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③] 김혜수 "女배우 자존심? 부담 보다 민폐될까 두려워"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7-11-07 11:55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한국 여배우의 자존심인 김혜수(47)가 "후배들, 작품에 민폐가 안 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범죄 액션 누아르 영화 '미옥'(이안규 감독, 영화사 소중한 제작)에서 범죄조직을 재계 유력 기업으로 키워내고 은퇴를 눈앞에 둔 조직의 언더보스 나현정을 연기한 김혜수. 그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가진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영화 속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영화 '달콤한 인생'(05, 김지운 감독) '아저씨'(10, 이정범 감독) '신세계'(13, 박훈정 감독) 등 그동안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진 누아르 영화에 '미옥'은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여성 캐릭터가 중심이 된 여성 누아르로 11월 극장가에 출사표를 던졌다. 욕망을 좇는 주인공들의 관계를 통해 펼쳐지는 화려한 누아르와 강렬한 드라마가 늦가을 관객을 찾는 것.

무엇보다 '미옥'의 타이틀롤을 맡은 김혜수는 마지막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보통 사람들과 같이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언더보스 나현정으로 서늘하면서 냉철한 카리스마를 선보였다. 그는 데뷔 이래 처음으로 스턴트맨들과 거친 액션 신을 촬영했고 10kg에 달하는 장총을 사용하며 강도 높은 총격 신을 소화하며 '미옥'에 공을 들였다. 또한 은발 반삭 헤어로 파격적인 이미지를 선사하며 시선을 끌었다.

김혜수는 "요즘 한국영화는 '여성 영화가 없다' '스토리, 분량, 캐릭터 등이 여자 캐릭터는 주체적이지 않는다'라는 말이 많다. 비단 우리나라 문제만은 아니다. 이런 현상이 이어지는 이유는 영화를 보겠다는 결정권이 여성이 많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당연한 현상이다"고 생각을 밝혔다.

그는 "이런 상황 속에서 많은 분이 여성 영화를 보고 싶고 여성 누아르를 보고 싶었던 것 같다. 응원할 지점이 있었던 것 같다. 여배우들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 많이 없어서 갈증이 있지 않나? 그런 것들에 부응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 여배우들에게 발판을 마련하길 바라고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영화에 용기를 줄 수 있는 작품이 부족한게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줄기차게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시작할 때는 그저 작품이 좋아 했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것이었다. 다만 누아르에서 여성이 더 잘할 수 있는 지점이 있고 그런 배우를 절대 막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덧붙였다.

이어 "'미옥'을 촬영하면서 관객 대다수가 진심으로 보고 싶어하고 응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줄 때가 됐다는 걸 진심으로 느꼈다"며 "물론 나에 대한 기대일 수도 있다. 그게 부담이라기 보다는 그래서 더 민폐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 영화는 이미 만들어졌고 그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 지금도 여전히 민폐가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고백했다.

한편, '미옥'은 범죄조직을 재계 유력 기업으로 키워낸 언더보스와 그녀를 위해 충성을 다한 해결사, 그리고 출세를 눈앞에 두고 이들에게 덜미를 잡힌 비리검사가 벼랑 끝에서 마지막 기회를 잡으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김혜수, 이선균, 이희준, 최무성, 김민석, 오하늬, 안소영 등이 가세했고 이안규 감독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오는 9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강영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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