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수성못' 유지영 감독 "미투운동, 피해자 2차 가해 막는게 가장 중요"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8-04-05 14:59


유지영 감독 인터뷰
옥인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04.05/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유지영 감독이 미투운동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아르바이트와 편입 준비를 하며 인생 역전을 꿈꾸며 치열하지만 짠내나게 살던 희정(이세영 분)이 어느날 뜻하지 않게 수성못에서 일어난 실종 사건에 연루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수성못'(한국영화아카데미 KAFA). 연출을 맡은 유지영 감독이 5일 오후 종로구 누상동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개봉을 앞둔 소감과 영화 속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전했다.

일상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비일상의 사건을 소재로 한 코미디 단편 '고백'(2011)으로 다수의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은 바 있는 유지영 감독. 그의 첫 장편이 '수성못' 역시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8회 광주여성영화제 등 다수의 영화제에 초청되며 화제를 모았고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수성못'은 악착같이 지방 도시 대구를 벗어나고 싶어하는 희정(이세영)과 세상을 떠나고 싶어하는 영목(김현준),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게 없는 희준(남태부)까지 세 캐릭터를 통해 청춘들의 아이러니를 세련된 연출과 시니컬한 유머로 풀어내 눈길을 끈다. 미스터리한 사건의 중심에 킬킬 거릴 수 있는 유머를 가미해 색다른 재미를 선물하는 것. 뿐만 아니라 유지영 감독이 자신이 자고 나란 대구라는 도시를 현실감 있게 그려내는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한 시나리오에 상상력이 결합해 공감대를 자극하는 이야기로 관객들에게 다가간다.

이날 유지영 감독은 예술계를 넘어 사회적으로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먼저 그는 극중 희정의 남동생 희준이 자신의 누나에게 성별을 꼬집으며 비난하는 신에 대해 "특정 성별에 치우친 '주의'에 의식해 만든 장면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극중 희준은 남자이기 때문에 군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군 문제에 묶여있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이 희준을 삐뚤어지게 만든거고 군대를 갈 필요가 없는 누나에게 화를 냈던 거다. 다시 말해 이 장면은 영화 안에서 희준이 놓인 상황으로 이해해야되는 거다. 영화가 그리는 상황을 똑 떼어놓고 특정 대사들만 본다면 특정 성별을 혐오하는 대사일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안의 상황으로 이해해야 한다. 예술, 특히 영화를 하는 사람들은 특정 주의나 혐오를 지나치게 의식하게 된다면 작품을 만들 때도 작품을 스스로 검열하게 된다. 자유로운 작품이 나오지 못한다."

이어 유 감독은 "한국 사회에서 태어난 여성이 과연 얼마나 주체적이고 독립적으로 살 수 있을까 이 사회에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유지영 감독 인터뷰
옥인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04.05/
"나는 한국 사회 중에서 가장 보수적인 도시 대구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남동생이랑 싸우면 부모님은 남동생에게 '너 왜 여자하고 싸우고 그카노!'라고 혼을 냈다. 그리고 남자는 입이 무거워야 된다고 가르치셨다. 이런 분위기는 남자에 대한 압박이자 여성에 대한 무시다. 당시에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던 그런 분위기나 대우들이 최근에는 '왜 여자라는 이유로 이래야 하나'라고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달라진 사회분위기에 맞춰 책을 읽고 의견을 내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여성들이 서서히 독립적인 여성의 길을 가야하고 이에 발맞춰 사회가 변하고 차별이 없어지고 평등한 사회가 가는 것 같다."

또한 유지영 감독은 페미니즘과 함께 문화예술계 최고의 화두인 '미투 운동'에 대한 생각도 말했다.

"당연히 미투를 지지하고 활발히 일어나야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바로 2차 가해에 대한 부분이다. 미투운동이 일어나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이상한 시선, 선입견, 편견들이 존재한다. 피해자를 지켜주는 어떤 제도가 마련되야 더 실효성 있는 미투운동이 전개될 것 같다."


한편, '수성못'은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출신 유지영 감독의 연출작이다. 이세영, 김현준, 남태부, 강신일 등이 출연하며 4월 19일 개봉한다.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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