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만평] 중국 전통 음악 '국풍' 현대적 재해석한 천애명월도, 중국 문화계 새로운 활력

송경민 기자

기사입력 2018-01-25 09:23





지난 1월 20일 중국 베이징(北京) 천안문광장 회의당에는 '천애명월도' 유저 5천여 명이 모였다. 중국 정부가 전통 음악인 '국풍(國風)'을 기반으로 만든 '천애명월도' 게임 음악을 활용한 음악회 '국풍가년화(굥嘉年?)'를 열었기 때문이다.

전통 음악인 '국풍'에 축제(카니발, carnival)라는 뜻을 지닌 '가년화'를 더한 '국풍가년화'는 2016년 1월 1일 난징(南京) 태양궁극장(太陽宮劇場)에서 처음 열린 음악회다. 당시 행사장에서는 '국풍'으로 꾸며진 다양한 장르 곡이 공연됐고, 코스프레 이벤트와 '천애명월도' 업데이트 소식도 함께 발표됐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국풍가년화'도 지난해처럼 다양한 장르 곡과 코스프레 무대로 꾸며졌다. 다만 게임 업데이트 소식은 발표되지 않고 오롯이 음악회에만 집중했다. 그런 만큼, 눈에 띄게 수준 높은 공연이 진행됐다. 특히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중 하나로 지정된 '쿤취(곤곡, 昆曲)'나 '징쥐(경극, 京劇)'로 '천애명월도' 삽입곡을 재해석한 무대가 관객을 사로잡았다. 이에 따라 이번 '국풍가년화'는 말 그대로 '국풍축제'라고 할 수 있었다.

'국풍'은 동양 고전 사서오경(四書五經) 중 '시경(詩經)'에서 등장한 말이다. '시경'은 공자(孔子)가 주(周)나라 초기인 기원전 1천 년경부터 춘추시대(春秋時代) 초기인 기원전 5백 년경까지 약 500년 동안 유행했던 시가(詩歌, 시와 노래) 305편을 모은 중국 최초 시가집이다. 그중에서도 '국풍'은 당시 일반 백성들이 널리 부른 민간 가요 160편을 따로 칭하는 말로, 생활 감정, 남녀 간 애정, 현실에 대한 비판 등을 표현한 노래다. 최근에는 전통 악기인 금(琴), 실(瑟), 쟁(箏) 등을 활용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음악을 '국풍'이라 부르고 있다.

'시경' 편찬 후 공자는 수록된 곡을 활용한 음악회를 열었다. 백성들이 초청돼 진행된 음악회는 음악이 귀했던 당시 백성들에게는 축제로 기능하기도 했지만, 실력 좋은 악사들이 좋은 곡을 여러 번 들려주고 함께 부르며 가르치고 배우는 수업이기도 했다. 이를 통해 공자는 전통문화를 널리 알릴 수 있었고, 백성들은 노래를 듣고 부르며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었다.

'국풍가년화'도 공자가 열었던 음악회와 그 성격이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중국은 1966년부터 1976년까지 진행된 '문화대혁명(文化大革命)' 때 음악, 미술, 영화, 연극, 소설, 만화 등 문화계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파괴가 이뤄졌다. 이때를 기준으로 5천 년을 이어온 문화는 단숨에 퇴보했고, 4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후유증이 남아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전통 음악을 표방하는 '국풍'은 중국 정부가 나서서 지원할 만큼 중요한 문화 사업으로 여겨진다.

여기에 '천애명월도'가 배경으로 삼은 북송(北宋) 시대는 경제적, 문화적으로 융성했던 시기다. 정치적으로도 안정돼 전 세대인 위진남북조(魏晉南北朝), 수(隋), 당(唐), 오대십국(五代十國) 시대나 후세대인 원(元), 명(明), 청(淸)과 비교하면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던 시대다. 이런 시대이니만큼, '문화대혁명' 이후 퇴색한 중국 문화를 다시 살리려 하는 중국 정부가 '국풍'과 전통을 배경으로 만든 '천애명월도' 음악회에 천안문광장 회의당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 모습은 당연하다고도 볼 수 있다.

'천애명월도'는 무협 소설가 고룡 원작 소설 '천애명월도' IP를 활용해 텐센트 오로라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PC MMORPG다. 북송 시대를 배경으로 탄탄한 스토리와 광활한 오픈 월드, 사실감 넘치는 무협 액션을 구현했다. 지난 2016년 7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매출 10위권을 꾸준히 유지하며 흥행하고 있다. 한국 서비스는 넥슨이 담당하며, 1월 25일 정식 출시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국풍' 음악은 전통적인 맛과 현대적인 멋을 결합한 장르로 평가받고 있어 중국 정부에서도 관심을 가지는 문화 콘텐츠다"라며 "특히 '국풍'을 소재로 음악을 만든 '천애명월도'는 종합 문화 콘텐츠인 게임인 만큼, 젊은 층에 어필하며 '문화대혁명' 이후 붕괴한 중국 문화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그림 텐더 / 글 박해수 겜툰기자(gamtoon@gam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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