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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마더' 김철규 PD에게 이보영과 허율이란 존재는 드라마를 마지막까지 잘 끝낼 수 있었던 최고의 포인트이자, 파트너들이었다.
사실 '마더'는 소재자체가 무거웠던 작품이었다. 이 때문에 접근하기도 힘들었고 드라마로 옮기는 것도 쉽지는 않을 일이었을 터. 김철규 PD는 "원작이 워낙 인상적이라 국내 정서에 맞게 리메이크를 해보고싶은 생각이 있었다. 최근 들어서 아동에 대한 학대 사건이 많이 터졌기 때문에 이 드라마를 꼭 해야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모녀관계는 참 인간의 짙은 감성을 끌어낼 수 있는 그런 특별한 관계 같더라. 밑바닥의 감정을 한 번 끌어내고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원작이 워낙 오래 회자됐던 탓인지 원작과의 비교 역시 피할 수 없었던 '마더'였다. 원작을 이미 봤던 시청자들은 내용의 전개부터 아역의 스타일까지 세세한 비교를 하며 시청했다. 김 PD는 "일본 특유의 감성이 있다. 긍정적으로 평하면 담백하고 심플한 거다. 군더더기도 없고 질척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부정적으로 본다면 건조하고 메말랐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이걸 좀 풍성하고 깊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감성을 채울 수 있을 느낌이었다. 기본틀을 원작과 같게 유지하되, 한국 정서를 충분히 가미하는 방향으로 갔다. 그런데 원작은 아무래도 45분 내외에 11부작이고 우리는 60분 분량에 16부작이다 보니 훨씬 많은 얘기가 들어가야 했다. 그래서 고민도 됐다. 원작에 없던 설악(손석구)의 얘기도 좀 커졌고, 새로운 설정도 추가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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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쏟게 만들었던' 배우들에 대해서도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김철규 PD는 "연기자의 힘이 정말 컸다. 이보영은 배우 개인의 상황과도 잘 맞아떨어지며 너무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다. 이보영 씨 덕분에 촬영이 수월했던 것도 있다. 완벽한 준비 덕분에 NG도 거의 없었다. 허율도 연기를 정말 잘해줬다. 걱정으로 캐스팅했지만, 우리 윤복이가 연기를 잘해줘서 고마웠다. 특히 대본에 대한 이해가 너무 좋았다. 정서적으로도 밝고 건강했고, 학대 장면 때문에 오히려 제작진이 그 친구를 걱정했다. 그런데 허율은 현장을 즐겁게 놀이처럼 생각했다. 비닐봉지 장면 등도 너무 즐겁고 행복하게 촬영했다. 심리상담 해주는 분이 아이가 정서적으로 건강하다고 하더라. 다만 걱정이었던 것은 촬영이 끝난 뒤였다. 촬영을 마무리하고 헤어졌을 때 율이가 허전함을 느낄까 걱정했다"고 말했다.
직접적인 사례로는 허율의 섭섭함이 그대로 드러난 대목이 있었다고. 김 PD는 "사실, 실제로 촬영이 며칠 안 남았을 때 연출자들은 힘이 드니까 끝나는 날을 센다. 그런데 그걸 율이한테 들켜서 율이가 섭섭해서는 울더라. 미안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철규 PD는 특히 '마더'를 찍으며 많이 울었다고. 김PD를 가장 많이 울게 했던 신은 13회 엔딩과 9회 엔딩이었다. 두 장면 모두 이보영과 허율이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던 장면으로, 김PD는 "13회 엔딩에서 수진이가 체포될 때 제일 많이 울었고, 그 다음은 9회에서 윤복이가 집을 혼자 나갈 때였다"고 했다. 그 부분이 특히 많이 생각났고, 눈물이 쏟아졌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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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마더'는 엄마가 되기엔 차가운 선생님 수진(이보영)과 엄마에게 버림받은 8살 어린 여자 아이 혜나(허율)이 진짜 모녀가 되기 위한 가짜 모녀의 가슴 시린 로맨스를 담았다. '여름향기', '아름다운 나의 신부', '공항가는 길' 등을 연출하며 감성 연출의 대가로 알려진 김철규 PD와 영화 '아가씨'의 갱을 담당했던 정서경 작가가 손을 잡아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이보영과 허율, 이혜영, 남기애, 고성희 등의 열연에 힘입어 시청자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으며 지난 15일 박수를 받으며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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