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트렌드를 움직이는 사람들, 방송·예술·라이프·사이언스·사회경제 등 장르 구분 없이 곳곳에서 트렌드를 창조하는 리더들을 조명합니다. 2017년 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에디터들이 100명의 트렌드를 이끄는 리더들의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그 쉰두 번째 주인공은 재미있는 패션/뷰티를 위해 힘쓰는 '톡투허(Talk-to-Her)' 대표 조이스 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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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양지윤 기자] 올리브영 강남 플래그십 스토어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대형 스크린이다. 그저 제품 홍보 영상을 띄우기 위해 만든 것은 아니다. 사람 개개인이 갖는 아름다움, 나만의 뷰티, 개성 있는 아름다움을 돋보이도록 하는 게 스크린의 존재 이유다. 이를 기획한 패션뷰티 컨설팅 에이전시 톡투허 대표 조이스 리는 이렇게 말한다.
뷰티는 재미있어야 한다… 이런 생각은 뷰티 업계에 몸담고 있는 이라면 한 번쯤 떠올려 봤거나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지나칠 법 하다. 그러나 어쩌면 너무 당연한 명제를 창업 모토로 삼고, 실재하는 어떤 것으로 만드는 능력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선물이 아니다. 조이스 리는 이 업계에서 이제 막 그 선물 포장을 뜯은, 각광 받는 컨설턴트다.
그는 요즘 국내외 굵직한 브랜드와 K뷰티 마케팅을 펼치면서 이름을 알리고 있다. 머리 속에 자리잡은 '뷰티는 재미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국내외 굵직한 뷰티 브랜드가 그를 찾게 만들고 있다. 1000번째 스토어를 연 올리브영도 그 중 하나. 셀럽스픽은 트렌드100 52번째 손님으로 톡투허 조이스 리 대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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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게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뉴욕에서 거주하는 코리안 어메리칸 조이스 리 입니다. 지금은 컨설팅 회사 톡투허를 운영하고 있어요.
-회사 이름이 특이해요. 톡투허(Talk-to-Her)!
회사 이름이 '톡투허'가 된 건 평소 제 신조와 일맥상통해요. 말 그대로 직접적인 대화를 통해서 유대감을 쌓고, 서로 원하는 일이나 도움이 되고, 의미 있는 일을 하자는 게 목표이자 철학이죠. 그 시작은 뷰티였어요. 현재는 패션도 하고 있고. 올리브영을 맡으면서 마케팅 전략 컨설팅을 하고 있습니다.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회사인데,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톡투허(Talk-to-Her)'를 설립한 건 5월 말이에요. 오프닝 세레모니(이하 OC)에서 8년 5개월 동안 근무하다 뷰티분야의 비즈니스를 집중적으로 하고 싶어서 대표님께 솔직하게 말씀드렸어요. 그러자 대표님이 "그러지 말고 OC의 뷰티 컨설턴트로 같이 일을 해보는 건 어떠냐"는 제안을 주셨고, 때마침 Mrs & Mr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가 저를 뷰티전문가(Beauty Expert)로 고용하면서 2017 가을/겨울 부터 2018년 전반적인 미국 세포라 콘텐츠와 마케팅 전략을 짜는 일을 맡게됐어요. 그때 부터 Talk to Her 대표로 협업하며 자연스럽게 커리어 패스가 뷰티 쪽으로 옮겨졌어요. OC일도 하면서 '뷰티 컨설턴트로는 프리랜서로 시작하되 내 사업을 조그맣게 시작하면 되겠다'고 생각이 들었고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창업하게 됐죠.
-회사명에서 알 수 있듯이, 특히 '유대감'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네요.
한 분야에 공통적으로 관심 있는 사람끼리 일을 하면 시너지가 생겨요. 일이라는 게 서로의 성향을 알면 훨씬 더 도움이 되거든요. 사업이라는 틀 안에 있지만 함께 녹아들면 유기적으로 진행할 수 있어요. 가장 중요한 건 재미있게 일할 수 있다는 거죠. 일은 지루하면 재미없잖아요.
