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인터뷰①]송강호 "'YMCA야구단' 함께 한 故김주혁, 늘 좋아했던 후배"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7-12-08 14:46


김보라 기자 boradori@sportschosun.com/2017.11.25/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택시운전사' 개봉 후 오히려 관객 분들이 저희들에게 '많이 부족했지만, 애썼다'면서 위로를 해주시는 것 같아서 부끄럽기도 하고 몸 둘 바를 모르기도 했다. 그만큼 관객 분들의 마음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깊었고 따뜻했다."

데뷔 26년차, '국민 배우' 송강호(50)는 자신이 손에 들고 있는 트로피의 진짜 주인은 바로 '관객들'이라는 것을 진심 어린 수상 소감 속에 꾹꾹 담아 전했다.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가 통금 전에 광주를 다녀오면 큰 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를 태우고 아무 것도 모른 채 광주로 향하며 시작하는 '택시운전사'(장훈 감독). 한국 근대사의 씻을 수 없는 아픔을 그린 '택시운전사'는 무려 1218만 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통합전산망)의 관객을 동원하며 올해 유일의 천만영화로 등극했고 지난 달 열린 '제38회 청룡영화상'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해 남우주연상과 음악상을 수상하며 값진 결실을 맺었다.

시상식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12월 초 스포츠조선과 만난 송강호는 '택시운전사'를 향한 관객들의 뜨거운 지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관객들이 '택시운전사'에 보내준 사랑은 곧 '격려'였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인터뷰 내내 힘줘 말했다.
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7.11.25/
"'택시운전사'에 대한 관객들의 지지는 우리가 잘 해서 받는 거라 생각하지 않아요. 80년대 광주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진솔하면서도 담담히 작품화시킨 것에 대한 격려 차원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영화에 대해 아쉬운 부분들이 왜 없겠어요. 분명히 아쉬운 부분이 있는 영화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사랑해주시는 것을 보면 역사적 아픔을 대중영화로서 담담하고 진솔하게 풀어간 것에 대해 등을 두드려주시는 거라 생각해요. 저 뿐만 아니라 모든 '택시운전사'팀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수상소감을 이야기 하면서도 관객분들이 우리를 위로해주시는 것 같아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했는데, 정말 진심입니다. 겸손하기 위한 표현도 아닙니다. 관객 분들의 진심어린 격려에 진심으로 겸허해 진다고 해야 할까요. 정말 그렇습니다."

앞서 지난 7월 10일 '택시운전사'의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송강호는 영화의 배경이 된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마음의 빚'이 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당시 그는 "광주민주화운동 때 난 중학생이었다. 그때 라디오를 통해 '폭도들을 진압했다'는 뉴스를 들었고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했다"며 당시 왜곡된 보도와 통제에 대해 안타까워 했다. 이어 그는 "그 분들의 희생당하신 고귀한 정신들이 조금이나마 진정성 있게 영화로 담아서 많은 분들에게 진실을 알리고자 노력했다. 많이 부족했지만. 그런 점에서 정말 작은 마음의 빚이라도 덜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한 바 있다.

그렇다면 그는 '택시운전사'를 통해 그 마음의 빚을 조금이나마 덜어 냈을까. 송강호는 기자의 질문에 "광주에 미안함을 갖는 건 우리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7.11.25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마음의 빚은 저 뿐만 아니라 제 나이의 사람이라면, 그 시대를 관통하며 살아왔던 분들이라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많은 이들의 공통된 의식인 것 같아요. 누군가의 눈물과 고통이 담긴 아픈 역사를 지나 우리는 지금 이렇게 잘 먹고 잘 살고 있지 않습니까. 부채 의식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는 그 시대의 고통에 대해서 기억하고 또 그 시간을 견딘 사람들에게 미안함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로 '택시운전사'는 미안함에 대한 영화입니다. 그 시대를 견딘 분들에게 무언가 물질적인 보상을 해줘야만 한다는 게 아니라 적어도 우리는 그들에게 미안함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걸 말한다고 할까요. 그런 미안함을 가지는 것이야 말로 그들을 향한 최소한의 예의라 생각합니다,"

이어 그는 '택시운전사'는 "스스로를 반성하게 만들어준 작품"이라며 영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택시운전사'는 스스로 반성을 하게 해준 작품입니다.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는 이 영화가 아픔과 고통의 기억을 안고 살아오신 유가족분들, 광주 시민들뿐만 아니라 아픈 민주주의 성장사의 한복판을 거쳐 오셨던 전 국민분들에게 위안을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주 시건방진 생각을 했죠. 하지만 영화가 개봉하고 난 뒤에는 저희가 그들을 위로한 게 아니라 그 분들이, 관객들이 저희의 등을 토닥여주셨습니다. '택시운전사'는 제 필모그라피에서도 중요한 작품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많은 위로를 받았고 또 앞으로 많은 분들에게 기억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7.11.25
또한 송강호는 남우주연상 수상 당시의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남우주연상 수상자의 이름이 호명된 직후 '택시운전사'에 함께 출연한 유해진과 류준열을 끌어안으며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다.


"시상식 끝나고 박희순 배우에게 문자가 왔는데, 박희순 배우도 '오랜만에 정말 좋아하시는 걸 본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물론 의미 있는 상을 받게 돼 기뻤던 게 사실이지만 유해진 배우와 류준열 배우를 끌어안은 데는 이유가 있어요. 두 배우 모두 후보에 올랐지만 공교롭게 앞서 상을 받지는 못했죠. 속으로 만약 내가 남우주연상을 받으면 두 배우를 꼭 끌어안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수상 호명이 들리고 두 사람을 끌어안았는데, 두 사람이 너무 당황해하더라고요.(웃음)"

이어 그는 그날의 청룡영화상을 떠올리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먼저 세상을 떠난 배우들을 위한 추모의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시상식에서는 추모 영상과 차태현의 진심어린 스피치를 통해 고 김영애, 김지영, 윤소정, 김주혁 등 올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영화인들을 추모했다.

"먼저 떠난 배우들을 위해 애도의 시간을 가졌던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변호인'을 함께 했던 고 김영애 선생님도 그 중 한 분이셨고요. (김)주혁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주혁이와는 한 작품('YMCA야구단') 밖에 함께 하지 못했지만 늘 좋아했던 후배였습니다. 애도 영상 속에 나온 다른 선배님들과는 작품으로 인연은 없었지만 늘 존경하던 분이었습니다. 그 분들을 기억하고 애도하는 시간을 가졌다는 게 참 의미가 있었습니다."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스포츠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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