강혜련이 출연한다.

어느 날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로 폐허가 된 도시. 정부는 거액의 급료를 제시하며 도시를 복구할 인력을 모집한다. 수연과 재인은 이 도시로 간다. 좋은 곳에서 시작하고 싶어서, 함께 살 전셋집을 마련하기 위해서. 도시에 도착한 수연과 재인이 맞닥뜨린 환경은 암흑과 40도의 더위, 부식과 오염 이다. 그러나 이들은 웃는다. 공짜로 얻은 냉장고, 오이와 상추, 배속에서 찰랑거리는 물소리 때문에 웃는다. 그리고 함께라서 웃는다.

이 작품은 유토피아를 꿈꾸기 위해 제 발로 디스토피아로 걸어 들어가야 하는 역설을 그린다. 하지만 이런 선택을 하는 인물이 사회의 소수자, 약자일 때 역설은 더 이상 억지 설정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그런 현실에 살고 있다. 이 작품 속 디스토피아는 지금 우리 사는 세상과 너무나 닮아있다. 희생 없이, 죽을 각오 없이 감히 더 나은 삶은 꿈도 꿀 수 없는 세상. 그 자체가 디스토피아이다.

페미씨어터(대표 나희경)는 페미니즘 연극제 운영과 페미니즘 연극 제작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페미씨어터가 바라보는 페미니즘의 목표는 궁극적인 성 평등이다. 젠더 위계의 하위에 여성이 위치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사회 분위기를 바꾸고, 존재조차 지워졌던 성소수자와 함께하는 것이다. 페미씨어터는 6월 21일부터 7월 29일까지 제1회 페미니즘 연극제를 연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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