-유대감보다 재미라는 단어가 훨씬 와닿네요.
제가 일했던 OC는 항상 재미있는 것을 새롭게 발굴하는 브랜드예요! 함께 협업할 브랜드 자체가 매력적이어야 함은 물론이고, 그 브랜드를 이끄는 사람들도 재미있어야 하죠. 그렇지 않으면 그 브랜드와는 일을 함께 하지 않을 정도예요. (웃음) 그만큼 사람이 중요하죠. OC의 시작도 다 CEO의 친구들과 함께 했어요. 디자이너 '알렉산더 왕'과 처음으로 함께 작업했던 것도 OC였고 지금은 글로벌리 유명해진 브랜드 '젠틀몬스터'와의 협업도 OC에서 발굴했죠. 재능 있고 마음이 맞으면 OC는 적극적으로 그들을 도왔어요. 함께 일하는 직원들도 마찬가지죠. 직원들이 다함께 즐거운게 우선이에요. OC는 밥 먹고 일하면서 라이프 밸런스도 맞춰가면서 성장했죠. 그 안에서 많이 배웠어요. 저는 일이 삶과 구분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같이 일하는 분들이 저랑 마음이 맞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국 대기업과 일할 때, 혼자서는 커뮤니케이션이 쉽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요.
기업이나 디자이너나 같이 일할 때 소통 잘 안되는 경우가 많아요. 에이전시가 중간에 끼어 있잖아요. 한국과 미국의 문화 차이도 있고 기업 규모에 따른 조직 차이도 있을 것이고, 또 각자가 자기 실력 발휘를 최고로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하는 게 목적이라, 재미있게 즐기면서도 나의 재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일반적인 에이전시 역할보다는 중간 다리가 되는 해설자를 자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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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강남 플래그십 스토어가 올리브영의 1,000 번째 매장이라고 해요. 의미 있는 공간에 참여했다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하죠. 플래그십 스토어가 3갠데, 각각 콘셉트가 달라요. 특히, 강남 스토어에 가면 스크린이 있는데 매장으로 들어서자마자 스크린으로 빠져들게 돼 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인가요?
스크린에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올비'라는 미디어 월을 만들었는데요. 이걸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데 화장 전/후 비교 같은 진부한 게 아니라 사람 개개인이 갖는 아름다움, 나만의 뷰티, 개성 있는 아름다움을 돋보이도록 하자는 메시지를 담았어요. 예를 들어 주근깨가 많은 사람은 무작정 가리는 게 아니라 '주근깨가 있어도 괜찮아!' 있는 그대로를 더 돋보이도록 해서 자신감을 갖게 하는 거죠. 그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뷰티는 재미있어야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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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이걸 기획할 때 디자이너에게 '진부한 것 말고 진짜 아름다움이 뭔지 올리브영으로 전하고 싶다'고 어필했어요. 올리브영은 '넘버원 헬스&뷰티 스토어'라는 슬로건이 있는데, 고객의 건강과 아름다움을 생각하는 브랜드로서 나 자신을 사랑하라는 걸 전하고 싶었어요. 이런 요소를 젊은 감성에 맞게 디지털화해서 재미있게 하고자 했고, 여기서 나온 게 바로 올비에요.
-타인에게 새로운 브랜드를 소개하려면, 재미도 중요하지만 책임감 역시 필요할 것 같아요.
물론이죠! 무조건 저는 그래서 다 써봐요. 사람마다 피부 타입이 워낙 다르고, 뷰티 제품이란 게 피부에 직접 닿는 거라 정말 조심스럽잖아요. 그래서 제 주변 사람들에게 모두 다 실험해봤죠. 외국 친구들 인종 별로 모두 써보게 할 정도였어요. 그리고 미국에서 절대 접할 수 없는 걸 제가 몸담았던 OC가 제시했기 때문에 믿고 산다는 이미지를 줘야 했어요. 제가 소개한 제품이 트러블이라도 일으키면? 큰일 나죠! 또 다른 곳에서 판매하지 않는 걸 발견하는 그 재미까지 살려야 했고요. 이런 생각들 덕분에 책임감을 갖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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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LA에서 열린 K-CON 행사(CJ E&M과 M-net이 주관한 대규모 한류 축제)에 올리브영 부스를 디자인하고 전체 마케팅 업무를 맡았어요. 이 행사는 늘 주최 측에서 자체적으로 마케팅을 소화했는데 처음으로 외부에 의뢰를 했고, 거기에 참여하게 돼서 운이 정말 좋았죠.
