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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25년 공든 탑이 한번에 무너졌다.
한 방송사 스태프로 일했던 A씨는 "2008년 가을 김생민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프로그램 스태프와 제작진, 그리고 김생민을 비롯한 MC들과 리포터들은 서울의 한 노래방에서 회식 자리를 가졌다. A씨는 다른 스태프로부터 김생민이 노래방 복도 끝 방에서 기다린다는 말을 듣고 김생민을 찾아갔다. 그 곳에서 김생민은 완력으로 A씨를 제압하며 성추행했다고 A씨는 주장했다. 이와 함께 성추행 피해 사실을 고발했지만, 자신의 고발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오히려 업무에서 제외되는 등 2차 피해를 겪어 방송가를 떠나야 했다고도 주장했다.
김생민은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뒤에야 소속사 SM C&C를 통해 A씨 사건을 전해 듣고 직접 A씨를 만나 진심 어린 사과를 전했다. 그리고 2일 자신을 사랑해줬던 대중에 대한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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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생민이 출연 중인 프로그램은 KBS2 '연예가중계' '김생민의 영수증', MBC '출발 비디오 여행' '전지적 참견 시점', SBS 'TV 동물농장', tvN '짠내투어', YTN '원포인트 생활상식', MTN '김생민의 비즈정보쇼', OUN 방송대학 'TV 퀴즈쇼 지식의 날개' 등 7개다.
이중 가장 타격이 큰 것은 아무래도 김생민의 이름을 전면에 내건 '김생민의 영수증'이다. 김생민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 이래 처음으로 "그뤠잇" "스튜핏"이라는 유행어를 탄생시켰고, '절약요정'이란 애칭까지 얻으며 전성기를 맞았다. 그 인기에 파일럿 형식으로 8주 간 방송됐던 '김생민의 영수증'은 2017년 11월 정규편성 되기에 이르렀다. 김생민의 전성기를 열어준 상징적인 프로그램인데다 김생민이 이 프로그램의 마스코트인 만큼, '김생민의 영수증'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제작진은 김생민의 하차, 프로그램 폐지 등 여러 안을 두고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프로그램 관계자는 "현재 논의해야 할 사안이 너무나 많다. 여러가지 안을 검토해야 한다. 최대한 빨리 입장을 정리해 오늘 오후에서 내일 오전까지는 입장을 밝힐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프로그램들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연예가중계' '출발 비디오 여행' '전지적 참견 시점' 'TV 동물농장' '짠내투어' 모두 "김생민 사태에 대해 현재 논의 중이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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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프로그램에서 전면 하차하고 자숙의 시간을 맞는다고 해도 김생민에게는 아직 위기가 남아있다. 가족과 관련한 부분은 개인적인 사생활이므로 논외로 하더라도 금전적 손해배상 위기가 예상된다.
김생민은 지난해부터 여행 이사업체 게임 등 12개에 달하는 광고를 촬영했다. 광고 모델 계약 기간은 대부분 6개월로 짧은 편이지만, 지난해 말부터 광고를 찍기 시작한 탓에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통상 광고 모델로서 이미지를 훼손한 경우 모델료의 2~3배에 달하는 금액을 위약금으로 물어줘야 한다. 광고 계약 파기 건에 대해 소속사와 이야기하긴 하겠지만, 이런 경우에는 본인 부담이 훨씬 크다. 김생민의 경우에는 10억 원 대에 달하는 위약금을 물어줘야 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의견이다.
대중의 배신감을 어떻게 수습할지도 문제다. 김생민은 바르고 성실한 이미지, 노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열심히 사는 이미지로 큰 사랑을 받았다. 그렇기에 성추행 가해자가 된 지금, 대중이 느끼는 배신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등 돌린 대중의 마음을 어떻게 되돌릴지가 가장 큰 숙제로 남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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