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SC초점] "책임지겠다" BIFF, 강수연 사퇴 초강수...성공이끌까 (종합)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7-09-11 17:04


2017 부산국제영화제 개막 기자회견이 11일 서울 을지로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무대에 오르는 강수연 집행위원장의 모습.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7.09.11/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영화의 바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우여곡절 끝에 22번째 항해의 돛을 올렸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1가에 위치한 프레지던트 호텔 슈벨트홀에서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동호 부산영화제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참석해 올해 부산영화제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로 22번째 축제를 개최하게 된 부산영화제는 오는 10월 12일부터 21일까지 10일간 부산 일대에서 개최된다. 부산영화제의 심장인 영화의전당을 비롯해 CGV센텀시티, 롯데시네마센텀시티, 메가박스 해운대 등 부산 5개 극장 32개 스크린을 통해 전 세계 75개국, 298편의 영화가 공개된다.

초청작 298편 중 월드 프리미어는 100편(장편 76편, 단편 24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는 29편(장편 25편, 단편 5편), 뉴 커런츠 상영작은 10편 등으로 구성됐다. 이는 지난해 열린 제21회 부산영화제(전 세계 69개국, 299편)와 비교했을 때 올해 부산영화제는 6개국의 초청 국가가 늘었고 1편의 작품이 줄어든 수치다.


부산영화제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는 개·폐막작 역시 새로운 시도가 엿보인다. 올해 영화제의 문을 여는 개막작으로는 한국 출신 신수원 감독의 '유리정원'이 선정됐다. '유리정원'은 베스트셀러 소설에 얽힌 미스터리한 사건, 그리고 슬픈 비밀을 그린 미스터리 작품이다. 문근영, 김태훈, 서태화가 가세했고 '명왕성' '마돈나' 등으로 대한민국 여성 최초로 칸,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신수원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신작이다. 부산영화제 개막작으로 한국 출신의 감독 작품이 선정된 건 2011년 송일곤 감독의 '오직 그대만', 2016년 장률 감독의 '춘몽'에 이어 올해 '유리정원'까지 세 번째 쾌거다.

부산영화제의 막을 내릴 폐막작으로는 대만 출신 실비아 창 감독의 '상애상친'이 선정됐다. '상애상친'은 각 세대를 대표하는 세 여성의 삶을 통해 중국 근현대사를 은유적으로 관통하며 다양한 결과와 섬세한 정서를 탁월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실비아 창 감독이 직접 주연과 연출을 맡아 아시아 영화인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올해 부산영화제 최초로 개·폐막작 모두 아시아를 대표하는 여성 감독의 신작으로 선정해 눈길을 끈다.


이어 관객의 가장 큰 관심사인 한국영화의 오늘 섹션에 초청된 한국영화로는 파노라마 섹션에 전수일 감독의 '아메리카 타운', 이준익 감독의 '박열',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 감독판', 이수연 감독의 '해빙', 홍상수 감독의 '그 후', 민병훈·이상훈 감독의 '황제', 오멸 감독의 '인어전설', 방은진 감독의 '메소드', 김태용 감독의 '여교사', 이언희 감독의 '미씽: 사라진 여자', 김성호 감독의 '엄마의 공책', 봉준호 감독의 '옥자', 박기용 감독의 '재회', 신연식 감독의 '로마서 8:37', 고은기 감독의 '타클라마칸',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 등이다.

또한 비전 섹션으로는 이원영 감독의 '검은여름', 최용석 감독의 '헤이는', 김중현 감독의 '이월', 정희재 감독의 '히치하이크', 정가영 감독의 '밤치기', 김종우 감독의 '홈', 전고운 감독의 '소공녀', 이동은 감독의 '당신의 부탁', 이환 감독의 '박화영', 이강현 감독의 '얼굴들', 이광국 감독의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등이다.


