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 "잊지 못할 복귀작"…'호랑이보다' 이진욱이 밝힌 곤경, 그리고 고현정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8-04-02 17:01


영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 손님'의 언론시사회가 2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렸다. 질문에 답하는 이진욱의 모습.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 손님'은
동물원에서 호랑이가 탈출하던 어느 겨울 날, 영문도 모르고 갑작스레 여자친구에게 버림 받은 경유, 그리고 그런 경유 앞에 불현듯 나타난 소설가 유정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고현정이 유정 역을, 이진욱이 경유 역을 맡았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04.02/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곤경에 빠진 주인공 경유가 곧 내 모습과 같았다. 경유를 통해 많이 치유 받았다."

동물원에서 호랑이가 탈출하던 어느 겨울날 영문도 모르고 갑작스레 여자 친구에게 버림받은 남자와 그리고 그런 남자 앞에 불현듯 나타난 소설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멜로 영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이광국 감독, 영화사 벽돌 제작). 2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이날 시사회에는 소설가를 꿈꿨던 대리운전 알바생 경유 역의 이진욱, 경우의 둘도 셋도 없는 친구 부정 역의 서현우, 이광국 감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진욱과 함께 주연을 맡은 고현정은 최근 논란이 된 SBS 드라마 '리턴' 하차 부담으로 시사회에 불참했다.

앞서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은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 영화의 오늘-비전 부문, 제43회 서울독립영화제 특별 장편, 제47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제24회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 경쟁 섹션, 제36회 뮌헨국제영화제 등 유수의 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 받았고 무엇보다 고현정이 영화 '미쓰GO'(12, 박철관 감독) 이후 6년 만에 영화로 컴백해 화제를 모았다. 고현정은 '해변의 여인'(06, 홍상수 감독) '잘 알지도 못하면서'(08, 홍상수 감독)의 조연출 시절부터 인연을 쌓은 이광국 감독과의 의리로 저예산 영화임에도 흔쾌히 출연을 결정해 관심을 받았다.

또한 고현정외에도 이진욱이 '시간이탈자'(16, 곽재용 감독) 이후 스크린에 컴백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진욱에게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작품 중 하나다. 지난 2016년 성폭행 혐의 논란에 휩싸인 뒤 자숙했던 그가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 손님'을 시작으로 복귀를 결심했기 때문. 이미 올해 1월 '리턴'을 통해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낸 이진욱이지만 촬영 순으로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 손님'이 논란 이후 첫 복귀작인 셈이다.


이진욱은 "드디어 개봉을 한다. 감회가 새롭다. 누군가 한꺼번에 어려운 일이 몰릴 때가 있는 것 같다. 특히 이광국 감독의 이야기가 녹아 있어 더욱 마음에 와닿았다. 평범한 남자의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다"고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영화를 결정할 당시 개인적인 일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깨닫게 된 부분이 있다. 인생을 살면서 곤경에 빠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 얌전히 극복하는게 답이라고 하더라.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의 경유도 곤경 속에서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라는걸 깨달았다. 경유를 통해 많은걸 느꼈다. 그런 의미에서 절대로 잊지 못할 작품이 됐다. 그동안 나를 둘러싼 논란을 극복할 수 있게 된 단초가 된 것 같다"고 지난날 논란에 대해 심경을 털어놨다.

함께 호흡을 맞춘 고현정에 대해 "정말 선배 같은 선배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먹기도 했다. 연기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센스를 가진 배우다. 내가 생각했을 때 굉장히 세련된 연기를 하는 배우인 것 같다. 마치 그림처럼 연기를 하는 것 같다. 배우로서 지금까지 풀지 못했던 실마리를 고현정 선배 연기를 보고 풀었다. 좋은 경험이 됐다. 옆에 계셨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고현정 선배를 보고싶다"고 마음을 전했다.

그는 "아시다시피 연달아 두 작품을 하게 됐는데 끝까지 함께하지 못했다. 고현정 선배가 시사회에 앞서 '미안하다'라는 말을 전했다. 이광국 감독 옆에서 잘 하고 오라는 당부를 전해주셨다"고 덧붙였다.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을 연출한 이광국 감독은 "오뉴월의 손님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속담을 듣고 이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당시 두려움 앞에서 비겁하게 도망쳤던 기억들을 이 이야기에 담을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작품을 연출하게 된 의도를 밝혔다.

그는 이진욱과 서현우에 대해 "이진욱은 2004년 참여했던 '극장전'(05, 홍상수 감독)이라는 영화의 연출부였다. 그때 오디션 때 이진욱을 처음 봤는데 그때 인상이 굉장히 강하게 남았다. 당시 이진욱은 신인이었는데 너무 멋있기도 하지만 웃는 모습이 정말 좋게 남았다. 경유라는 역할은 캐스팅 고민을 많이 했다. 그때 이진욱의 웃는 얼굴이 떠올랐고 그렇게 캐스팅하게 됐다. 자칫하면 경유라는 인물을 너무 과하게 표현하려고 할 수 있지만 담백하게 잘 표현해준 것 같아 감사하다"며 "공교롭게 서현우도 '극장전' 오디션 때 처음 봤다. 그 당시 학생이었는데 이진욱과 같은 역할을 오디션 보러 온 기억이 났다. 처음 호흡을 맞추게 됐는데 너무 좋았다. 늘 현장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 준 배우였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함께 자리하지 못한 고현정을 향해 이광국 감독은 "예산이 많지 않았음에도 시나리오만으로 출연을 결정해줘 너무 감사했다. 유정이라는 역할이 고현정을 통해 풍성하게 설명된 것 같다. 너무 감사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고현정은 홍보를 전혀 불참하는 게 아니다. 고현정 선배는 시사회 참석하고 싶어했고 이 영화에 대한 애정이 같했다. 지난해 부산영화제 때도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고현정 선배가 시사회에 불참해 아쉬운 마음보다 고현정 선배가 하루 빨리 마음을 다독이길 바란다. 고현정 선배는 내가 제작비가 없어 휴대전화로 찍을 수도 있다는 말에도 흔쾌히 출연을 결정해줬다. 이렇듯 작품에 대해 애정을 담아주는 것만으로 감사하다. 시사회가 열리기 전 내게 아쉽다고 했고 스스로 답답해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내 입장에서는 여러가지 일이 있지만 조금은 더 배려할 수 있는 이야기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은 이진욱, 고현정, 서현우, 류현경 등이 가세했고 '시선 사이' '꿈보다 해몽' '말로는 힘들어' '로맨스 조'의 이광국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12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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