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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준화 기자] 지원한 학과는 정원미달이었다. 담당 교수의 권유로 박사과정에 지원했고, 직접 사무실로 오겠다 하기에 만났다. 그렇게 면접이 진행되는 줄 알았다. 먼저 편의를 제공해달라고 제안 하거나, '특혜'를 요구하지도 않았다.
이 건은 다시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거시적으로 바라보면 이번 사건은 '대학원 입시의 잘못된 관례'에서 비롯됐다. 그리고 정용화는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졸지에 이 '관례'의 불합리함을 대표하는 케이스가 됐다.
배경을 다시 한 번 살펴보자. 경희대학교 전 교직원이 해당 학과(경희대 대학원 응용예술학과)교수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한다. '연예인 등을 면접 없이 박사과정에 합격시켰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인데, 해당 교수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고, 정용화도 조사를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정용화가 '특혜 연예인'으로 보도 되면서 논란이 커진 것이다.
이 사건이 지적하는 문제의 핵심은 '관례'로 칭하는 '대학원의 세일즈'다. 그런데 이 이슈는 유명인인 '정용화'를 거치면서 '입시 특혜'라는 프레임에 맞춰 보도되고 있다. 이에 비난의 화살도 모두 정용화에게 꽂히고 있는 상황. 정용화가 억울하지는 않을까.
경희대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일은 국내 대학원들의 면접전형이 개별 학과 중심으로 운영되는 시스템 때문에 초래된 것"이라고 인정하며 "이 시스템에서 전형위원으로 참여하는 학과 교수들의 규정 위반을 면밀히 관리·감독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이 부분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자체적으로도 세부 규정의 애매함을 토로하며 학과의 재량임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게 정용화는 '교수의 재량'에 따라 입시 과정을 진행했다. 담당 교수가 박사과정을 제안해 지원했고, 사무실로 찾아오겠다는 교수와 만나 면접을 가졌다. 결과는 추가합격. 학과는 정원 미달로 인원을 추가 모집하는 중이었기에 합격은 당연했다. 그런데 이 '관례' 자체가 문제시 되면서 절차에 따랐던 정용화는 졸지에 '특혜를 받은 연예인'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물론 정용화나 FNC엔터테인먼트에게도 '무지하고, 안일했다'는 잘못이 있다. 이에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대중 앞에 고개를 숙이면서 출연 중이던 프로그램에서 모두 하차한 바다.
확실한 것은 이번 사건이 직시해야할 문제는 '대학원의 세일즈'와 '잘못된 관례'다. 순진하게 이 관례에 따랐던 정용화. 혹시 그도 피해자이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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