눈길을 끄는 작품은 올해 수많은 논란을 일으킨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다. 류승완 감독은 본편보다 확장된 감독판을 부산영화제에서 최초 공개한다. 상반기 극장 상영으로 잡음을 낳은 봉준호 감독의 '옥자'도 부산영화제 기간 스크린을 통해 상영된다. 고현정, 이진욱 주연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도 부산영화제를 통해 베일을 벗는다. 지난해 7월 성폭행 혐의로 피소된 후 경찰로부터 불기소 의견으로 경찰에 송치된 후 약 7개월만의 복귀로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을 선택한 이진욱이 부산영화제를 통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낼지 관심이 쏠린다.


경쟁부문인 뉴 커런츠 상영작에는 미국의 거장 올리버 스톤 감독이 심사위원장을 맡아 각국의 영화를 평가한다. 뉴 커런츠 상영작 10편 중 한국영화가 3편, 중국과 인도영화가 각 2편, 대만·홍콩·이란영화가 각 1편으로 구성됐다. 심사위원의 심사에 따라 최고의 영화 1편을 선정, 뉴 커런츠 상을 수상한다.

부산영화제를 찾는 스타들도 화려하다. 올해 주요 해외 초청 게스트(1차) 라인업에는 미국의 올리버 스톤 감독, 이란의 바흐만 고바디 감독, 대만의 허우샤오시엔 감독, 대만의 실비아 창 감독, 미국의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중국의 리샤오펑 감독, 일본의 히로키 류이치 감독, 일본의 가와세 나오미 감독, 중국의 지아장커, 영국의 앤디 나이맨 감독 등이 참석하고 배우로는 미국의 제니퍼 로렌스를 비롯해, 일본의 나카야마 미호, 일본의 아리무라 카스미, 중국의 뤄진, 일본의 아오이 유우, 일본의 아베 사다오, 일본의 에이타, 프랑스의 장 피에르 레오 등이 부산을 찾는다.

이밖에 올해 부산영화제에는 최근 폐암 투병이 알려져 영화계 충격을 안긴 원로 배우 신성일의 한국영화회고전이 펼쳐진다. 신성일은 오랜 세월 건강하고 날렵한 육체와 조각 같은 얼굴로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 부산영화제는 올해 회고전을 통해 신성일의 출세작인 '맨발의 청춘'(64), 청춘 멜로의 대표작 '초우'(66), 한국영화의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안개'(67), '장군의 수염'(68), 신상옥 감독과 함께 한 사극 '내시'(68), 이만희 감독의 대표작 '휴일'(68), 1970년대 멜로의 대표작 '별들의 고향'(74), 중년의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준 '길소뜸'(85) 등 8편을 상영한다.

그리고 올해 부산영화제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선정된 일본 거장 고(故) 스즈키 세이준 감독의 특별전 '스즈키 세이준: 경계를 넘나든 방랑자'도 함께 마련할 예정. 대담한 성 묘사로 논란이 되었던 '육체의 문'(64), 닛카쓰 영화사와의 스캔들까지 불거졌던 그의 대표작 '살인의 낙인'(67) 등 1960년대 대표작에서 후기작인 '찌고이네르바이젠'(80), '피스톨 오페라'(01)에 이르는 총 7편의 작품을 상영 및 특별 대담 행사를 가질 전망. 또한 상영에 앞서 개막식 당일 스즈키 세이준의 조감독이자 갱가인 아르고 픽쳐스의 대표 오카다 유타카가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대리 수상한다.

무엇보다 올해 부산영화제에 큰 슬픔을 안긴 고(故)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를 기리는 시간도 가진다. 아시아영화의 성장과 새로운 신인 감독의 발굴과 지원에 헌신해온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는 지난 5월 열린 제70회 칸국제영화제 출장 당시 심장마비로 사망해 충격을 안겼다. 올해 부산영화제는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의 정신과 뜻을 기억하기 위한 지석상 신설했다. 지석상은 아시아 영화의 발굴과 격려라는 상의 취지를 바탕으로 아시아 영화감독들의 신작 및 화제작을 소개하는 섹션인 아시아의 창 초청작 중 월드 프리미어(세계 최초공개)로 상영되는 10여 편의 후보를 선별, 심사위원단의 심사를 거쳐 총 2편을 선정해 각 1000만원의 상금을 수여한다.


