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만식(1902∼1950)의 대표 희곡 '제향날'이 오랜만에 무대에 오른다.
국립극단은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 8번째 작품으로 채만식 작, 최용훈 연출의 연극 '제향날'을 오는 10월 12일부터 11월 5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한다.
'태평천하', '레디메이드 인생' 등 풍자소설로 유명한 채만식은 30여 편 이상의 희곡을 남기며 극작가로도 활발히 활동했다. 그 가운데 '제향날'은 식민지 시대의 질곡을 냉철한 필치로 그려낸 후기작이다. 작가 스스로 "내딴에는 가장 건실하게 나가 보았다는 것이 희곡 '제향날'이다. 오래 전부터 3부작으로 장편을 쓰려고 뱃속에서 두루 길러오던 것으로…"라며 애착을 보인 역작이다. 그러나 과거와 현재가 빠르게 교차되는 현대적 기법 때문에 무대전환의 시간적 여유가 없어 '공연하기 어려운 작품'이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1937년 어느 날, 최씨는 내일로 다가온 남편의 제향(祭享)을 준비한다. 외할아버지의 제향을 맞아 찾아온 외손자 영오가 재미난 얘기를 해달라고 조르고, 최씨는 그런 영오에게 풍랑과 같았던 집안의 역사를 이야기해준다. 영오의 외할아버지는 동학혁명 때 우두머리를 지낸 사람으로, 뜻을 이루지는 못했으나 의롭고 떳떳하게 죽어갔으며 외삼촌은 기미년에 독립운동을 하러 상해로 떠난 뒤 18년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다. 수난의 역사 속에 살아 온 최씨는 손자 상인이 학교만 마치면 그간의 고생도 끝이 날 것이라며 희망을 품는다.
남편의 제사를 준비하는 최씨의 회상을 통해 동학농민운동부터 3·1운동, 1930년대 유행했던 사회주의운동에 이르기까지의 세월을 조망한다. 혹독한 시대에 맞서온 3대에게 세상은 녹록치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지핀 불씨가 계속 번져나가기를 기도한다.
30년간 극단 작은신화를 이끌어온 최용훈이 연출을 맡아 당대 언어의 풍부한 맛과 결을 살린 생생한 무대를 선사한다. 강애심, 김용선 등 관록의 배우들과 신진배우들, 그리고 국립극단 시즌단원들이 앙상블을 이룬다. 전석 3만원.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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