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MBC 수목극 '죽어야 사는 남자'는 신성록의 또다른 매력을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신성록은 2003년 드라마 '별을 쏘다'로 데뷔한 뒤 착하고 건실한 이미지의 배역을 주로 맡았었다. 하지만 그 모든 이미지가 지워진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2013년 SBS '별에서 온 그대' 출연이었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 신성록은 소시오패스 이재경 역을 맡아 소름돋는 반전 사이코 연기를 선보였다. 캐릭터 연기 자체가 워낙 출중한데다 드라마까지 대 히트 하다 보니 신성록에게는 '국민 악역'이미지가 따라붙었다. 여기에 2014년 tvN '라이어 게임'에서도 묵직한 악역 연기를 선보이면서 그의 이미지는 카리스마 악역으로 굳어갔다. 이런 이미지가 강했던 신성록인 만큼 '죽어야 사는 남자'에서 강호림으로 보여준 연기는 상당한 반전이었다. 신성록은 극중 일탈을 꿈 꾸지만 실제로는 현실에서 벗어날 용기도 없고, 소심하고 찌질하지만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을 갖추고 있는 강호림 역을 맡아 포복절도 코믹 연기로 큰 웃음을 안겼다. 최민수 강예원 이소연 등 상대 배우와의 케미 또한 일품이었다. 이에 '찌질한 연기와 악역 연기는 신성록이 최고'라는 칭찬이 이어지기도 했다.
"'별에서 온 그대'와 '라이어 게임' 이미지가 있어서 차가운 악역 이미지가 강했다. 이 작품을 하기 전 지인들에게 농담으로 '나는 찌질함과 악역 라이선스가 두 개 있다'고 했다. 그만큼 나한테는 찌질한 연기가 생소하지 않은데 시청자분들은 그런 모습을 많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연기를 하다 반 바보 연기를 하는데 있어 놀라셨을 수도 있다. 사실 이미지 변신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작품을 선택한 건 아니었다. 반응을 보니 '별에서 온 그대' 이미지가 강하구나 싶었을 뿐 그에 대한 생각을 하진 않았었다. 오히려 '별에서 온 그대' 이미지 때문에 이번 역할을 더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악역 연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이런 연기도 잘 하는구나 하는 그런 느낌이다. 그래서 오히려 잘 선택한 것 같다. 득을 본 것 같다."
사실 신성록이 '죽어야 사는 남자'를 선택한 건 꽤 아이러니였다. 전작인 KBS2 '공항가는 길'에서 이미 천하의 못된 불륜 남편 캐릭터를 천연덕스럽게 소화하며 시청자에게 충격을 안겼던 그가 또 다시 불륜 남편을 연기한다는 건 상당히 부담되는 일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성록은 전형적인 불륜 남편 캐릭터에서 탈피한 묘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비록 이지영B(이소연)과 연인 관계를 맺긴 했지만 가족을 저버리지도 않았고, 결국엔 가족의 의미를 깨닫고 다시 가정으로 돌아오는 소심하고 찌질하지만 착하고 순수한 그런 강호림을 창조했다.
"사실 '공항가는 길'도 밉상 느낌이 있었기 때문에 '죽어야 사는 남자'도 그런 느낌이라고 생각했다면 출연하지 않았을 거다. 그런데 '죽어야 사는 남자'는 불륜 소재는 굉장히 작은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보다는 평범한 남자 앞에 재벌 장인이 나타난다는 상황 자체가 너무 황당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처음에는 나쁜 놈이라는 반응이라 조금 당황스러웠다. 불륜을 너무 배제하고 작품을 선택한 것 같고, 내가 아직은 작품 선택을 냉정하게 하지 못하는 구나 싶었다. 하지만 빨리 재미있게 커버해서 밉상 캐릭터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밉상 캐릭터가 되어버리면 나중에 가족의 의미를 되찾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간 쯤 감독님께 내가 보고 느낀 호림이 캐릭터는 나쁘고 이득을 착취하기 위해 그런 선택을 한 게 아니라 순수하고 착하고 겁도 많은데 잠깐 판타지에 살짝 흔들린 것 뿐이지 뭘 결정할 수 있는 친구가 아니라고 말씀 드렸다. 호감으로 돌리려고 일부러 하진 않았지만 상황 속에서 모든 걸 선택할 때 가장 순수한 아이로 표현하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호림이의 그런 매력들이 보였던 것 같다."
강호림의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났던 건 강호림과 사이드 파드 알리 백작(최민수)의 술자리 신이다. 강호림은 백작이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자 백작에게 백작과 아내 이지영A(강예원)을 모두 책임지겠다며 취중진담을 내뱉었다. 이 장면은 강호림의 진심과 가족애를 느끼게 하며 잔잔한 감동을 안겨줬다. 신성록 또한 이 신을 베스트 장면으로 꼽았다.
"장인어른과 술 받아먹으면서 울컥하면서 고해성사식으로 얘기하는 장면이 있다. 그게 호림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신이었다고 생각한다. 눈물도 많고 웃음도 많고 호기도 있다. 그런데 뭔가 잘하진 못하지만 하고자 하는 캐릭터 표현이 된 것 같다. 장인 어른과 그런 얘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짠하고 그런 부분이 있지 않았나 싶다."
사실 신성록은 그동안 쉼없이 달렸다. 2003년 SBS 드라마 '별을 쏘다'로 데뷔한 뒤 '고맙습니다' '별에서 온 그대' '라이어 게임' '공항가는 길',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김종욱 찾기' '밀정', 뮤지컬 '모스키토' '사랑은 비를 타고' '햄릿' '로미오 앤 줄리엣' '몬테크리스토' '영웅' '태양왕' '엘리자벳' '키다리 아저씨'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14년 간의 활동기간 동안 공백기는 군복무를 한 2년에 불과하다.
"29세 때 한번 슬럼프가 왔었다. 항상 똑같은 캐릭터만 하고 연기를 해도 혹평이 많았다. 나는 연기에 재능이 없다고 생각해서 우울증 같은 게 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답을 내렸다. 나는 행복하려고 태어났는데 왜 남들과 비교하며 스스로 불행해지는가, 남들보다 좀 못해도 행복하게 즐기며 살자고 생각했다. 그 다음부터 연기도 좋아졌고 일하는 것도 편해졌다. 여유가 생겼다. 앞으로 비슷한 역할보다는 다른 역할을 하고 싶다. 로코도 하고 싶다. 멋지기만 한 캐릭터보다는 재미있는데 로맨스가 있는, 뭔가 틀을 깨는 그런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제공=HB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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