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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MBC 드라마PD가 성추행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영화계를 뒤흔든 성추문 사건에 이어 방송가까지 상습적인 성추행 문제가 있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 성추행은 사회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워낙 민감한 사안인 만큼 사회적인 파장은 크다. 도대체 이런 사건은 왜, 어떻게 벌어진 것일까. 앞으로 이 사건은 어떤 국면을 맞게 될까.
방송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인기리에 방송된 MBC 드라마PD A씨가 영상 편집 기사 B씨를 성추행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B씨는 영상 편집 작업을 하던 중 잠에 들었고, 이때 편집실에 들어온 A씨가 B씨를 성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B씨 뿐 아니라 추가 피해자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사건은 쉽게 진화되지 않을 전망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A씨는 B씨 외에 보조출연자를 성추행했고, 이 때문에 피해를 당한 보조출연자가 촬영장에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할말 없다" vs "엄중대처"
MBC의 입장 또한 강경하다. A씨에 대해 B씨와 있었던 사건의 사실 관계를 정확히 확인하는 한편 추가 피해에 대해서도 진실 규명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MBC는 "드라마PD의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MBC는 지금까지 성추행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해왔다. 이번 사안도 동일한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해당 사건은 지난 경영진 재임 시기에 발생한 사건으로 발생 당시 제대로 조사되지 않았다. 현 경영진은 사건을 인지한 직후 가해자로 지목된 PD를 대기발령 냈으며 진상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안의 엄중함을 고려해 광범위하고 철저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조사 결과가 나오는대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피해자 보호를 당부했다. MBC는 "피해자가 피해 사실 진술 당시부터 심리적 불안함을 호소하고 있어 2차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와 동시에 추가로 피해 의혹을 제기한 건에 대한 조사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 과도한 취재는 자제해 달라. MBC는 직장내 다른 성범죄가 더 없는지 확인해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며 앞으로 재발 방지를 위한 강력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그리 따뜻하지 않다. MBC 드라마PD의 성추문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3년 전에도 아침드라마를 연출하던 PD가 성추행을 해 PD가 교체되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MBC는 "일신상의 이유"라고 둘러댔지만, 속사정은 성추행이었다. 이전에도 드라마 혹은 예능PD의 성추행 사건은 끊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MBC 드라마국 관계자는 "앞서 아침드라마 연출 도중 성추행 의혹에 휘말렸던 PD는 이미 해임조치 됐다. 이번 사건의 경우 아직 조사 중에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뭐라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다만 사건에 대해 명명백백 조사를 해 진상을 규명하고 그에 걸맞은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라고 강조했다.
직장내 성추문은 가장 민감한 사안인 만큼, 방송사마다 사고를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놨다. 정기적으로 성추행 성희롱 성폭행 등과 관련한 교육을 하고, 사내에 감사팀을 만들어 언제든 익명으로 피해사실을 제보하거나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어놨다는 것이 국내 지상파 3사 및 케이블 종편 방송사의 입장이다.
그런데도 왜 이런 사건이 벌어진 것일까.
익명을 요구한 한 방송사 관계자는 "사실 MBC나 A씨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이미 방송업계의 성추행은 오래전부터 있었던 악습이다. 그것이 이제서야 수면 위로 드러났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PD와 외주업체 직원, 혹은 보조출연자는 절대적인 갑과 을의 관계이기 때문에 무리한 요구나 지나친 언행이 있었을 때 거부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고, 무엇보다 PD들이 드라마 제작환경에서 성희롱에 가까운 폭언을 농담이라는 미명하에 쏟아내거나 하는 일은 오래된 악습이라 쉽게 뜯어고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결국 악습이 제대로 뿌리 뽑히지 않으면 이와 같은 사건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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