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곤지암' 정범식 감독 "난 호러불감증, 공포 느끼지 못해"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8-03-23 08:40 | 최종수정 2018-03-24 10:13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한국 호러 영화의 자존심, 정범식 감독이 새 영화 '곤지암'으로 다시 한번 마니아를 흥분케 하고 있다.

세계 7대 소름 끼치는 장소로 CNN에서 선정한 공포 체험의 성지 곤지암 정신병원에서 7인의 공포 체험단이 겪는 기이하고 섬뜩한 일을 그린 체험 공포 영화 '곤지암'(정범식 감독, 하이브 미디어코프 제작). 연출을 맡은 정범식 감독이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가진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개봉을 앞둔 소감과 영화 속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전했다.

공포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서 전설적인 작품으로 꼽히는 '기담'(2007)과 옴니버스 영화 '무서운 이야기' 시리즈에서 가장 많은 팬층을 거느리고 있는 '해와 달'('무서운 이야기1'), '탈출'('무서운 이야기2')를 선보이며 한국 호러 영화의 자존심으로 꼽히는 정범식 감독. '기담'을 통해 세련된 연출과 감각적인 미장센으로 평단의 찬사를 한 번에 받은 그가 한국 공포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실험적인 제작방식과 '체험 공포'라는 신선한 장르로 다시 한번 관객을 놀라게 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놀이공원, 체코 세들렉 납골당, 일본 아오키가라하라 숲 등과 함께 2012년 CNN 선정 세계 7대 소름끼치는 장소 중 한 곳으로 선정된 '곤지암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한 '곤자임'은 공간이 주는 위압적인 공포감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개인 방송 생중계' 컨셉트를 채택해 마치 유튜브 채널을 보고 있는 것 같은 형식으로 리얼리티를 극대화 했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배경이 도는 곤지암 정신병원이라는 장소 세팅에 대한 섬세한 연출력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한국 호러 영화의 자존심'으로 꼽히는 정범식 감독은 이날 인터뷰에서 "가장 무서웠던 호러 영화는 뭐냐"는 기자의 질문에 "사실 난 무서움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 답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그는 "난 무서운 게 없다.(웃음) 어떤 호러 영화를 봐도 무섭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이 영화가 공포 영화라는 것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고 어떤 호흡에 어떤 것들이 나올지 아니까 안 놀라는 것 같다. 이게 호러 불감증인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한편으로는 이런 내가 호러 영화를 만들 자격이 있나라는 생각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런 게 장점이 될 때가 있더라. 기존의 호러 호흡에 공포를 느끼지 못하니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 호흡과 템포에 호러 장치를 심어 놓는다. 보통 '지금 이 부분에서 뭔가 튀어나오겠지'라고 생각할 때 그 예상을 벗어나게끔 장치를 하는 거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는 '호러 불감증'인 그는 왜 호러 영화를 만드는 걸까. 이에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덧붙이며 '영화적 유희'에 대해 설명했다. "제가 장손인데, 사촌동생들까지 다 해서 동생이 11명이다. 그중에 넷째가 함께 '기담'은 연출한 정식 감독이고. 이 동생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정말 짖궂은 장난을 많이 쳤다. 장난을 치면서 동생들이 깜짝 깜짝 놀라는 걸 보면서 희열을 느꼈다. 예전에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님이 자신이 만들어 놓은 섬뜩하고 서스펜스 가득한 장면을 보면서 꺅? 대며 웃으셨다는데, 저는 그런 것도 어쩌면 짖궂음의 발현이 아닌가 싶다. 호러 영화를 만들면서 사운드 작업을 하면서 스태프들이 깜짝 깜짝 놀랄 때, 영화를 본 관객들이 놀라는 모습을 보면 마치 어렸을 때 동생들이 놀랐을 때 희열을 느꼈던 것처럼 희열이 느껴진다. 그런 희열이 호러 영화를 놓치 못하게 한다. 그게 영화적인 유희가 아닌가 싶다."

한편, '곤지암'은 1979년 환자 42명의 집단 자살과 병원장의 실종 이후, 섬뜩한 괴담으로 둘러싸인 곤지암 정신병원으로 공포체험을 떠난 7명의 멤버들을 모습을 담은 공포 영화다. 정범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위하준, 박지현, 오아연, 문예원, 박성훈 등이 출연한다. 3월 28일 개봉.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영화사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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