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MBC 월화극'20세기 소년소녀'가 맞은 곳을 또 맞았다.
MBC는 27일 "'20세기 소년소녀'가 11월 20일부터 23일까지 연속 4회 방송 후 종영한다. 조기종영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20세기 소년소녀'는 월화극으로 편성된 작품. 하지만 MBC는 이 월화극을 일일극처럼 월화수목요일에 몰아서 방송하고 마무리 짓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마지막 4회는 작품을 갈무리하는 중요한 회차다. 그래서 대부분의 작품은 이 4회에 총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최종회마저 원래 방송대가 아닌 목요일에 전파를 타게 되면서 '20세기 소년소녀'는 사실상 마지막 스퍼트를 낼 기회조차 잃어버렸다.
도대체 이런 근본없는 편성은 어떻게 시작된 걸까.
시작은 이랬다. '20세기 소년소녀'는 애초 '왕은 사랑한다' 후속으로 9월 25일 첫 방송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9월 4일부터 진행된 MBC 총파업으로 촬영이 중단됐다 재개되는 해프닝을 겪은 끝에 첫 방송 일정이 한 주 미뤄졌다. 1차 수정안으로 끝났다면 최악의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텐데 안타깝게도 연기된 날짜가 추석 황금 연휴에 포함되어 있었던 탓에 '20세기 소년소녀'는 다시 한번 첫 방송 날짜를 늦췄다. 이에 작품은 지난 9일 첫 선을 보이게 됐다. 그런데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첫방송 바로 다음날인 10일이 월드컵 평가전이었던 탓에 9일에 4회를 연속 방영하고 10일은 결방되는 악재를 맞게된 것. 이 때문에 '20세기 소년소녀'는 동시간대 시청률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나 3%대 시청률에 머물렀다. 그러자 이번에는 조기종영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20세기 소년소녀'보다 시청률이 부족했던 작품은 많았다. '미씽나인'도 4%대 시청률에 머물렀고, '역도요정 김복주'도 매니아층의 지지는 받았지만 3~5%대 시청률에 그쳤다. '불야성' 또한 역대 MBC 월화극 중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음에도 정상적으로 마무리 됐다. 그런데 왜 유독 '20세기 소년소녀'에게만 가혹한 반응을 보였을까.
답은 후속작 때문이다. '20세기 소년소녀' 후속으로는 조정석 혜리 주연의 '투깝스'가 편성됐다. '투깝스'가 11월 27일 전파를 타기로 이미 마무리가 되어 있는 상황이라 어떻게 해서든 '20세기 소년소녀'의 일정을 맞춰야 했던 것.
한 방송 관계자는 "'20세기 소년소녀'가 정상적으로 방송되면 '투깝스'의 일정이 엉키게 됐다. 그런데 '투깝스'가 배우들의 스케줄 계약 문제로 일정을 흔들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원래는 '20세기 소년소녀'를 초반에 8회 정도 연속 방송해서 11월 종영을 맞추려 했다. 그런데 월드컵 평가전 등으로 상황이 여의치 않게 되자 부득이하게 편성을 바꾼 것"이라며 "처음에는 조기종영 논의가 나왔다. 하지만 조기종영을 하게 되면 방송사와 제작사는 물론 배우들에게도 흑역사를 만들고 제작비도 날리는 등 피해가 커서 편성 변경 쪽으로 가닥이 잡힌 걸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MBC가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는 것. 편성이 이 정도로 변경되는 건 초유의 일임에도 출연 배우들에게 이 사실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 관계자는 "배우들도 처음 연속 방송 얘기가 오간 것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월드컵 평가전 때문이라고만 생각했지 이렇게 마지막에 편성이 바뀔 것이라고는 알지 못했다. 이같은 사실을 기사로 접하게 돼 당황스러웠다"고 토로했다.
'20세기 소년소녀'와 '투깝스' 측이 편성 일정을 두고 협의를 할 때도 MBC는 방관자의 입장이었다. 한 방송 관계자는 "'20세기 소년소녀' 제작사 화이브라더스와 '투깝스' 제작사 피플스토리컴퍼니는 '군주-가면의주인'을 공동제작한 사이다. 아무리 제작사끼리의 관계가 있다고는 하지만 어차피 편성은 방송사에 결정권이 있는데, MBC가 양사끼리 정리하라는 식의 입장을 보이며 제대로 정리를 해주지 않았다고 알고있다. 당연히 입장이 좁혀질 수 없는 일이었고, 결국 논의가 계속되던 가운데 MBC에서 결단을 내렸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총파업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최소한 방송사가 방송되는 작품에 대한 책임은 지는 게 맞지 않을까. 진한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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