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보는 달라진 시선, 한국 게임산업 중흥 이끌까?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7-10-09 08:05



지난 8월 발족한 민관합동 게임규제제도개선협의체가 첫번째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정치권과 정부의 팀플레이, 게임산업 중흥 이뤄낼까?'

오는 12일부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번째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적폐청산'을 화두로 내건 여권의 공세에 야권의 거센 방어가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수년간 국정감사에서 규제 문제나 경쟁력 약화 등이 지적됐던 한국 게임산업은 정권이 바뀐 올해 국정감사에서 종사자들의 근무 환경에 대한 공방을 제외하곤 별다른 핫이슈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게임산업에 우호적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규제보다는 진흥책에 더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연달아 국회에서 한국 게임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논의나 공청회가 진행되고 협의체가 만들어지는 등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정부에서는 지난달 '혁신성장'을 이끌 대통령 직속의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으로 '테라'와 '배틀그라운드' 등 게임을 만든 장병규 블루홀 의장을 임명하며 적극 호응을 하고 있다. 업계와 유저 모두 수긍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데 적극 동참하고 시행하는 것은 이제 업계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정치권의 방향전환

이번 국정감사에서 고용노동부 감사를 다루는 환경노동위원회는 서장원 넷마블게임즈 부사장을 증인으로 불러 직원 과로대책과 야간 연장근로 문제 등을 따져물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은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을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논의를 거쳐 인사를 직접 담당하는 서 부사장을 부르기로 최종 결정했다.

정작 게임 주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를 감사하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교문위)는 13일 국감을 앞두고 아직 게임사 관계자를 증인을 확정짓지 않은 상태이지만, 별다른 이슈가 없어 예전처럼 다수의 게임업계 CEO가 불려나올 가능성은 현재로선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교문위는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과 게임생태계 발전, 청소년 보호를 위해 한국게임산업협회와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향후 양자는 청소년 지원을 위한 공동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교문위 유성엽 위원장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앞으로 지속적 논의를 통해 관련 정책 마련과 제도 개선에 노력하겠다"며 힘을 보탰다.

이에 앞서 지난달 20일 이동섭(국민의당) 조승래(더불어민주당) 이종배(자유한국당) 김세연(바른정당) 의원 등 여야 4당 국회의원이 공동으로 대한민국게임포럼을 발족시키고 정책제안 발표회를 가지기도 했다. 이외에도 불법 프로그램과 서버 근절을 위한 처벌법 등이 마련돼 지난 6월부터 시행됐고, 확률형 아이템 문제에 대한 공청회가 국회에서 다수 개최되기도 했다.


이는 예전에 정치권에서 보기힘든 현상이다. 19대 국회에선 전병헌 김광진 김상민 의원 등이 정치권 차원에서 게임 진흥을 위해 애를 썼지만, 게임을 '4대 중독물질'로 규정했던 신의진, 손인춘 의원 등의 규제 입법에 의해 심하게 휘둘리기도 했다. 하지만 20대 국회에 웹젠 의장 출신의 김병관 의원이 게임사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국회에 입성했고, 지난 5월 대선을 통해 게임업계에 우호적인 진보성향의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이 되면서 국회 차원에서 유례없는 '지원사격'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디지털 놀이문화에 친숙한 20~30대 유권자가 정치에도 적극 관심을 가지는 계층으로 자리잡으면서, 표심에 민감한 국회의원들이 적극 지원에 나선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면서도 "의원들뿐 아니라 게임에 대한 이해나 관심이 높은 젊은 보좌진들이 많아진 것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모처럼 맞은 기회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혁신성장'을 이끌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이끌 첫번째 수장으로 장병규 위원장이 선택된 것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장 위원장은 스타트업을 발굴해 지원하는 엔젤투자자로도 유명했지만, 네오위즈 창업 멤버로 업계에 발을 들인 후 첫눈에 이어 블루홀 창업까지 한 대표적인 게임 개발자이다. 위원장 임기는 1년이지만 단순한 자문기구가 아니라 심의와 조정이 주 역할인만큼, 국가 차원에서 게임업계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 게임업계 역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책임있는 역할 분담이 필요한 상황이다. 장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위원회 현판식에서 "위원회는 민간, 주무부처 등과 함께 팀 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앞서 도종환 문화부 장관은 취임 이후 9일만에 게임밸리가 조성된 판교를 직접 찾아 업계의 얘기를 직접 듣고 게임규제개선협의체를 지난 8월 출범시키기도 했다. 업계와 학계, 정부, 공공단체 관계자 15명이 참여해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셧다운제 개선, 온라인게임 결제 한도 폐지 등 다양한 안건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정치권과 정부가 함께 나서서 진흥을 얘기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우선 게임규제개선협의체의 경우 출범 2개월이 다 돼 가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협의체 핵심인력인 문화부 게임콘텐츠산업과 과장도 지난달 교체되면서, 새로운 담당자가 숙지를 해야할 시간이 필요하게 됐다.

또 대한민국게임포럼을 비롯해 각계에서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게임산업의 콘트롤 타워 부활에 대해서도 지지부진하다. 문화부의 정책을 실행하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은 혁신 태스크포스팀을 마련, 예전과 같이 게임산업을 전담하는 진흥원 부활 혹은 게임산업본부 신설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예산 문제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이외에도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 해소, 인디게임과 스타트업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 긍정적인 게임문화 조성,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 과제는 여전히 많다.

게임 전문가들은 "오랜만에 게임산업 중흥에 대한 공감대가 만들어진 상황이다. 또 사회 구성원들이 문화 콘텐츠로서의 게임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정부의 노력이 계속 필요하지만 업계도 적극 나서야 한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코딩과 창의력 교육, 창작자 지원, 사회 공헌을 위한 기능성 게임 제작 및 배포 등 게임사들이 잘 할 수 있는 분야는 많다"며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철저하게 이행하면서 좀 더 유저 친화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게임을 더 많이 선보이는 등 사회적 책임도 다해야 한다. 모처럼 맞은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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