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 '덕구' 이순재, 지치지 않는 '국민할배' 품격의 연기론 (종합)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8-03-27 16:19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전체 분량 90% 이상 출연, 언제 또 이렇게 연기해보겠나?"

어린 손자와 살고 있는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알게 되면서 세상에 남겨질 아이들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는 이야기를 그린 휴먼 영화 '덕구'(방수인 감독, 영화사 두둥·곰픽쳐스 제작). 27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덕구'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됐다. 이날 시사회에는 가진 것은 없지만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고의 것과 최선의 방법으로 손주들을 키우려고 노력하는 덕구 할배 역의 이순재, 아직 이별을 모르는 일곱살 사고뭉치 손자 덕구 역의 정지훈, 덕구의 동생 덕희 역의 박지윤, 그리고 방수인 감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최초의 일일 연속극 주인공, 배우로서 최초이자 최고령자로 연예대상 수상,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11, 추창민 감독)로 최고령 해외 영화제 연기상 수상 등 각종 최초, 그리고 최고의 기록을 가진 '전설' 이순재. 그가 '그대를 사랑합니다' '로맨틱 헤븐'(11, 장진 감독) 이후 '덕구'를 통해 7년 만의 스크린 컴백으로 화제를 모았다.올해 84세, 연기 경력 62년을 자랑하는 현역배우인 이순재. 데뷔 이후 지금까지 한 해도 쉬지 않고 작품을 이어가며 연기 열정을 드러낸 그가 8년간의 시나리오 과정으로 진정성을 더한 '덕구'에 매료돼 노개런티로 출연을 결심했다는 후문. 대배우로 모두의 존경을 받고 있는 '국민 할배'의 품격을 다시금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순재는 "열심히 진솔하게 연기했는데 어떻게 봐주셨을지 궁금하다. 얼마 전에 내 필모그래피를 정리한 자료를 받았다. 다시 보니 100여편의 영화를 다했더라. 별 종류의 영화를 다 출연해봤다. 주연도 해보고 단역도 해보고 악역, 멜로도 해봤다. 배우가 작품을 선택하는 1순위 이유가 작품 욕심이다. 물론 요즘은 돈도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작품성이다. 이 영화는 정말 소박하고 진솔하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요즘은 너무 작위적인 작품이 많다. 그런 반면에 '덕구'는 나름대로 사랑이 담겨있고 진솔하게 잔잔하게 잘 흘러가더라. 우리는 요즘 사랑이 없어지고 있다. 사랑보다 갈등이 우선인 것 같다. 게다가 이 영화의 출연 분량이 90%가 넘는다. 이 나이에 언제 또 주인공을 해보나 싶었다. 어떻게 마다할 수 있겠나?"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아역배우도 많이 봤다. 안성기가 중학교 1학년 때 연기를 했고 이승연은 5살 때 데리고 작품을 했다. 윤유선은 6살 때 작품을 했다. '덕구'에서 덕구는 정말 어려운 연기다. 아역배우가 소화하기에 너무 어려운 연기다. 그럼에도 우리 정지훈은 정말 잘 소화해줬다. 요즘 아역배우들의 실력이 출중하다. 경외롭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이순재는 고령의 나이에 인도네시아 로케이션을 진행한 것도 언급했다. 그는 "실제 인도네시아를 찾아가 로케이션을 진행했다. 그 장면은 잔잔하지만 내게 큰 감동을 줬다. 촬영 당시 장마철인데 우리 촬영 때는 비가 안왔다. 촬영이 끝나면 비가 왔는데 그 정도로 날씨가 도와줬다. 다문화 가족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데 우리 모두 식구라고 생각하고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인 것 같다"고 곱씹었다.

그는 "연기를 60여년 이어왔지만 아직 힘든것을 모르겠다. 젊을 때부터 술을 안해 체력이 좀 더 좋다. 내 동료들 중 술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60세를 기점으로 세상을 많이 떠났다. 예전 배우들은 연극 끝나고 술을 한잔 하면서 우는게 일상이다. 그런 것을 떠올리면 술을 안하는게 체력의 요인인 것 같다. 또 담배를 끊은 것도 요인이다. 어머니도 96세에 돌아가셨다. 모계 특성도 있다. 무엇보다 할일이 있어서 건강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과제가 있고 그걸 쫓아가는게 체력을 유지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비결을 밝혔다.

방수인 감독은 "'덕구'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는 덕구를 연기하는 배우였다. 사실 캐스팅을 위해 오디션을 봤는데 내가 가장 먼저 탈락시킨 배우가 정지훈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연기하는걸 보니 제일 덕구와 닮았더라. 연기를 하는데 엄청 슬프게 울더라"고 캐스팅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전했다.


그는 "나의 개인적인 기억이기도 하지만 대학을 다닐 때 학교 앞 식당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일을 하고 있었다. 그때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한번 영화로 다뤄보고 싶었다. 특별한 이야기보다 우리의 일상처럼 보여주고 싶었다"고 영화를 제작하게 된 진심과 의도를 밝혔다.

한편, '덕구'는 이순재, 정지훈, 장광, 성병숙, 차순배 등이 가세했고 방수인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오는 4월 5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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