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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우린 방관자였다" 문소리·임순례, 미투 향한 영화계의 반성(종합)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8-03-12 17:35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우리는 가해자거나 피해자였고 또 방관자이자 암묵적인 동조자였다."

12일 오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이하 센터 든든) 개소 기념행사 및 2017년 영화계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희롱 실태조사 결과 발표, 영화산업 내 성폭력 근절 및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배우 문소리, 임순례 감독, 남순아 감독, 채윤희 올댓시네마 대표, 심재명 명필름 대표, 임성환 문화체육관광부 영상콘텐츠 산업과장, 김선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원미경 법무법인 원 변호사가 참석했다.

지난해 미국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행 파문으로 시작된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캠페인이 미국에 이어 국내 연예계에 영향을 미치며 문화·연예계 각종 성 추문 사건이 폭로돼 충격을 안겼다. 특히 영화계는 이현주 감독을 시작으로 조근현 감독, 배우 오달수, 조재현, 최일화, 한재영, 이해영 감독, 김기덕 감독까지 충무로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배우와 감독들이 연이어 성 추문 가해자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 영화계 암암리에 이어졌던 성 추문이 '미투'로 인해 마침내 세상에 나왔고 그로 인한 대중의 충격과 불신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이런 파국의 상황에 대해 여성 영화인들은 영화계 올바른 성평등을 위한 센터인 든든을 개소하고 앞으로 영화인들이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대안 마련에 대해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실제로 든든이 발표한 영화계 성평등 환경은 배우, 작가, 스태프 등 영화계 종사자 749명 중 46.1%가 성폭력·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해 충격을 안겼다.

든든의 공동 센터장인 심재명 대표와 임순례 감독은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과 피해자 보호, 그리고 나아가 한국영화계의 성평등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활동을 목표하고 있다"고 든든을 소개했다. 이어 임순례 감독은 "영화계 깜짝 놀랄 만큼 지속적이고 끔찍한 성폭력 환경에 노출돼 영화계를 조용히 떠나갈 수밖에 없었던 동료들이 많다.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무엇보다 '미투' 운동에 대해 다른 이슈를 덮기 위한 공작설, 진보 진영을 분열하기 위한 꼼수 등의 잡스러운 이론들이 있는데 우려가 된다. 성이 평등한 사회는 한국 사람 모두가 꿈꾸는 가장 바람직하고 유일한 길이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문소리의 발언이었다. 여배우 대표로 든든 개소식에 참석한 문소리는 "그동안 '미투' 운동을 지켜봤고 그러면서 굉장히 힘들었다. 몸과 마음이 아팠다. 실제 내 주변의 많은 동료와 선후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며 "우리는 가해자거나 피해자거나 방관자였거나 암묵적인 동조자였다. 이런 사람들이었음을 영화인 전체가 인정해야할 것 같다. 몇몇 피해자들의 문제가 아니다. 전체의 문제다. 서로 인정하고 반성하는 마음으로 문제를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질 때가 됐다. 나 역시 든든을 통해 여성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 보탬이 되고 싶다"고 일침을 가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든든 개소 토론회는 '미투'로 한창 뜨거워진 한국 영화계에 가장 필요한 주제를 던짐으로서 반성과 참회의 메시지를 전했다. 또한 미래를 위한 개선에 논하며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화계 중요한 과제인 성평등 환경 조성에 관한 구체적인 점검과 실제적인 토론을 통해 다시는 이런 끔찍한 폭로전이 이어지지 않길 바라는 영화인들. 고여서 썩은 물이 마침내 흐르기 시작했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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