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KBS2 주말극 '아버지가 이상해'를 마친 이준은 굉장히 후련한 모습이었다.
"굉장히 자괴감이 들고 공허해졌다. 사실 발연기를 쉽게 생각했다. 못하면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해보니까 어떻게 해도 이상하더라. 발연기 하는 캐릭터인데 내가 발연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분석을 해도 답이 안 나오는 어려운 연기라는 걸 처음 느끼게 됐다. 찍으면서도 후련하지 않고 마음 한켠이 답답하고 그랬다. 그런데 결국엔 제일 좋아하는 신이 발연기 신이 됐다. 미영이를 좋아한다는 걸 자각하는 신이다. 그걸 찍으며 발연기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있었는데 '모르겠다. 나오는대로 하자'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준비 안하고 갔다. 그런데 그 장면이 여러가지로 재밌게 나왔다. 스태프도 좋아해주시고 시청자분들도 좋아해주셨다. 발연기는 10개 중 9개는 실패라고 생각하고 마지막 하나는 유종의 미를 거둔 것 같다."
|
사실 주말극 도전을 쉽게 결정했던 건 아니다. 호흡이 긴 드라마였기 때문에 체력 안배도 중요했고, 세트 촬영에 대한 부담도 있었다.
"주말극을 처음 하면서 걱정이 많았다. 한살이라도 어릴 때 다양한 작품과 다양한 방송사를 경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칭찬이 될지 욕이 될지는 모르지만 그냥 덤비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연기 하면서 스트레스는 많이 받았다. 일주일에 한 번 세트 촬영을 했다. 원 투 쓰리 카메라를 찍으면서 굉장히 예민해졌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이걸 깨야겠다고 마인드컨트롤을 해서 가면 연기가 안됐다. 결국 52회가 끝날 때까지 극복은 못했다. 하지만 그런 도전도 나한테 있어서는 좋은 경험이 됐다고 생각한다. 평상시에는 안 그런데 작품에 들어가기만 하면 극도로 예민해지는 건 맞는 것 같다. 일상 생활에도 지장을 줄 만큼 쉬는 날에도 그런 생각이 떠나지 않고 괴롭다. 그런데 연기가 재미있는 건 그런 괴로움이 있기 때문에 끝나고 나서 희열이 있는 것 같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받는 만큼 결과물도 좋은 것 같다. 그렇게 해야 앞으로도 연기 발전이 있다고 생각이 든다."
|
이준은 2009년 영화 '닌자 어쌔신'으로 연기를 시작한 뒤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면서 단 한번도 연기력 논란에 휘말리지 않았다. 가장 안정적으로 연기자의 길에 접어든 연기돌 출신 배우로 꼽히기도 한다.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건 이준 특유의 승부근성과 성실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연기 뿐 아니라 노래가 됐던 춤이 됐던 예능이 됐던 못한다는 말이 너무 싫다. 그래서 예능을 할 때도 정말 목숨 걸고 했고 뭐든 내가 하는 일 만큼은 분야가 뭐든 굉장히 빠른 변환을 하고 싶다. 뭐든 잘 하고 싶다. 잘한다는 소리는 못 들어도 못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자존심이 너무 상해서 최대한 능력 한에 있어서는 잘하려고 노력한다."
함께 가수 활동을 하며 연기를 병행했던 친구들은 지금까지도 든든한 동지다.
"준호 시완 윤두준 이렇게 친한데 가끔 친구들이 먼저 연락이 온다. 시완이는 군입대 직전에 전화가 왔다. 내가 기자가 된 것처럼 소감을 물어보니 덤덤하고 후련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연기적인 부분은 오히려 그 친구들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가수 활동과 병행할 때는 고민 등을 공유했는데 지금은 그런 건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임시완이 회사 옮길 때 굉장히 자주 전화가 왔다. 나는 '내 얘기는 듣고 흘려라. 네가 결정해라'라고 해서 후보 중에 하나로 갔다."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