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웨스트우드(Westwood), 불프로그(Bullfrog), 오리진 시스템즈(Origin Systems), 미씩 엔터테인먼트(Mythic Entertainment) 등 굵직한 게임 스튜디오를 폐쇄하며 '스튜디오 폐쇄자'로 불린 일렉트로닉 아츠(Electronic Arts, 이하 EA)가 또 개발 스튜디오를 폐쇄했다.
비서럴 게임즈는 1998년 EA 산하 개발사 EA 레드우드 쇼어즈(Redwood Shores)로 시작해 핵&슬래시 RPG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샌드박스 게임 '대부', 액션 게임 '심슨 가족' 등 다양한 게임을 개발해 왔다.
그러던 중 2006년, 새로운 IP를 창출하고자 하는 EA로부터 신작 개발사로 낙점돼 개발 인력을 새롭게 보강하고 스튜디오 조직도 완전히 바꿨다.
하지만 EA는 새로운 IP에 대한 기대는 있었으나 대규모 투자는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자연스레 신작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개발비는 적었고, 소수 베테랑으로 구성된 개발 스튜디오가 배수진을 치고 개발에 전념해야 했다.
도움을 바랄 수 없는 우주선 내부에서 알 수 없는 존재와 맞닥뜨리는 줄거리, 복잡한 인터페이스를 과감하게 생략한 간결한 UI, 전략적인 부위 파괴 시스템, 게임 내 등장하는 괴물 '네크로모프'가 보여주는 기괴한 움직임과 생김새 등 여러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요소가 도입된 '데드 스페이스'는 2008년 10월 출시돼 200만 장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데드 스페이스'가 유저 사이에서 명작으로 인정받으면서 스튜디오는 존속할 수 있었고 개발했던 게임 시리즈도 계속 출시될 수 있었다. 2009년 EA 레드우드 쇼어즈는 이름을 비서럴 게임즈로 바꾸고 샌드박스 게임 '대부 2'를 선보인 데 이어 2010년에는 공포 액션 게임 '단테스 인페르노(Dante's Inferno)'를 내놨다.
이후 2011년 1월 출시된 '데드 스페이스 2'는 출시 2주 만에 판매량 200만 장에 육박하는 흥행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3년 출시된 '데드 스페이스 3'는 EA PC 게임 플랫폼 오리진을 통해 사전 예약 다운로드를 진행한 유저가 인터넷 연결을 끊는 오프라인 모드에서 날짜를 변경하면 정상적으로 게임이 실행돼 크게 비판받았다.
또한, '데드 스페이스 3'는 전작들이 주 무대로 삼았던 우주선과 우주 도시가 아닌, 행성과 우 주공간을 배경으로 하면서 공포 요소가 많이 감소하고 그동안 진행된 시리즈 스토리를 부자연스럽게 이어가면서 유저들로부터 좋지 않은 평을 받았다. 특히 공포 게임을 즐기고 싶었던 유저들은 유저 간 협동 플레이까지 되는 액션 게임으로 변질된 '데드 스페이스'에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했다.
여기에 '데드 스페이스 3' 출시 전 당시 EA 대표 프랭크 지보(Frank Gibeau)는 "'데드 스페이스' 같은 작품은 유저 500만 명 정도가 있어야 계속 투자할 수 있는 작품으로, 그보다 유저 수가 적으면 제작비용이 너무 커서 계속해서 투자하기 어렵다"고 말했고, 이후 출시된 '데드 스페이스 3'가 실패하면서 2013년 이후 4년간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는 신작 발표 소식이 없었다.
비서럴 게임즈는 '데드 스페이스 3'가 실패한 이후 2015년 FPS 게임 '배틀필드: 하드라인'을 출시했는데, 이마저 처참히 실패하면서 이때부터 유저 사이에서 "비서럴 게임즈도 폐쇄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이후 비서럴 게임즈는 영화 '스타워즈' IP를 활용한 줄거리 기반 액션 어드벤처 게임을 개발하고 있음이 알려졌으나 10월 18일 EA가 비서럴 게임즈를 폐쇄한다는 소식과 함께 '스타워즈' 신작 게임은 다른 스튜디오 프로젝트로 넘어가게 됐다. 또한, '데드 스페이스' 후속작에 대한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EA는 유명 IP를 가진 중소개발사를 합병한 후 실적이 부족하다 여겨지면 바로 스튜디오를 폐쇄하는 모습을 보여 유저 사이에서 좋지 않은 평을 받고 있었다"며 "이번 사태에 대해 유저들은 '커맨드 앤 컨커', '메달 오브 아너', '심즈', '심시티' 등 유명 시리즈를 끝내버린 EA가 이번에는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를 끝장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림 텐더 / 글 박해수 겜툰기자(gamtoon@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