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 잘 나가던 '흑기사', 진짜 주인공은 서지혜였던가요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8-01-11 09:07 | 최종수정 2018-01-11 15:42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KBS2 수목극 '흑기사'의 주인공은 대체 누구일까.

잘 나가던 '흑기사'가 분량 배분 미스로 시청자의 원성을 사고 있다. '흑기사'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위험한 운명을 받아들이는 순정파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던 드라마다. 그래서 시청자는 전생부터 현생까지 이어지는 문수호(김래원)와 정해라(신세경)의 애달픈 사랑과 운명에 포커스를 맞출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됐다. 그런데 극이 진행될수록 초점은 샤론(서지혜)에게 맞춰졌다. 물론 샤론이 문수호와 정해라의 사랑을 방해하는 핵심 장애물이기에 비중이 클 수밖에 없지만, 아예 주인공 커플의 서사가 사라질 정도로 무게 중심이 샤론에게 옮겨지며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는 것.

10일 방송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방송에서는 샤론이 문수호와 정해라의 집에 들어가 기묘한 동거를 시작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샤론은 정해라에게 물을 떠달라는 등 황당한 요구를 늘어놨고, 문수호를 유혹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문수호는 흔들리지 않았고 되려 정해라에게 프러포즈했다.

문수호의 프러포즈로 시청자의 짜증이 조금 가라앉긴 했지만 여전히 '흑기사'는 샤론의 미저리 같은 행각에 중점을 맞추고 있는 분위기다. 샤론이 어떤 식으로 문수호-정해라 커플을 갈라놓으려 하는지, 샤론이 어떤 서사를 갖고 있는지, 샤론과 장백희(장미희)의 공생 관계는 어떻게 흘러가는지 등 '기승전 샤론' 식의 전개를 보이고 있다. 이왕 노선을 샤론 스토리로 잡았다면 차라리 철저하게 나쁜 악녀가 되어야 할텐데 어설픈 잔꾀만 부리는 모습만 반복되다 보니 극이 늘어지는 느낌을 받게 됐다.

그런가 하면 정작 메인이 되어야 할 문수호와 정해라의 비중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이들의 이야기는 샤론의 엽기 행각에 가려져 좀처럼 보이지 않고, 키스신이나 프러포즈신 같은 러브신만 주구장창 등장하고 있다. 김래원과 신세경이 허술한 스토리를 연기력으로 커버하고 있긴 하지만, 주인공 비중이 흔들리다 보니 전체적으로 스토리가 산만한 느낌이 들고 긴장도가 떨어진 것이 서실이다.

실제로 이날 방송된 '흑기사'는 시청률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방송된 '흑기사'는 9.8%(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에 그쳤다. 이는 지난 방송분(10.6%)보다 0.8% 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동시간대 방송된 SBS '이판사판'(6.5%, 7.6%)과 MBC '로봇이 아니야'(3.0%, 4.0%)가 워낙 저조한 기록을 낸 탓에 '흑기사'는 시청률 1위 자리를 지키는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다음주부터는 '이판사판'이 끝나고 고현정을 톱으로 내세운 '리턴'이 출격하는 만큼 시청률 왕좌를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물론 서지혜는 예쁘다. 그러나 시청자가 정말 보고 싶은 건 김래원과 신세경의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걸 자각할 때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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