-K-뷰티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시작됐나요?
원래 한국인으로서 K-뷰티에 관심이 많았어요. 미국은 연말 이벤트가 가장 큰 행사인데, 작년에 OC에서 연말 선물세트를 준비했을 때부터 본격적으로 K-뷰티를 많이 알렸어요. 'CRAZY, COZY, COOL' 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들고, 그중 'COOL' 카테고리에 K-뷰티를 넣었죠. 제가 워낙 관심 있는 K-뷰티 관련된 모든 브랜드를 담당하고 있으니까 '이거 해보자!' 그래서 구매부터 전부 직접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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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정말 재미있었어요. 주말 반납해도, 야근해도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아! 내가 이걸 진짜 좋아하는구나'를 몸소 느끼게 됐어요. 참 고마운 프로젝트였죠. 그러고 나서 (LA K-CON 행사를 맡기 전에) K-CON까지 미리 가봤는데요. 그때 가본 게 K-CON 기획에 도움이 많이 됐어요. 만약 그때 가지 않았다면 이번 올리브영에서 K-CON을 못했을 거예요.
-K-뷰티를 정말 사랑하시는 것 같아요. K-뷰티만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한국 소비자들의 생활습관 속에 뷰티가 녹아 있어요. 사실 미국과 한국은 뷰티 수준이 차이가 나요. 미국은 뷰티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일반 사람들은 자세히 모르거든요. 선크림조차 안 바르는 친구도 많아요.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자기를 가꾸는 게 당연하고, 거기서 나오는 생활습관. 그게 나를 관리한다는 생각들이 제품, 마케팅 전략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또, 혁신적인 아이디어도 너무 재미있고, 트렌드를 정말 빨리 캐치해요. 그리고 브랜드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방법도 재미있고. 또 남이 했던 걸 따라 하지 않고, 새로운 방법으로 앞서 나가는 것도 대단해요. 그게 K-뷰티의 매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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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브랜드 중에서는 제스젭이나 정샘물뷰티, 조성아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16 brand처럼 아티스트 브랜드를 좋아해요. 제가 지금 사용한 립스틱도 제스젭 제품인데요. 제가 직접 손대식 박태윤 아티스트를 만났을 때 정말 열정적이라고 느껴졌어요. 이 밖에 3CE, 템버린즈, 이니스프리같이 제품만으로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해주고. 고객과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브랜드들이 눈에 띄어요. 특히 이니스프리는 웹드라마로 세련되게 마케팅하시더라고요. 너무 재미있어서 계속 봤던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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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피소드의 룸퍼퓸과 드레스 퍼퓸도 순하고 무알코올로 안전하게 만들어진 덕분에 괜찮은 제품이에요. 무엇보다 향이 좋아서 즐겨 사용하고 있어요. 퓨라보의 마스크팩은 한 에스테틱 전문가가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화산석 코팅기술 특허 제품이에요. 피부가 즐거워하는 느낌이 들어서 요즘 저녁마다 부모님과 쓰고 있어요.스킨알엑스랩의 마데세라크림은 패키징이 항상 마음에 들고 제품도 좋아서 애용해요. 스킨알엑스랩 립밤은 요즘처럼 건조한 날씨에는 필수품이라 매일 챙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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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기회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훌륭한 아티스트나 디자이너들, 브랜드들의 기회를 만들어서 그 뜻을 함께할 수 있는 후원자들을 구하고,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제가 돕고 싶어요. 저와 뜻이 맞는 사람들을 모아서 '톡투허 성향'에 맞는 그냥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운 일을 하고 싶어요. 각자가 가진 재능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도록 제가 더 많이 배워서 일할 때 모두가 즐거울 수 있는 프로젝트를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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