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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긴 머리를 자르고 숏 커트로 변신했다. 그리고 첫 작품 '막영애'로 '터닝포인트'를 만났다. 바로 베일에 싸인 배우, 손수현의 이야기다.
"정말 이렇게밖에 표현을 못하는 게 너무 슬퍼요. 현장을 떼어내서 보여드리고 싶어요. 말로 하면 표현이 진부해지잖아요. '정말 좋았어요' 이렇게만 말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정말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게 도와주시고 정말 행복했어요. 제가 하고 싶은대로 놔주셔서요. 사실 '막영애'는 10년을 넘게 출연진이 바뀌지 않고 계속된 드라마잖아요. 그런 드라마가 흔치도 않고요. 그런데 제가 그 호흡에 괜히 누를 끼치지 않을까에 대한 걱정은 있던 거 같아요. 잘 섞이지 않으면 없으니만 못한 캐릭터일 거 같아서요. 그런데 정말 편하게 대해주셨죠. 10년 동안 계속될 수 있는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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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영애'에 들어가기 전 숏컷으로 머리도 자른 손수현이다. '막영애' 때문에 머리를 자른 것은 아니지만, '변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지금까지 긴 머리에 사랑스러운 모습으로만 기억되는 자신의 이미지에 '발랄함'을 하나 더 주고 싶었다는 그다. 길었던 머리를 자르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과감해지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어려운 것도 아닌 법. 손수현은 짧은 숏커트로 변신하며 발랄하고 귀여운 이미지를 획득했다.
"그냥 자르고 싶었어요. 머리를 기르다 보면 자르고 싶고, 짧으면 또 기르고 싶잖아요. 그리고 사실 머리가 긴 이미지에 갇히는 기분이 들기도 했고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제 머리카락이 짧은 모습을 상상을 못하시는 거 같았어요. 그래서 한 번 잘라봤죠. 이미지 변신이라고 하시는데, 네 성공한 거 같아요. 하하. 머리가 길 때는 사람들이 저를 보고 '까칠할 거 같다'거나 '청순할 거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셨거든요. 물론 그 부분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더 그런 모습보다는 밝은 모습도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에요. 이게 더 편안한 모습인 거 같아요. 저 스스로한테도요."
손수현은 확실히 변했다. 과거 조금 더 생각도 많고, 직설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그였지만 지금은 조금 더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 많은 상태였다. 질문을 던지고 답이 돌아오는 시간이 전보다 늘었고, 그만큼 속으로 생각하는 시간도 길어졌다. 손수현은 이 변화를 '나이가 들며 성격이 변한 거 같다'는 이유로 설명했다.
"제 성격이 변한 거 같아요. 겁이 많아진 거 같고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좀 복합적이에요. 스트레스는 무슨 일을 하든 당연히 받지만, 하루 하루를 살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에 조금 더 다양하게 접근하게 되는 거 같아요. 또 그렇게 하고 싶고요. 그러다 보니까 제 스스로도 좀 조심하게 되는 거죠. 말도 그렇고요. 제가 쉽게 판단해서 실수를 하고 싶지도 않고, 또 그로 인해 제 모습을 판단 당하고 싶지도 않아요. 남을 판단하고 싶지도 않고요. 그래서 조금 더 경계하면서, 조심스럽게 말하게 되는 거 같아요."
'변화' 덕분인지 손수현도 연기를 하며 시청자들과 대중의 반응을 살펴보고 참고하게 됐단다. 고집을 가지고 밀고나가는 것보다는 대중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에게 향한 이야기들을 모두 수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 손수현은 대중뿐만 아니라 지인들에게도 '도움이 될 이야기를 많이 해달라'고 부탁한다.
"제 스스로 욕심을 가지고 고집을 가지고 해나가야 하는 부분들도 있지만, 제가 놓치고 있는 부분들도 있으니 도움이 될 이야기들을 많이 듣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캐릭터를 만났을 때 기본적으로 생각도 하고, 이해가 안되는 지점들에 대해서도 친구들에게 말을 해달라고 하고요. 그렇게 들은 얘기들로 제 생각을 침범하지 않는 그런 범위에서 얘기를 많이 받아들이는 거 같아요. 어느 쪽으로든 편협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아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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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같은 말이지만, 제가 너무 부족한 상태에서 일을 시작했고. 그래서 스스로 부끄러웠거든요. 그래서 나름대로 고민하는 시간도 가졌고요. 이게 이론적으로 배운다고 하더라도 현장에 나가면 실제와는 많이 달라요. 여유도 없고, 또 제가 주눅이 들어있으니 볼 수 있던 것도 안 보이고 그래요. 그래서 카메라 동선도 제가 정하고 그랬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동안 저는 참 이기적이었던 거 같아요. 많은 것을 못 봤기에 상대를 배려하지도 못했고요. 이렇게 배려하는 방법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이런 게 배려구나' 이런 것도 배우고요. 그 거에 먼저 익숙해져야 제가 자유롭게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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