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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남한산성' 황동혁 감독 "치욕의 역사에서 희망을 봤다"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7-10-03 11:08


28일 오후 영화 '남한산성'의 황동혁 감독이 서울 종로후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포즈를 취했다.
삼청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7.09.28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화려한 승리의 역사가 아닌 패배의 역사를 택한 용기, 150억이라는 엄청난 제작비를 들이면서도 뻔한 흥행 클리셰를 모두 피한 선택. '남한산성'은 황동혁 감독의 엄청난 뚝심으로 완성됐다.

올 추석 극장가에서 블록버스터 '킹스맨: 골든 서클'을 대적할 가장 큰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는 영화 '남한산성'(황동혁 감독, 싸이런픽쳐스 제작).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이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가진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개봉을 앞둔 소감과 영화에 관련된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전했다.

'남한산성'은 70만부의 판매고를 올린 김훈 작가의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1636년 고립무원의 남한산성 속 치열했던 47일간의 이야기를 영화적으로 재구성했다. 청의 굴욕적인 제안에 화친과 척화로 나뉘어 첨예하게 맞서는 조정, 참담하게 생존을 모색했던 낱낱의 기록을 담은 이 작품은 나라와 백성을 위하는 마음은 같았으나 이를 지키고자 했던 신념이 달랐던 두 신화 최명길(이병헌)과 김상헌(김윤석)을 중심으로 한 팽팽한 구도 속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완성됐다.
28일 오후 영화 '남한산성'의 황동혁 감독이 서울 종로후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포즈를 취했다.
삼청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7.09.28
신파, 판타지, 화려한 액션 등 최근 한국 사극 영화가 보여줬던 모든 관습을 집어던진 '남한산성'은 오직 이야기와 인물에 집중한 묵직한 정공법으로 영화를 끝까지 밀고 간다. 150억 원이라는 엄청난 제작비와 흥행 배우들이 모두 모인 영화를 연출하면서도 그 어떤 자극적인 MSG를 추가하지 않고 오로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끝까지 밀고 간 황동혁 감독의 뚝심이 돋보인다. 황 감독의 뚝심이 틀리지 않았다는 건 시사회 이후 쏟아지고 있는 호평으로 그대로 드러났다.

이날 황동혁 감독은 오로지 이야기의 힘으로 150억 대작을 완성한 용기와 뚝심에 대해 "관습을 벗어난 이야기도 통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나오는 한국영화들이 너무 과도한 장치를 많이 쓰고 있는 것 같아요. 관객을 따라가기 보다는 관객 보다 앞서 나가 어떤 장치를 조작하는 것들이 많았죠. 아마 많은 분들이 '남한산성'을 보기 전까지는 우리 영화도 그런 영화로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150억이나 들인 대작에 CJ엔터테인먼트에서 내놓는 명절 영화라고 하니까요.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니 그런 느낌이 없는 영화니 반가워해주시는 분들도, 또 당황하시는 분들도 계신 것 같아요. 저는 믿었어요. 클리셰의 관습에서 벗어난 영화도 대중이 사랑해주실 거라는. 그리고 시사회 이후 반응을 보면 제 생각도 어느 정도 맞았던 것 같아요."

이어 그는 '남한산성'을 '정공법'으로 연출한다 했을 때 물음표를 그리는 이들도 많았었다고 솔직히 입을 열었다. 황 감독은 "이런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말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순신 장군 같은 영웅이 나오지도 않는 이야기를 왜 굳이 만들려고 하냐'고 하더라"고 말했다.
"근데 저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사극이든 아니든 모든 상업영화들을 천편인률적으로, 아무런 시도 조차 없이 만들어야 할까, 과연 그게 맞는 일일까 의구심이 들었고 우리나라 상업영화도 도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그런 도전을 할 수 있는 상황이나 위치에 있는 배우들을 모시고 또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감독이 하지 않으면 못한다고 생각했죠. 많은 돈이 투자된 영화라면 흔히 말하는 '흥행적 장치' 들을 모두 집어넣어서 무조건 '천만영화'를 노려야 하고 그런다는 게 슬펐어요.

그래서 더욱 도전해 보고 싶고 용기도 내고 싶었어요. 다행히도 제가 연출했던 앞선 작품들이 흥행에 성공('수상한 그녀(2014)', '도가니'(2011)) 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저에 대한 신뢰가 있었고 그 때문에 많은 제작비를 투자해줄 수 있었고 무엇보다 정말 훌륭하고 좋은 배우들이 모였죠. 흥행에 관련해서는 이제 제 손을 떠난 문제인 것 같아요. 영화를 만들면서도 흥행은 생각하지 않았어요. 오로지 영화만 생각하자 싶었어요. 적어도 영화적으로 완벽한 영화, 영화적으로 아름다운 영화를 만들자.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가자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완성이 된다면 알아주는 사람들은 반드시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병자호란은 우리나라의 패배의 역사이자 굴욕의 역사로 기억되는 사건. 황 감독은 '승리의 역사'가 아닌 패배의 역사를 택한 이유 묻는 질문에 "패배의 역사에서도 희망을 보았다"고 답했다.
28일 오후 영화 '남한산성'의 황동혁 감독이 서울 종로후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포즈를 취했다.
삼청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7.09.28
"사실 저도 병자호란에 대해서 잘 몰랐어요, 병자호란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있었고 삼전도에서 치욕적으로 항복한 역사가 있었다는 것 밖에 몰랐죠. 그러다 '남한산성' 소설을 보게 됐는데 전쟁에서 치욕적인 패배를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이에서 나라를 위해 몸을 불살랐던 사람들, 장국 이시백부터 천한 서날쇠까지,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희망을 느꼈어요. 모두들 외면하고 싶어하는 역사에서 희망을 발견했고 그래서 그런 희망을 더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전쟁에서 지는 이야기를 보여드리고 싶었던 게 아니라 그 전쟁 속에서 어떤 인물들이 있었는지, 그들이 얼마나 간절했는지, 또 병자호란과 비슷한 역사는 계속 반복되지만 그 속에서 우리나라 민족을 이어온 민초들은 또 다시 발을 일구고 터를 가꿔 생명력을 이어갔다는 것, 그런 노력이 우리를 있게 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 영화의 결말이 인조의 치욕스러운 모습이 아닌, 서날쇠의 힘찬 망치소리와 몸의 풍경 속으로 뛰어는 아이 나루의 모습이었던 거죠."

smlee0326@sportshcosun.com, 사진=송정헌 기자 so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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