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수목극 시청률 전쟁에 불이 붙었다.
MBC '병원선'과 SBS '당신이 잠든 사이에'가 2% 포인트 내의 시청률 격차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아직까지는 '병원선'이 조금 우세한 분위기다. 27일, 28일 방송된 '병원선'은 9.8%, 10.6%, 9.3%, 11.3%(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 수목극 1위 자리를 지켜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7.2%, 9.2%, 8.3%, 9.2%의 시청률로 2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두 작품의 시청률 격차가 크지 않은 만큼 순위는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는 상황. 여기에 KBS2 '맨홀-이상한 나라의 필'이 종영하면서 추석 연휴에는 '병원선'과 '당신이 잠든 사이에'가 정면 승부를 벌이게 돼 두 작품의 대결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두 작품의 대결 포인트를 짚어봤다.
하지원 vs 이종석♥배수지
뭐니뭐니해도 시청자가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건 주연 배우의 존재감이다. '병원선'은 매회 송은재(하지원)의 사랑과 시련을 그려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의국의 부정부패로 병원선에 타게 된 송은재가 천재적인 수술 실력을 살려 환자를 구해내지만, 여전히 불우한 가정사가 발목을 잡는 과정을 그려내며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이와 함께 꼬일대로 꼬인 송은재 곽현(강민혁) 최영은(왕지원) 김재걸(이서원)의 사각관계를 통해 또다시 고통받는 송은재의 사랑을 그린다. 눈물 마를 날 없는 하지원의 고군분투는 공감과 짜증을 불러오기도 한다. 그러나 '다모' '황진이' '발리에서 생긴 일' '시크릿 가든' 등 출연작마다 히트 행진을 이어왔던 하지원에 대한 시청자의 믿음은 여전하다. 결국 하지원의 눈물어린 성장기를 지켜보는 재미로 '병원선'에 채널을 고정하게 된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이종석과 배수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병원선'이 하지원의 하드캐리로 극을 이끌어 간다면,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이종석과 배수지의 비주얼 케미로 극을 진행시킨다는 게 차이점이다. 이종석과 배수지는 예지몽을 꾸는 남녀주인공 캐릭터로 명품 케미를 선보인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피노키오' 'W' 등 판타지 멜로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여왔던 선구안의 이종석, 그리고 '건축학개론'을 통해 쌓은 '국민 첫사랑' 이미지를 넘어 향상된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배수지의 차진 호흡은 시청자를 현혹시키는 개미지옥을 형성한다.
휴먼 메디컬 vs 초능력 판타지
'병원선'과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확실한 장르적인 차이를 보인다. '병원선'은 대한민국 시청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장르 중 하나인 메디컬 장르를 표방했다. 메디컬 장르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환자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의사들의 고군분투를 메인 스토리로 삼아 휴머니즘과 권선징악, 캐릭터의 성장기를 그려내기 때문에 시청자 충성도가 높은 편이다. '병원선'의 경우 송은재를 중심으로 한 사각 멜로에 힘을 쏟느라 의학 이야기에는 상당히 소홀한 편이지만, 그래도 송은재의 무모한 수술과 의사들의 성장통이 묘한 조화를 이루며 팬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앞으로 섬마을 사람들과 소통하며 점점 진짜 의사가 되어가는 인물들의 모습, 그리고 송은재가 병원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의국의 부정부패가 드러난다면 보다 촘촘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전망이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매니아층이 확실한 판타지 장르에 기반을 두고 있다. 초능력 판타지는 그 허구성과 기발함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장르다. 그러나 '당신이 잠든 사이에'의 박혜련 작가는 이 장르에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박혜련 작가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 '피노키오' 등 특이 능력이 있는 주인공을 내세워 이야기를 꾸리는데 강점을 보인다. 특이 능력 때문에 마음의 문을 닫고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왔던 주인공이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주는 이를 만나 사랑을 키우고, 그것을 원동력으로 악인을 무너뜨리는 전개는 박 작가의 시그니처 패턴이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또한 예지몽을 꾸는 남녀주인공을 내세웠고, 이유범(이상엽)을 비롯한 악역 기운이 느껴지는 캐릭터를 등장시키면서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승부처는 멜로
어쨌든 '병원선'과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멜로에 근간을 둔 작품이다. 그만큼 두 작품의 승부처는 러브라인이 될 전망이다.
'병원선'은 송은재를 중심으로 한 곽현 최영은 김재걸의 사각관계를 그린다. 곽현과 김재걸이 송은재에 대한 마음을 드러냈고, 송은재 또한 곽현에게 향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곽현에 대한 집착을 보이던 최영은이 그를 포기할 뜻을 밝히면서도 백혈병 투병 사실을 털어놨다. 도무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 사랑의 끝이 어떻게 될 것인지 관심을 모으는 대목이다. 배우들의 케미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는 반응이지만, 어쨌든 최근 드라마 대세 트렌드인 연상연하 로맨스를 가져왔다는 점도 '병원선'의 강점이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이종석과 배수지의 풋풋한 로맨스에 초점을 맞춘다. 현실을 살아가는데 지쳐 사랑 따위는 잊고 살았던 남자 이종석과 예지몽을 꾸는 특이 능력 때문에 섣불리 연애 감정을 가질 수 없었던 배수지가 티격태격하면서도 비극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그린다. 앙숙 관계였던 남녀주인공이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하며 연인 관계로 발전한다는 포맷은 90% 이상의 한국 로맨틱 코미디에서 보여주는 그림이다. 그러나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직진 사랑꾼'이 남자주인공이 아닌 여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차이점을 가진다. 도낫에 걸려 무작정 들이대고 보는 자뻑녀 배수지의 사랑스러움은 '당신이 잠든 사이에'의 멜로를 좀더 특별하고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재료다.
'병원선'과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이처럼 장르적 특이성과 스타 파워에 힘입어 접전을 벌이고 있다. 과연 수목 전쟁에서 보다 많은 시청자의 선택을 받는 작품은 어떤 것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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