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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식시장이 활황기를 맞으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게임사들의 IPO(기업공개)가 속속 이어지고 있다.
'심연'(abyss)에서 캐내는 '진주'(pearl)
펄어비스(Pearl Abyss)는 1일 공모가를 10만3000원으로 확정했다. 공모 희망가의 최대치로, 기관 수요예측에서 이 가격대에 72% 이상이 몰렸다. 반면 경쟁률은 62.40대1로 다른 기업에 비해 높지 않았다. 기대감과 우려감이 동시에 존재하는 셈이다.
그래도 넷마블과 다른 점은 펄어비스의 '검은사막'은 수명이 길어 꾸준한 매출이 보장되는 온라인게임이라는 점이다. 또 이익률 역시 모바일게임보다 훨씬 높다. 2016년 펄어비스의 매출액은 622억원으로 2015년(217억원)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한데다, 영업이익은 455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무려 73%의 기록적인 수치다. 증권가에선 올해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성장한 1400억원, 영업이익 역시 2배 이상 급등한 1000억원대로 보고 있다. 올해 4분기 스네일게임즈를 통해 중국 진출을 준비중이고, '검은사막'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검은사막M'(가칭)이 올해 말, 그리고 콘솔게임은 내년 2분기 X박스 One 버전으로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일단 상장에 성공하면 시가총액은 1조2428억원에 이른다. 단번에 NHN엔터테인먼트(1조2443억원, 1일 현재) 수준에 근접하게 된다. 31.49%의 지분을 보유중인 펄어비스 김대일 의장은 4234억원의 지분평가액을 기록, 또 한 명의 '게임 갑부'로 등극하게 된다.
글로벌 덕에 달라진 가치
펄어비스의 상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역시 온라인게임 '배틀그라운드'로 글로벌 초대박을 기록중인 블루홀이 다음 타자로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배틀그라운드'는 공개 테스트 버전인 얼리 억세스로 스팀(Steam) 플랫폼에 출시된 상태로, 올해 말 정식 버전이 나올 예정이라 아직 상장을 거론하기는 이르지만 그만큼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은 분명하다. 지난 3월 출시된 '배틀그라운드'는 출시 2개월만에 300만장을 돌파하더니 출시 5개월째인 지난달 21일에는 800만장을 돌파, 2억4000만달러(약 2688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스팀 동시 접속자수도 80만명을 넘어섰고, 국내에서도 '리그 오브 레전드'와 '오버워치' 등 PC방 점유율 양대 산맥에 이어 3위를 달릴 정도다.
펄어비스와 블루홀의 공통점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선전이다. 국산 온라인게임 가운데 전세계 시장에서 고르게 인기를 얻은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검은사막'과 '배틀그라운드'는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인기를 끌고 있다. '검은사막'은 전체 매출의 75%, '배틀그라운드'는 93% 정도를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포화 상태인 국내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에서 경쟁하고 있기에 향후 파급력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이 덕분에 8월 초 장외시장에서 21만원대에 불과했던 블루홀 주가는 1일 비상장주식 전문 사이트 피스탁(PSTOCK) 기준 56만5000원으로 2.5배 이상 급등했고, 시가총액도 4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물론 장외시장의 시총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한계가 있지만, 이 기세가 유지된다면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국내 주식시장 기준으로 넷마블(13조1353억원)과 엔씨소프트(8조6879억원, 이상 1일 현재)에 이어 3번째의 '게임 대장주'로 자리잡을 수 있다. 굳이 국내 주식시장이 아닌 미국 나스닥 상장도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후속 타자로 꼽힌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달 카카오 게임부문을 흡수 통합, 몸집을 불리며 내년 상장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카카오게임즈 남궁훈 대표 역시 내년을 상장 적기로 보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합병을 통해 모바일과 온라인 등을 아우르는 라인업을 구축했고,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을 게임 퍼블리싱 전개에 더욱 활발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검은사막'의 국내 퍼블리싱에 이어, '배틀그라운드'의 국내 퍼블리싱 계약을 맺은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상장 성공의 신호탄이 될 '음양사 for Kakao'가 출시 한 달만에 매출 3위권으로 자리잡고 순항하고 있는 것도 좋은 징조라 할 수 있다.
게임 전문가들은 "지난 2~3년간 선데이토즈, 데브시스터즈, 파티게임즈 등 '원히트 원더' 모바일게임사들이 상장 이후 후속작 부진에 따른 침체로 게임업계가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며 "펄어비스와 블루홀 등 온라인게임사들이 글로벌 히트작을 바탕으로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행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