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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 쇼뮤지컬의 모든 것, '킹키부츠'가 돌아왔다

김형중 기자

기사입력 2018-02-08 11:37


◇1막에서 롤라(정성화·가운데)가 '섹스 이즈 인 더 힐(Sex is in the hill)을 부르는 장면. 사진제공=로네

언제봐도 즐거운 뮤지컬 '킹키 부츠'가 돌아왔다. 2014, 2016년에 이은 세번째 무대다.

동명의 영국 영화(2005)를 원작으로 한 '킹키 부츠'는 1980년대 최고의 팝스타 신디 로퍼가 작곡과 노랫말을 맡고, 하비 피어스타인이 극본을 써 2010년 시카고에서 프리뷰를 가졌다. 약간의 수정을 거쳐 2013년 브로드웨이에 입성, 토니상을 휩쓸며 대성공을 거둔 뒤 2014년 국내 첫 무대를 열었다.

신발 제조사 '프라이스 앤 선'을 물려받은 주인공 찰리가 경영난 타개를 위해 드랙퀸 (Drag queen · 여장 남자) 롤라와 의기투합해 틈새 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상품, 킹키 부츠(kinky boots)를 탄생시키기까지의 과정을 코믹하게 그린다.

'뮤지컬에는 공식이 있다'는 말이 있다. 그런 점에서 '킹키 부츠'는 '42번가'로 대표되는 브로드웨이 쇼뮤지컬의 문법을 정교하게 적용한 작품이다. 인간애를 바탕으로 한 단순명료한 주제('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에 해피엔딩 스토리를 담고, 사이사이에 화려한 볼거리(롤라와 엔젤들의 클럽쇼, 패션쇼)를 넣어 150분이 후딱 지나간다.

주제와 스토리가 명확하면 캐릭터들도 덩달아 살아나는 법. 주인공 찰리를 중심으로 반전 매력의 드랙퀸 롤라와 명랑하면서 강인한 여직원 로렌, 의외의 열쇠를 쥔 '마초남' 돈 등의 개성이 충돌하면서 배우들의 개인기와 매력이 분출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초반 심심하게 진행되던 드라마는 롤라의 화려한 등장과 함께 단번에 뒤집어진다. 롤라와 여섯 명의 엔젤이 춤추며 들려주는 '랜드 오브 롤라(land of Lola)'는 이 작품에서 최고의 에너지를 갖고 있는 넘버다. 유혹적인 빨간 드레스만큼이나 강렬한 기운을 순식간에 객석에 불어넣는다.


◇기하학적 안무가 돋보이는 '다 함께 외쳐'(Every body say Yeah). 사진제공=로네뜨
여전한 힘으로 무대를 지배하는 롤라 역의 정성화를 보면 '영웅'에서 '장부가'를 부르던 그 배우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든다. 베테랑답다. 롤라를 호위하는 엔젤들(전호준, 박진상, 이종찬, 김준, 김강진, 배나라)은 '킹키 부츠'의 '꽃'이자 이 작품의 또다른 주인공들이다. 남자들이 봐도 '심쿵'할 만틈 치명적인 매력으로 관객들의 넋을 빼놓는다. 여기에 찰리 역의 '꽃미남' 박강현은 안정된 연기력과 가창력으로 균형을 잡고, 로렌 역의 김지우는 말괄량이의 상큼함을 '러블리'하게 보여준다.

신디 로퍼의 음악은 드라마를 따라 흐르며 완급을 조절한다. '랜드 오브 롤라'와 '레이즈 유 업/저스트 비(Raise You Up/Just Be)'은 따라부르기도 쉬워 관객들이 곧바로 흥얼거린다. 뮤지컬 넘버는 역시 쉬운 멜로디의 반복이 핵심이다.


이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제리 미첼의 안무다. 특히 1막 후반부의 '다함께 외쳐(Every body say Yeah)'에서 전 출연진이 꾸미는 군무는 '와~'하는 탄성을 절로 불러일으킨다. 사실 안무는 기하학적 계산이 필요하다. 수많은 배우들의 동선 하나하나가 복잡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착착 돌아가면서 만들어내는 '그림'이 예술이다.

긍정의 메시지를 담은 해피 엔딩 스토리에 개성 강한 캐릭터,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합(合)을 이룬 뮤지컬이 바로 '킹키 부츠'다. 찰리 역에 김호영 이석훈 박강현, 롤라 역에 정성화 최재림, 로렌 역에 김지우. 돈 역에 고창석과 심재현 등이 나선다. 4월 1일(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CJ E&M 제작.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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