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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엇게임즈의 문화유산 보호사업이 결실을 맺었다. 라이엇게임즈의 기부금을 활용한 매입 으로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孝明世子嬪 冊封 竹冊)'이 국내로 돌아온 것이다.
이태진 전 국사편찬위원장은 "소실된 것으로 여겨지던 외규장각 소장 죽책의 귀환은 매우 반갑고 놀라운 사건이다. 이 죽책의 발견을 시작으로 해외에 있는 소중한 우리 문화재의 발견과 귀환이 계속되길 기대한다. 문화재 반환에 도움을 준 라이엇게임즈에 감사한다."라며 문화재 반환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해당 유물은 헌종의 어머니인 신정왕후(1808~1890)가 효명세자의 세자빈으로 책봉된 1819년(순조 19년) 당시 수여된 것으로, 전형적인 조선 왕실의 죽책 형식을 엿볼 수 있으며 공예품으로서 뛰어난 예술성을 지닌 왕실 의례 상징물이다. 조선 왕실의 어책과 어보는 조선시대의 정치·경제·사회·문화예술의 시대상을 드러내는 유물로,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죽책은 강화도 외규장각에 소장되던 중 1866년 병인양요 때 불타 없어진 것으로 추정되었으나, 발견 이후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문화재청 등 관련 기관의 강한 환수 의지와 라이엇게임즈의 기부금 마련 및 지원 노력 등 민관의 긴밀한 협력이 이루어져 마침내 고국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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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엇게임즈 이승현 대표는 "매일 100만 명 이상의 유저들이 리그오브레전드를 플레이한다. 이런 분들이 게임을 즐겨주셨기에 문화재 환수를 진행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리그오브레전드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간접적으로 행사에 함께 참여한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밝히며 유저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라이엇게임즈는 지난 2012년 문화재청과 문화재 지킴이 협약을 체결한 후 6년 동안 한국 문화유산 보호 및 지원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43억 원 이상의 누적 기부 금액을 기록했으며, 서울 문묘 및 성균관과 주요 서원 3D 정밀 측량, 조선시대 왕실 유물 보존처리 지원, 4대 고궁 보존 관리 등 중요 문화유산에 대한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행사 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문화재 반환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들어볼 수 있었다. 자리에는 라이엇 게임즈 관계자와 김동현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차장, 서준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사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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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라이엇게임즈가 전액 부담했다.
Q: 해외의 한국 문화재를 보유한 사람들이 문화재 경매 매매가를 높이려는 행위를 할 수 있다. 대처 방안은?
A: 외규장각에 있던 수많은 유물들 중 돌아오지 않고 소재 파악도 되지 않은 것이 많다. 이 죽책도 작년까지 병인양요 당시 불타 없어진 것으로 생각했다. 부정적인 측면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이 죽책이 돌아옴으로 인해 어딘가에 숨어있는 문화재들이 세상 밖으로 나온다면 국민과 나라의 이익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프랑스에서 죽책의 가치를 몰랐기에 형편없는 추정가로 책정됐다. 이런 물건들이 가치가 높다는 것이 알려지면 오히려 숨어있는 물건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Q: 형편없는 추정가는 얼마였는지?
A: 1000유로에서 1500유로 사이다. 판매가는 아니지만 경매사에서 이 정도 가치로 평가했다. 외국 경매사들이 그 가치를 모를 경우 처음 제시액이 낮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Q: 최종 환수 비용은 어느 정도인지?
A: 작품 가격은 16만 유로였으며, 수수료가 3만 5천 유로다. 총 19만 5천 유로가 사용됐다.
Q: 처음 평가 금액보다 높아진 이유는 경쟁자 때문인지?
A: 경매사를 통해 구입했지만 응찰로 구매한 것은 아니다. 문화재청에서 경매 중지를 요청했으며, 프라이빗 세일을 활용했다. 다른 사례를 보더라도 이 정도로 중요한 유물이 나오면 추정가와 상관없이 가격이 많이 올라간다.
경매 시장을 들여다보고 있는 딜러들이 많았다. 그렇기에 경매 중지를 활용해 프라이빗 세일로 구매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실제 구입한 금액도 전문가 평가에 비해 높은 가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Q: 국외 반출 허가를 받기 어렵다고 하셨다. 외교적인 노력이 있었는지?
A: 문화재 반출 허가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기에 외교적인 노력은 특별히 고민하지 않았다.
Q: 라이엇게임즈가 문화재 환수에 나서는 이유는?
A: 회사 내부적인 이익을 생각해 문화재 관련 사회 공헌 활동을 하기로 결정한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어떻게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진행했다. 문화를 만드는 기업이라는 생각을 갖고 한국의 문화유산을 알리고자 문화재청과 협업했다. 게임이 주로 젊은 연령층에서 많이 즐기는 콘텐츠다 보니 문화재를 알릴 수 있는 매개체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진행하게 됐다.
게임인사이트 김동준 기자 kimdj@gam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