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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유나 기자]데뷔 18년만에 영화 감독으로 데뷔한 배우 문소리가 연출 후일담을 밝혔다.
그녀는 "주인공이 여배우 문소리라는 사람이다. 친구들 만나 산에도 가고, 가정에서는 아내로 며느리로 엄마로 열심히 뛰어다니기도 하고, 어떤 감독님의 장례식장에도 가고 그런 여러날을 담은 이야기다. 그래서 다큐가 아닐까 생각하시지만 100% 픽션이다. 제 감정은 그대로 담았지만 순수 창작물이다"라고 줄거리를 설명했다.
영화 촬영 중 가장 힘들었던 기억으로는 남편 역할로 실제 남편 장준환 감독을 캐스팅한 과정.
이어 "결국 어두컴컴한데서 어깨만 걸고 뒷모습도 아니고 목소리만 내겠다고 사정해 겨우 출연 허락을 받았다"며 "그런데 촬영날 보니 남편이 '감독의 약속을 어떻게 믿느냐'고 말하며 만약을 위해 얼굴 분장까지 하고 있더라. 결국 얼굴도 촬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소리의 남편 장준환 감독은 영화 '지구를 지켜라', '화이' 등을 연출한 감독. 현재는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이 촬영 중인 '1987'을 진두지휘 하고 있다.
문소리는 남편 영화에 거의 출연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남편이 '가장 최고의 시나리오를 당신에게 주겠다'고 하더라. 반대로 생각하면 웬만하면 안주겠다는 뜻 아니냐"고 웃으며 "캐스팅에 굉장히 신중하시고, 정말로 딱 들어맞는 캐스팅이 아니면 저에게 안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감독이 된 과정에 대해 "정말 자연스러웠다. 한번도 감독을 꿈꾼 적이 없다. 앞으로도 그렇다. 실제로 배우가 더 잘 맞는것 같다. 개런티도 더 낫고(웃음)"라며 "감독을 해보니 제일 힘든 역할임을 알았다. 영화를 만들어보니 감독님들에 대한 존경과 연민 이해가 훨씬 높아졌다. 감독이 느끼는 중압감은 개봉 전후까지 계속 커지고 옥죄어오더라"고 말했다.
문소리는 유명 감독들이 함께 하고 싶어하는 연기파 배우. 그녀는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으로 엄청난 오디션을 뚫고 영화에 발을 딛게 됐다"며 "당시에 로또와도 같은 전무후무한 캐스팅이었다. 어떻게 버텼던 것 같고 여기까지 오게 한 일등공신이 그분"이라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과는 "영화 '파란만장'의 주인공으로 함께 하고 싶었지만, 촬영 당일 임신인 것을 알게됐다. 3개월 전에 유산한 뒤에 들어온 아기였기 때문에 전문의가 촬영을 뜯어 말렸다. 2달 동안 황해도 굿을 전수받으며 제대로 배웠는데 격렬한 굿을 하고 얼음물에 들어가는 연기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정현 씨가 그 역할을 잘 하셨고 이후에 베를린 영화제에서 수상하는 걸 보면서 많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만신'에서 굿 연기를 선보였고, 그걸 본 박찬욱 감독님이 '아가씨'를 같이 하자고 하셨다. 4일 밖에 안찍었는데 국내외 큰 상을 받아서 얼떨떨 했다"고 말했다.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은 자신의 무거웠던 이미지를 덜어준 작품으로 꼽았다. 또한 지난해 한국배우로는 최초로 제7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것에 대해서 "당시 시차가 안맞고 하루에 3편의 영화를 꼬박 봐야하는 상황에서 졸음이 문제였다. 그래서 극장에서 일어나 맨 뒷자리로 가서 서서 영화를 봤다"고 회상했다.
마지막으로 문소리는 "오랫동안 끊임없이 활동하는 여배우가 되고 싶다"며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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