축제와 별개로 올해 부산영화제는 김동호 위원장과 강수현 집행위원장이 일찌감치 사퇴를 선언해, 이와 관련된 이슈도 많은 관심을 받는 상황. 앞서 부산영화제 사무국 전 직원은 지난 8월 7일 성명서를 통해 "박근혜 정부를 위한 정치 권력에 의해 영화제가 철저히 농락당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금 절반 삭감, 이용관 집행위원장 검찰 고발 등 영화제 사무국을 초토화했고 이런 사태 해결을 위해 구원투수처럼 등장한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도가 지나친 영화제 대내외 운영에 대한 소통 단절과 독단적 행보를 보였다. 사무국 직원 일동은 2개월여 동안 강수현 집행위원장과 합리적인 의견 개진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논점 흐리기와 책임 전가로 일관하며 대화와 소통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다. 김동호 이사장에게 진정하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문제 해결의 방향으로 진전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이에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최근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지고 올해 부산영화제를 끝으로 사퇴하기로 했다"고 발표해 파문을 일으켰다.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김동호 이사장을 모시고 2016년 영화제를 치뤄냈다. 올해도 영화제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5월 고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부산영화제에 큰 충격을 안겼다"며 "올해 영화제는 반드시 차질없이 치뤄내야 하고 집행위원장으로서 모든 책임을 지고 최선을 다해 영화제를 개최하겠다. 올해 영화제 열심히 준비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애정, 성원 부탁드리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사퇴에 대해 "내가 처음 맡은 임기는 3년이었다. 정확히 내년 3월까지다. 여전히 숙제는 안고 있고 그 중에서 많은 부분을 김동호 이사장과 함께 풀어 나가려고 했다. 이 모든 문제에 책임을 지겠다. 올해 부산영화제를 치뤄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다. 영화제에 대한 불신을 주고 신뢰를 주지 못해 안타깝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어떤 이유에서도 영화제는 개최되어야 한다. 올해 영화제는 예년 영화제보다 더 알찬 영화제를 치루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다시금 입장을 밝혔다

그는 "영화인들의 보이콧 상황은 아직 큰 변화가 없다. 다행인 것은 보이콧을 철회한 협회가 있다. 아직 보이콧에 대한 마음을 철회하지 못한 협회도 있다. 쉽게 바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는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믿는다. 모든 영화인이 영화제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서 보이콧을 결단한 것 같다. 앞으로는 잘 해결되리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동호 이사장은 "직원들 내 문제도 사퇴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2012년 있었던 회계상의 착오와 잘못된 판단이 지금에와서 문제가 불거졌다. 영화제를 이끌어가는 책임자의 위치에서 지금 책임을 지는 것이 정당한가 묻고 싶다. 지금의 책임을 맡고 있는 내가 대표적으로 이 책음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이사장의 도리라고 판단했다. 강수현 집행위원장을 억지로 공동 집행위원장으로 모셨고 지난해 2월도 단독 집행위원장으로서 어렵게 영화제를 이끌어 나갔다. 그런데 왜 갑자기 소통이 안된다는 이유로 강 집행위원장이 사퇴를 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 그렇지만 결국 두 사람 모두 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우리로서 부담을 느낀다면 사퇴로 책임을 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강수현 집행위원장은 "실질적으로 집행위원장인 내 책임이 크다. 예전 일이건, 현재 일이건 집행위원장인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게 마땅하다. 사퇴 시기를 내년으로 잡은 것은 올해도 영화제에 불신을 준다는게 영화제에 도움이 안된다고 판단했다. 어떤 이야기를 듣더라도 올해 영화제까지는 책임을 지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 영화제를 처음 시작하면서 오늘까지 3년 내내 매일 위기였다. 영화제를 개최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에 늘 휩싸였다. 걱정 덕분에 오늘까지 올 수 있었지만 일련의 3년간의 과정 속에서 영화제 내부의 마음 고생은 상상 그 이상이었을 것이다"고 마음을 전했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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