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줌人]문소리는 왜 영화 제목을 '배우'가 아닌 '여배우'라 했을까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7-09-10 11:23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제 직업을 배우라고 말하지, 여배우라고 말하지 않아요"

최근 사회 전반에 페미니즘이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면서 그 동안 무심코 여성을 지칭할 때 사용해 온 표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여배우'라는 표현이다. 연기를 본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배우. 하지만 왜 우리는 유독 여성 배우에는 '여배우'라는 표현을 쓸까. 남자 배우들에게는 '남배우'라는 표현을 쓰지 않으면서.

이에 대해 '여배우'라 지칭되는 이들도 목소리를 냈다. 지난 해 12월 배우 엄지원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현장의 꽃은 여배우라고 한다. 여배우는 왜 꽃이 되어야 하나. 데뷔 시절 어린 나이에도 많이 생각했다. 여배우가 아닌 그냥 배우로 불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미연 역시 지난 해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손석희 앵커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배우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남자 배우한테는 남배우라는 말을 쓰지 않으면서 여자 배우한테 여배우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별로다라"고 말했고 영화 '춘몽' '꿈의 제인', 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 등에 출연한 떠오르는 신예 이주영 역시 트위터를 통해 "'여배우'는 여성 혐오적인 단어가 맞습니다"고 말해 눈길을 끈 바 있다.

그리고 오는 14일 '여배우'라는 단어를 전면으로 내세운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문소리 감독, 영화사 연두 제작)이 개봉돼 관객을 만난다. 메릴 스트립 안 부러운 트로피 개수, 화목한 가정 등 남들 있는 것 다 있지만, 정작 맡고 싶은 배역의 러브콜은 더 이상 없는 데뷔 18년차 중견 여배우의 현실을 오롯이 담아낸 '여배우는 오늘도'는 문소리가 갱과 연출 주연까지 모두 맡은 작품이다.
영화에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문소리는 영화 제목에 '배우'가 아닌 '여배우'라고 쓴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나도 어딜 가서 직업을 쓰거나 직업을 말하라고 하면 '배우'라고 하지 '여배우'라고 하지 않는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그렇지만 한국에서는 '여배우'로 불리어지는 삶이라는 게 있더라"고 덧붙였다.

"이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한국 영화에서 '여성'이기에 겪는 삶이 많은 부분을 담고 있다. 배우가 가지는 고민이 아니라 이 사회에서 '여성'이 배우일 하면서 가지는 영화 예술에 대한 고민, '여성이기에' 겪는 고단한 삶을 다룬다. 그래서 '여배우'라는 단어를 썼다. 그렇다고 내가 '여배우'로 불리고 싶은 게 아니다. 이 영화는 '여자인 배우'로서의 고단함을 말할 뿐이다."

또한 이날 문소리는 영화 속에서 내내 민낯으로 연기 한 것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는 '민낯으로 연기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았냐'는 말에 "여성 배우에게 민낯은 치부가 아니다"고 단호히 말했다.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이미지를 만들어야 하고 이에 따른 가공된 이미지와 판타지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어느 정도 관객들과의 거리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랑 너무 친한 사람이 TV에 나오면 집중하기 힘든 것과 같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무엇을 위해' 그리해야 하냐가 더 중요한 문제다.
배우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만들어진 이미지와 판타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 이유 없는 원칙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것 모두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서 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잘 전달하기 위해서 생긴 거니까. 이런 생각들이 단순히 '여배우는 무조건 아름답고 신비로워야 한다'는 이유로 생긴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 영화에서 내가 민낯으로 연기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를, 이 영화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잘 전달하기 위해서 문소리의 민낯이 필요했고, 실제 남편(장준환 감독)의 출연이 필요했고 또 가공의 이야기도 필요했다. 이 영화에는 감독으로서 문소리, 배우로서 문소리가 있을 뿐이다. 개인으로서 문소리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지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영화가 잘 전달된다면 만족 할 수 있다."

한편, 문소리가 감독과 연출을 맡은 '여배우는 오늘도'는 여성으로서의 삶과 직업으로서의 배우,더불어 영화에 대한 깊은 사랑을 유머러스하게 담아낸 데뷔 18년차 문소리의 '자력갱생 라이브'를 그린다. 문소리를 비롯한 성병숙, 윤상화, 전여빈, 이승연 등이 출연한다. 9월 14일 개봉한다.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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