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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④] 장혁 "TJ 흑역사 아냐, 배우 활동위한 빅피처"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8-02-08 11:24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MBC 주말특별기획 '돈꽃'을 마무리한 배우 장혁을 만났다.

장혁은 1997년 SBS '모델'로 데뷔, '학교' '명랑소녀 성공기' '고맙습니다' '추노' '뿌리깊은 나무' 등 수많은 히트작을 만든 장본인이다. 그렇게 정상의 위치에서 20년이 넘는 시간을 살아낸다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이다. 더욱이 장혁은 거의 쉽 없이 작품을 선택하는 배우 중 하나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가진다.

"제일 큰 전환점은 군대였다. 군 제대 하고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고 그러면서 30대가 됐다. 40대가 되면서 그때와 다른 지점이 왔다. 계속해서 조금씩 달라지지 않았나 싶다. 나는 쉬면서 작품을 선정하고 준비하고 이전의 캐릭터를 흘려보내는 시간이 남들보다는 좀 빠른 것 같다. 내 리듬감에서는 지금 나이에 좀더 많은 작품을 해서 인프라를 많이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하며 스펙트럼을 넓혀놔야 지금보다 나이가 들었을 때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현장을 많이 찾는 것 같다. 올해 복싱을 하게 됐는데 전적이 많은 선수가 훈련도 잘하더라. 그래서 두려운 게 그만큼 많이 노출된다는 거다. 새로운 부분을 찾아야 한다는 부담도 있지만 배우로서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그렇게 깨져보기도 하고 보완해서 나아가기도 하고 그래야 한발 한발 나가지 그러지 않으면 계속 정체되어 있을 것 같다. 그러기 보다는 욕 들으면서라도 나아가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장혁은 MBC '진짜 사나이' 등의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와 만나기도 했다. 의외의 허당스러운 모습에 시청자는 장혁의 새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예능은 엮여서 나가는 거다. 대부분 보면 차태현 김종국 홍경인 수로형이 있다. 그렇게 해서 나가는 경우지 자발적으로 나가는 경우는 없다. 오히려 그래서 좋더라. 친한 사람과 있으면 누구나 허당기가 있다. 항상 친한 사람이 하나씩 있기 때문에 진짜 나를 보여줄 수 있다. 사람은 양면성이 있다. 그건 배우에게 도움이 디는 거다. 위트도 진지함이 같이 있다는 건 도움이 된다. 그것 때문에 출연하는 건 아니다. 친한 사람이 없으면 멋있는 척 해야 해서 어렵다. 그런데 오래 본 사람들에겐 편한 자기만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올 때마다 회자되는 것 중 하나가 장혁의 TJ 시절이다. 2000년 'TJ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가수 활동을 했던 것. 이 시절을 두고 사람들은 흑역사라 부르기도 하고 흥미를 보이기도 했었다.

"TJ가 흑역사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는 남자배우들이 뮤직비디오를 찍는 건 연기적인 측면으로 들어가야 했다. 가수의 뮤직비디오를 찍어 이미지메이킹을 했었다. 한톤을 갖고 있는 연기자가 뮤직비디오를 통해 다양성을 가질 수 있는 시기였다. 당시에 아웃사이더 적인 역을 많이 해서 다른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프로젝트 앨범을 하게 된 거다. 8개의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그를 통해 배우로서 가보자고 하는 게 주 목적이었다. 노래를 그렇게 잘하지 못하니 랩을 하게 됐다. 원래는 방송을 할 생각이 없었는데 출연을 안하면 뮤직비디오를 틀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한달 반 활동 하고 TJ무대는 안했다. 가수 할 생각은 1%도 없었다. 이미지 메이킹을 만들기 위해 했다. 이 얘기를 십년 째 하고 있다."


그렇다면 장혁의 흑역사는 뭘까. 슬럼프는 없었을까.


"흑역사를 생각해본 적은 있다. 굉장히 긍정적이라 힘들어도 힘들다고 생각 안한다. 지금까지 느낀 것 중 하나는 촬영하는데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백가지가 넘는다. 거기에서 버텨야 하는 한가지 이유를 찾는 게 중요하다. 그게 끝나는 순간 너무 좋다. 그런 걸 좋아해서 현장에 많이 나가는 것 같다. 힘들고 짜증나는 하루가 나쁘진 않다. 그리고 포텐이 터지면 너무 좋다. 그게 없으면 이쪽 일을 쉽게 못할 것 같다. 이미숙 선배나 선우재덕 선배 이순재 선배님을 보며 느낀 뜨거움이 그런 거 같다. 그런 선배들을 만나면 더 뜨거워진다. 사실 매 순간이 슬럼프다. 어쨋든 풀어야 한다. 순간의 답답함과 짜증이 치밀고 우중충하기도 한데 이 자체가 갖고 있는 액티브함이 있다. 여기에서 오는 즐거움이 있는 것 같다. 큰 발전을 원하진 않는다. 조금씩 나아지고 싶다."

장혁은 자기관리가 철저한 배우로도 유명하다. 쉬는 시간이면 운동을 하며 자신을 가다듬는다. 대표적인 '모범생'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겁이 많아서 그렇다. 확 놔버리면 되는데 항상 뭔가를 준비해야 한다. 대신 작품 외적인 시간에는 가족들이랑 많이 보내려 한다. 아이가 셋이니까 선택사항이 아니라 당연히 해야되는 일이다. 배우로서 해야하는 순간에는 아내가 잘 배려해준다. 나는 공개되는 직업을 갖고 익숙해졌다. 아이들은 그런 직업을 가져갈지 어떨지 모르니까 그 선택사항을 남겨두는 거다. 얼굴이 공개되면 장단점이 있다. 그건 아이들의 몫으로 남겨놔야 할 것 같다. 본인이 연예인을 하고 싶다고 하면 거절하진 않는다. 단 적극적으로 권유하진 않는다. 내가 봤던 일이 쉬운 직업은 아닌 것 같다. 그런 사람도 괜찮은 사람도 많았다. 아이가 생각을 갖고 자기가 가고 싶은 길이 정확히 서있지 않다면 권유할 수 없을 것 같다. 자기가 가져가고 싶은 것이 뜨겁지 않으면 쉽지 않은 길이다."


20여 년 간 수많은 히트작을 만들어낸 장혁이다. 그의 인생작은 뭘까.

"잘된 작품으로 친다면 '추노' '명랑소녀 성공기' 등 몇 개가 있다. 그게 인생작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DVD 컬렉션을 좋아한다. 그 시기의 내 모습과 생각이 담겨있다. 한작품씩 할 때마다 막연하게 한 적은 없다. 정말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했다. 모든 작품은 다 좋다. 특별히 좋아하는 건 '불한당'이다. 드라마 성적이 좋았는데 5%를 넘지 못한 첫 작품이다. 시청률을 포기하고 우리끼리 즐겨보자고 하다 보니 말도 안되게 연기가 잘 되더라. 뭔가를 놔버리니까 계기가 된 것 같다. '고맙습니다'는 군 제대 후 첫 작품이었는데 이런 작품도 할 수 있구나 싶었다. 그렇게 의미 있는 작품은 있다."

아직도 장혁은 뜨겁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 도전하려 하고 정형화된 것에서 탈피하기 위해 고뇌한다.

"작품 프로듀싱을 해보고 싶다. 작품을 개발해서 출연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다면 좋지 않을까 싶다. 외국에도 그런 일이 많고 마동석 형도 그렇게 하고 있지 않나. 재미있을 것 같아 한번 노력해보고 싶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제공=싸이더스H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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