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마더' 김철규 PD "'미투'는 남성의 범죄의식이 약했던 탓"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18-03-23 16:02 | 최종수정 2018-03-24 11:37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지난 15일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마더'(정서경 극본, 김철규 연출)는 동명의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상처받은 소녀를 구하기 위해 그 소녀의 엄마가 되기로 한 엄마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원작 드라마는 도쿄 드라마 어워즈에서 4관왕을 수상했을 정도로 작품성과 화제성을 인정받은 바 있어 화제를 모았고, 한국에서 리메이크한 한국판 '마더'는 언론과 평단, 시청자의 극찬에 힘입어 제1회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CANNESERIES, Cannes International Series Festival) 의 공식 경쟁부문 진출이 확정됐다. 전세계 130여개 작품 중 단 10개 작품만이 경쟁부문에 오르며 그중 마더는 아시아 유일의 작품이다. 오는 4월 7일에는 김철규 PD와 정서경 작가, 이보영, 허율은 칸의 레드카펫을 밟는다.

'마더'는 다양한 모성을 담아내며 호평을 받았다. 모든 이들은 엄마가 되기 위해 태어난 것은 아니며, 모성애 역시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16회 긴 호흡에 담아내며 호평을 받았다. 이보영 역시 드라마의 내용에 크게 공감하며 자신의 육아 역시 힘들었다는 얘기를 털어놨다. 김철규 PD 역시 이보영의 생각과 같았다고. 김철규 PD는 "만드는 사람인 저도 모성이란 것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해보는 계기가 됐다. 그런 면에서 우리 드라마가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긍정정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닌가 싶었다"고 말했다.

김철규 PD는 '모성은 위대하다'는 고정관념에서 깨어나 '모성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싶었다고. 김 PD는 "애초에 '모성은 위대하다'는 이런 전통적인, 드라마에서 많이 다뤘던 얘기를 하려고 했던 것도 아니다. 우리가 모성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그것만은 아니라는 얘기도 하고싶었다. 대표적으론 자영(고성희)을 통해서 했다. 실질적으로 어리고, 전혀 준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호해줄 사람도, 경제적 여건도, 그리고 인간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젊은 사람이 아이를 낳고 혼자 키우게 됐을 때 이런 상황들을 마주하면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힘들테고 자영이처럼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그런 문제들의 경우, 주변에 가족이나 아이 아빠, 그리고 사회적인 시스템이나 국가가 만들어준 안전망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들 담고 싶었던 거다"고 밝혔다.

김철규 PD는 여성중심적인 작품을 주로 연출해왔다. 여성이 주도적으로 나서 감성적인 이야기를 전하는 이야기들을 주로 연출했었단 얘기다. 대표작은 '공항가는길'과 '마더' 등이다. 김PD는 "그런 작품에 정서적으로 끌린다. 상처받고, 비어있고, 굴곡이 있는 그런 역할에 끌리는 것 같다. 남성중심적이고 마초적인 얘기는 불편한 것이 있다. '잘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된다. 한 번쯤은 액션도 해보고 싶은 생각도 들고, 괴기물이나 장르물에도 욕심은 있다. 기회가 되면 해보고 싶지만, 오랜 시간 준비를 해야 될 거 같다. 그래서인지 더 감정적인 드라마가 조금 더 많이 나오게 되는 것 같다. 인간의 공통적인 점이 '감성'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철규 PD는 최근 강한 자극이 있는,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드라마가 유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찾다 보니 그렇게 되는 것 같다. 그런 드라마도 있고, '마더'같은 드라마도 있는 그런 거다. 다양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너무 자극을 위한 자극 같은 부분들은 좀 조심을 해야 되지 않나 싶다"며 촬영 현장의 여건 변화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김 PD는 "무엇보다 최소 3개월을 확보하고 가는 것이 중요한데, 최근 드라마들은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전촬영 기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혼자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대본도 있어야 하고, 제작사가 이 비용을 커버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돼야만 인간적 환경에서 건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휴식과 촬영을 병행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미투 운동'과 성추행 폭로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져봤다. 김철규 PD는 "약간 남성들의 범죄의식이 약했던 것 같다. 범죄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거다. 사실은 그게 범죄인데. 이번 '미투'는 사회가 변화되는 하나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목소리를 냈다.

한편 '마더'는 엄마가 되기엔 차가운 선생님 수진(이보영)과 엄마에게 버림받은 8살 어린 여자 아이 혜나(허율)이 진짜 모녀가 되기 위한 가짜 모녀의 가슴 시린 로맨스를 담았다. '여름향기', '아름다운 나의 신부', '공항가는 길' 등을 연출하며 감성 연출의 대가로 알려진 김철규 PD와 영화 '아가씨'의 갱을 담당했던 정서경 작가가 손을 잡아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이보영과 허율, 이혜영, 남기애, 고성희 등의 열연에 힘입어 시청자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으며 지난 15일 박수를 받으며 퇴장했다.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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