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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MBC 주말특별기획 '돈꽃'을 마무리한 배우 장혁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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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은 엮여서 나가는 거다. 대부분 보면 차태현 김종국 홍경인 수로형이 있다. 그렇게 해서 나가는 경우지 자발적으로 나가는 경우는 없다. 오히려 그래서 좋더라. 친한 사람과 있으면 누구나 허당기가 있다. 항상 친한 사람이 하나씩 있기 때문에 진짜 나를 보여줄 수 있다. 사람은 양면성이 있다. 그건 배우에게 도움이 디는 거다. 위트도 진지함이 같이 있다는 건 도움이 된다. 그것 때문에 출연하는 건 아니다. 친한 사람이 없으면 멋있는 척 해야 해서 어렵다. 그런데 오래 본 사람들에겐 편한 자기만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TJ가 흑역사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는 남자배우들이 뮤직비디오를 찍는 건 연기적인 측면으로 들어가야 했다. 가수의 뮤직비디오를 찍어 이미지메이킹을 했었다. 한톤을 갖고 있는 연기자가 뮤직비디오를 통해 다양성을 가질 수 있는 시기였다. 당시에 아웃사이더 적인 역을 많이 해서 다른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프로젝트 앨범을 하게 된 거다. 8개의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그를 통해 배우로서 가보자고 하는 게 주 목적이었다. 노래를 그렇게 잘하지 못하니 랩을 하게 됐다. 원래는 방송을 할 생각이 없었는데 출연을 안하면 뮤직비디오를 틀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한달 반 활동 하고 TJ무대는 안했다. 가수 할 생각은 1%도 없었다. 이미지 메이킹을 만들기 위해 했다. 이 얘기를 십년 째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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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역사를 생각해본 적은 있다. 굉장히 긍정적이라 힘들어도 힘들다고 생각 안한다. 지금까지 느낀 것 중 하나는 촬영하는데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백가지가 넘는다. 거기에서 버텨야 하는 한가지 이유를 찾는 게 중요하다. 그게 끝나는 순간 너무 좋다. 그런 걸 좋아해서 현장에 많이 나가는 것 같다. 힘들고 짜증나는 하루가 나쁘진 않다. 그리고 포텐이 터지면 너무 좋다. 그게 없으면 이쪽 일을 쉽게 못할 것 같다. 이미숙 선배나 선우재덕 선배 이순재 선배님을 보며 느낀 뜨거움이 그런 거 같다. 그런 선배들을 만나면 더 뜨거워진다. 사실 매 순간이 슬럼프다. 어쨋든 풀어야 한다. 순간의 답답함과 짜증이 치밀고 우중충하기도 한데 이 자체가 갖고 있는 액티브함이 있다. 여기에서 오는 즐거움이 있는 것 같다. 큰 발전을 원하진 않는다. 조금씩 나아지고 싶다."
장혁은 자기관리가 철저한 배우로도 유명하다. 쉬는 시간이면 운동을 하며 자신을 가다듬는다. 대표적인 '모범생'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겁이 많아서 그렇다. 확 놔버리면 되는데 항상 뭔가를 준비해야 한다. 대신 작품 외적인 시간에는 가족들이랑 많이 보내려 한다. 아이가 셋이니까 선택사항이 아니라 당연히 해야되는 일이다. 배우로서 해야하는 순간에는 아내가 잘 배려해준다. 나는 공개되는 직업을 갖고 익숙해졌다. 아이들은 그런 직업을 가져갈지 어떨지 모르니까 그 선택사항을 남겨두는 거다. 얼굴이 공개되면 장단점이 있다. 그건 아이들의 몫으로 남겨놔야 할 것 같다. 본인이 연예인을 하고 싶다고 하면 거절하진 않는다. 단 적극적으로 권유하진 않는다. 내가 봤던 일이 쉬운 직업은 아닌 것 같다. 그런 사람도 괜찮은 사람도 많았다. 아이가 생각을 갖고 자기가 가고 싶은 길이 정확히 서있지 않다면 권유할 수 없을 것 같다. 자기가 가져가고 싶은 것이 뜨겁지 않으면 쉽지 않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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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된 작품으로 친다면 '추노' '명랑소녀 성공기' 등 몇 개가 있다. 그게 인생작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DVD 컬렉션을 좋아한다. 그 시기의 내 모습과 생각이 담겨있다. 한작품씩 할 때마다 막연하게 한 적은 없다. 정말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했다. 모든 작품은 다 좋다. 특별히 좋아하는 건 '불한당'이다. 드라마 성적이 좋았는데 5%를 넘지 못한 첫 작품이다. 시청률을 포기하고 우리끼리 즐겨보자고 하다 보니 말도 안되게 연기가 잘 되더라. 뭔가를 놔버리니까 계기가 된 것 같다. '고맙습니다'는 군 제대 후 첫 작품이었는데 이런 작품도 할 수 있구나 싶었다. 그렇게 의미 있는 작품은 있다."
아직도 장혁은 뜨겁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 도전하려 하고 정형화된 것에서 탈피하기 위해 고뇌한다.
"작품 프로듀싱을 해보고 싶다. 작품을 개발해서 출연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다면 좋지 않을까 싶다. 외국에도 그런 일이 많고 마동석 형도 그렇게 하고 있지 않나. 재미있을 것 같아 한번 노력해보고 싶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제공=싸이더스H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