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미투'①] 사과·고백·부인·침묵·반박...성추문 대응 5인5색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8-02-26 15:15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남자 배우들의 연이은 성추행 의혹으로 연예계가 시끌시끌하다.

그러나 성추행 의혹에 대한 배우들의 대응 방법은 가지각색이다. 즉각 혐의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쪽이 있는 한편,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거나 변명으로 일관하는 쪽도 있다.


조재현-최일화, 즉각사과

조재현은 23일 배우 최율의 SNS 폭로로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됐다. 이에 조재현은 24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반성보다 치졸한 생각으로 시간을 보냈다. 과거의 무지몽매한 생각과 오만하고 추악한 행위들과 일시적으로나마 이를 회피하려던 내 자신이 괴물 같고 혐오감이 들었다. 고백하겠다. 잘못 살았다. 30년 가까이 연기 생활을 하며 동료 스태프 후배들에게 실수와 죄스러운 말과 행동을 많이 했다. 큰 상처 입은 피해자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 모든 걸 내려놓겠다. 정말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성추행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이후 조재현은 출연 중이었던 tvN '크로스'에서 예정보다 빨리 하차하게 됐다. 또 교수로 재직 중이었던 경성대학교 예술종합대학 영화학과에 25일 사표를 제출했다. 이와 함께 2009년부터 맡았던 DMZ 국제다큐영화제 집행위원장 자리에서도 사퇴할 예정이다.

25일에는 최일화의 양심고백이 뒤따랐다. 최일화는 자신의 성추행 혐의를 자백했고, "2차 피해를 우려해 고백하게 됐다"고 경위를 밝혔다.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는 뜻을 전한 그는 한국연극배우협회장 직을 내려놓고 출연 예정이었던 MBC 수목극 '손 꼭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에서도 하차, 자숙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오달수-곽도원, 강력부인

곽도원과 오달수는 성추행 혐의에 대해 강력 부인했다.


곽도원은 25일 한 네티즌이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연희단패거리 출신 A씨의 성희롱과 폭행'이라는 글을 게재하며 성추행 의혹에 휘말렸다. 이 네티즌은 'ㄱㄷㅇ'란 초성을 가진 배우와 7~8년 전 함께 공연을 했을 때 이 배우가 동료들을 희롱하고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곽도원을 용의자로 지목했다. 그러나 곽도원 측은 "성추행 의혹은 사실 무근이다. 곽도원은 일찌감치 연희단패거리를 나왔다. 작성자는 7~8년 전 공연을 함께한 배우라고 했는데, 곽도원은 당시 영화 '황해' 촬영 중이었다"고 적극 해명했다.

곽도원이 즉각 대응에 나섰다면, 오달수는 일주일 여에 걸쳐 혐의를 부인했다. 오달수의 성추행 의혹은 한 인터넷 댓글을 통해 시작됐다. 한 네티즌은 이윤택 연출가의 기사 댓글로 "90년대 부산ㄱ소극장. 어린 여자 후배들 은밀히 상습적 성추행 하던 연극배우. 이 연출가가 데리고 있던 배우 중 한명. 지금은 코믹 연기하는 유명한 조연 영화배우. 저는 끔찍한 짓을 당한 충격으로 20년 간 고통받으며 정신과 치료받고 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지금은 유명한 코믹 연기 조연 영화 배우다. 90년대 초반 이 연출가가 부산가마골소극장을 비웠을 때 반바지 속으로 손을 넣어 손가락으로 그 곳을 함부로 휘저은 사람이다. 내게는 변태 성추행범일 뿐"이라고 폭로했다. 이러한 댓글이 등장한 것은 19일이었으나 오달수의 실명은 23일 처음 공개됐다. 그리고 오달수 측은 실명 공개 전후로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은 것은 물론, 외부와의 연락을 모두 차단했다. 그러다 26일이 되어서야 "30년 전, 20대 초반으로 돌아가 차분히 스스로를 돌이켜 봤지만 그런 행동을 한 적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조민기, 부인하려다 변명

성추문의 시초가 됐던 조민기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그러나 그의 대응에 분개한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폭로를 이어가며 조민기의 해명은 변명으로 전락했다.

조민기는 20일 자신이 부교수로 재직중이던 청주대학교에서 여학생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당시 조민기 측은 "성추행 및 중징계는 명백한 루머로 엄중 대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조민기의 당당함은 오히려 피해자들의 코털을 건드리는 계기가 됐다. 연극배우 송하늘, 청주대 졸업생 김 모양 등은 실명까지 공개하며 피해사실을 고백했다. 이들에 이어 수많은 학생들도 성추행 피해사실 폭로에 동참했다. 이들의 입에서는 "조민기는 캠퍼스의 제왕이었다", "오피스텔에서 학생들에게 술을 먹이고 성관계에 관련한 이야기를 하며 성적 수치심을 줬다", "노래방 등에서 술에 취해 강제적인 신체 접촉을 했다", "일본 동반 여행을 제안했다", "샤워할 때 등을 밀어달라고 했다"는 등 충격적인 이야기가 쏟아져나왔다. 청주대 11학번 학생들은 학과장이었던 조민기의 성추행에 대해 "우리는 피해자를 지지하고 응원하며 2차 가해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그러자 조민기 측은 "증언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라고 입장을 바꿨다.

그럼에도 조민기는 여전히 가슴으로 연기하라는 '조언'을 하기 위해 학생의 신체를 터치했고, '격려'차 학생들을 안아줬으며, 오피스텔에서 학생들과 술자리를 가진 것은 맞지만 불순한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또 피해자들의 폭로에 대해서도 "딸 같은 아이들에게 어떻게 그런 일을 하겠나", "학교 측의 음해"라고 변명했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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