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 '조덕제 법' 탄생의 가능성, '김영란 법'과 다른 모호성

박현택 기자

기사입력 2017-11-08 10:48



[스포츠조선 박현택 기자] 영화 촬영 현장에서 '완전한 사전 합의'란 가능한 일일까.

특정 장면에 대한 감독의 의도와 각 배우의 상황인식이 언제나 100% 동일할 순 없다. 통상적으로 각 주체간이 머릿속으로 그리는 '그림'이 8~90%의 교집합을 이루었다고 판단될 무렵 촬영은 시작된다. 'NG'를 통한 수정·보완으로 100%에 최대한 가깝게 맞추는 과정.

대본 중 'A가 B를 무자비하게 폭행한다'라는 장면이 있다면 어떨까.

대부분의 경우, 감독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상황과 배경, 상영등급 등을 감안해 적절한 '폭행의 방식'과 동선, 몸동작, 그 수위 등을 정한다.

이후 장면에 포함된 배우 A와 배우 B는 감독의 지시 외적으로 '(리얼리티를 위해) 어느정도 실제 구타를 해도 괜찮다' 또는 '얼굴 등은 때리지 말자' 등의 약속을 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세밀한 약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존재하는 소통의 불일치, 인식의 차이, 장면의 특수성으로 인한 '사고'를 모두 막을 수는 없다는 점이다.

B는 예상보다 아프거나 예기치못한 부상을 당해 감정이 상할 수 있다. 하지만 A의 연기가 '합의된 바 이상'의 연기 또는 '예정에 없는 연기'였는지, 또한 감정과잉이나 더 나아가 '고의'였는 지 여부는 명확하게 규명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B가 A를 '폭행죄'로 고소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유·무죄의 모호성을 어떻게 법의 테두리에서 판단하며, 향후 유사사례에 의한 갈등을 사전에 막을 수 있을까.


매 장면을 '구두합의' 이상의 이견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약속으로 묶어두어 사전에 '파장'을 예방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조덕제 사건'은 이러한 특수성에서 일어났다.


지난 2015년 4월, 여배우 B는 조덕제를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고소했다. 이후 양측은 나란히 기자회견을 열어 억울함을 호소했고, 두 사람의 요지는 이렇다.

조덕제는 '감독의 지시에 따라 연기했으며, 성추행은 물론 감정과잉도 없었다'는 것. '메이킹 영상에도 감독의 '격한' 지시사항이 담겼고, 상의를 찢는것은 사전합의 내용이었으며 하의에 손을 넣었다는 것은 사실무근, 증인이나 증거도 없음을 재판부도 인정한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여배우는 '연기가 아닌 성추행이었으며, 조덕제가 상의를 찢고 폭력을 행사하며 바지에 손을 넣어 신체일부를 만지는 성추행을 범했으며, 이는 사전에 약속된 바 없는 명백한 범죄'라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열린 1심 재판에서 검찰은 조덕제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피의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이어진 항소심(13일)에서 서울고등법원 형사8부는 조덕제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판결은 해를 넘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해당 판례가 '조덕제 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낳고 있다.

조덕제에게 '유죄'가 선고된다면 영화계는 물론 드라마를 포함한 촬영 현장은 즉각 혼란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치 못하게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원활한 촬영이 이루어질 수 있을 지 만무하다. 감독과 배우가 과거보다 더 확실한 '합의'를 하는 풍토가 조성되더라도 그것이 법정공방의 파장을 막는 보험이 될 순 없다.

'무죄'가 선고되더라도 영화 촬영장의 피해자 권익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는 거셀 전망이다. 단순 소통 불일치 이상의 폭행이나 추행 등에 대한 대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즉 유·무죄 중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명문화 된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셈이다.

나란히 경력 20년째인 두 배우, 그리고 감독은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들이 그린 평행선 사이의 어떤 지점에 대법원이 꽂는 '깃발'이 조덕제 법이 되며 향후 영화계의 지침이된다.

지난해 9월 부터 시행된 '김영란 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처벌의 대상과 부정청탁의 기준, 상한 금액이 명확하다. '조덕제 법'은 모호함을 지우는 법이 될까 아니면 모호함을 가중시키는 법이 될까.

ssale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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