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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한국 영화 시장에서 낯선, 아니 황무지와 같았던 좀비물을 성공 궤도에 안착시킨 '이단아' 연상호 감독의 신작이 1월 극장을 찾았다. 이번엔 잘생긴 애 아빠 공유도, 한국형 헐크 마동석도 없다. 여기에 김의성만큼 명존쎄(명치를 매우 세게 때린다)를 하고픈 빌런도 없다. 대신 지극히 평범한 아빠 류승룡과 어딘가 심하게 모자란 빌런 김민재, 그리고 이런 모자란 빌런을 조종하는 영악하고 광적인 빌런 정유미가 연상호 감독과 새 판을 짰다. 전작보다 더 직설적인 연상호 감독의 화법과 류승룡의 코미디가 만났을 때, 한국영화에 다시 한번 지갗동이 일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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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함에 있어 확실히 '부산행'만큼의 파워를 드러낸 '염력'. 하지만 '부산행' 보다 좀 더 직설적인 화법으로 전작과 차이를 뒀다. 직설적이고 파격적인 소재로 만든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만큼 '염력'은 처음부터 끝까지 용산 참사를 떠올리는 스토리와 장면들로 마음을 저릿하게 만든다. 용산 참사의 무게감 때문에 오히려 초능력이란 소재는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던 관객에겐 돌아온 연상호식 직설 화법이 호(好)로 다가오겠지만 '부산행'으로 입덕한 관객에겐 자칫 너무 무거운 이야기로 불(不)로 느껴질 수 있다. 이 대목이 관객의 호불호를 가르는 중요한 포인트로 작용될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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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짐 캐리'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수많은, 다양한 표정 연기를 선보인 류승룡은 리스크가 컸던 초능력 연기도 무난하게 소화했고 '7번방의 선물'(13, 이환경 감독)으로 입증된 부성애를 '염력'에 적절히 녹여냈다. 류승룡 특유의 넉살과 재치로 묵직한 연상호의 세계를 코미디로 중화시키는 점도 인상적이다.
'염력'의 대표 빌런인 김민재, 정유미의 활약도 재미를 더한다. 주인공 신석헌과 신루미(심은경)를 위협하는 민사장 역의 김민재는 부하로 등장하는 태항호와 오묘한 케미스트리를 뽐내는데 이 찰떡 케미가 결코 밉지 않다. 생계를 위협하는 갑으로 보이지만 알고 보면 진짜 갑에 휘둘리는 을이었던 김민재. 마지막까지 짠내를 유발하며 웃음을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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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데뷔 첫 악역에 도전한 정유미는 예고대로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캐릭터로 영화를 집어삼킨다. 그동안 영화, 드라마를 통해 사랑스럽고 순수한 '로코퀸'이었던 정유미는 '염력'에서 사랑스러운 외모와 정반대의 광적인 악역 홍상무로 변신에 성공했다. 심기가 불편할수록 더 쾌활해지는 웃음은 분노를 넘어 섬뜩함을 선사하는데, 단언컨대 정유미 최고의 인생 캐릭터라 평해도 손색이 없다. 단 세 장면밖에 등장하지 않는 홍상무 정유미. '부산행'의 마동석을 뛰어넘는 엄청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렇듯 '염력'은 '부산행'의 좀비만큼 파격적인 판타지의 신기원이다. 과연 연상호 감독의 화법과 류승룡의 코미디가 만나 한국 영화사에 다시 한번 획을 그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편, '염력'은 류승룡, 심은경, 박정민, 김민재, 정유미 등이 가세했고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31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