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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택시운전사'에서 '사복조장'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배우 최귀화.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7.08.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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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택시운전사' 출연을 자청했던 배우 최귀화. 그 에겐 5·18은 유년시절부터 가슴에 남아 있는 통증 같은 것이었다.
한국 영화로는 15번째, 국내외 영화 포함 통산 19번째 1000만 돌파작에 이름을 올린 영화 '택시운전사'(장훈 감독, 더 램프 제작)에서 악랄한 사복조장 역을 맡은 배우 최귀화. 그가 22일 오후 스포츠조선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 속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택시운전사'의 1000만 관객 돌파 소감을 전했다.
극중 최귀화가 연기하는 인물은 사복 차림으로 가차 없이 시민을 짓밟는 특공 조장. 시위현장에서 취재를 하는 독일 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와 김만섭(송강호)을 본 후 상부에 보고한 그는 진실이 광주 밖으로 나가는 걸 막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피터와 만섭을 뒤쫓는다. 최귀하는 보기만 해도 섬뜩한 눈빛과 표정으로 8,15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하는 '택시운전사'에서 가장 끔찍했던 시대상을 대변하면서 극의 가장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했다.
이날 최귀화는 '1000만 관객 돌파' 소감을 묻는 질문에 "기쁘다. 하지만 마냥 신이 난다기 보다는 보람이 더 크다"라고 입을 열었다.
"기쁘죠. 하지만 '기쁘다'라는 감정보다는 '보람 된다'는 감정이 더 커요. 우리 영화는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시대적 아픔을 그린 영화잖아요. 이 영화를 통해서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분들이 진실과 아픔을 알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민주화운동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청소년들이 알게 돼 기뻐요. 제 페이스북에 어린 친구들이 '영화를 통해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알게 해줘서 감사하다' '좋은 영화를 보여주셔서 감사하다' 이런 댓글을 남기는데, 정말 뿌듯해요."
이어 최귀하는 5.18을 다뤘던 앞서 많은 다른 영화들 보다 '택시운전사'가 더 관객의 마음을 울릴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자신만의 생각을 전했다.
"물론 '택시운전사' 이전에도 5.18을 다룬 영화들이 있었죠. '택시운전사'가 다른 5.18 영화들과 달랐던 게 있다면 너무 직접적이고 노골적이지 않았다는 것 같아요. 이전 5.18 영화들이 표현하는 면에 있어서 굉장히 잔인한 면들이 있었잖아요. 물론 그것이 진실이긴 하지만 영화로서 보기에 괴롭고 힘든 측면이 있었죠. 그런데 '택시운전사'는 진실을 녹이면서도 그 안에 소소한 웃음과 유머도 들어있어요. 그런 면들 덕분에 조금 더 많은 분들이 '택시운전사'로 5.18의 아픔을 나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난 2012년 5.18를 다룬 영화 '26년'(조근현 감독)에 출연했던 최귀화. 그는 '26년'에 이어 또 다시 5.18을 다룬 영화인 '택시운전사'에 출연하게 된 이유를 '꼭 해야만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라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최귀화는 어렸을 때부터 5.18에 대한 이야기와 사진 자료를 쉽게 접할 수 있었다. 학교 가는 길 길 가, 혹은 터미널에 지난 광주민주화운동의 아픔을 알리기 위해 누군가가 붙여놓은 사진 자료들을 봤던 그는 "그런 자료들이 남아있는 데도 아직도 광주민주화운동이 폭동이었다, 혹은 북한이 개입됐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영화로서라도 진실을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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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택시운전사'에서 '사복조장'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배우 최귀화.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7.08.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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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26년'도 그렇고 이번 작품도 그렇고 꼭 해야겠다는 의무감에 출연한 거였어요. '26년' 촬영 때는 완전 무명이었을 때라 더 하기 어려웠었는데, 제가 하고 싶다고 했어요. 제가 광주 옆 전남 영광 출신인데, 배우들에게 전라도 사투리를 지도해주겠다 그 대신에 출연시켜달라고 해서 출연하게 된 거였어요. '택시운전사'도 어떤 역할이라도 꼭 하고 싶다고 지원한 거였어요. 그런데 처음에는 다른 영화 촬영 때문에 스케줄이 맞지 않아서, 분량이 적은 최 기자(박혁권) 역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었어요. 전라도 사투리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제게 '사복조장'이라는 역할이 있는데, 이 역할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해주셨어요.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나쁜 역할이지만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고 꼭 필요한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사복조장을 하게 됐죠. 영화를 보고난 고향 친구들이 '너 어떻게 고향 내려오려고 그러냐'라고 하더라고요. (웃음) 잘 표현했다는 칭찬인 것 같아 기뻐요."
특공 조장이라는 캐릭터상 유난히 다른 배우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장면이 많았던 최귀화. 그는 촬영장에서도 누군가를 때려야 한다는 것 때문에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설명했다.
"때리는 장면이 많아서 맞는 분들에게 정말 미안했죠. 특히 첫 번째 대학생을 때릴 때는 그 친구한테 정말로 미안했어요. 군중신이라 배우, 엑스트라 분들도 많고 NG가 나면 더 힘들어지는 상황이라서 정말 때렸거든요. 촬영 끝나고 저녁에 숙소 근처에서 술 한 잔 하면서 정말로 미안하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그 친구가 '나중에 꼭 성공해서 형을 때리는 역할로 출연할거다'고 말하더라고요.(웃음) 송강호 선배님 때리는 장면에서는 심적 부담감이 엄청 컸어요. 선배님이시고 혹시나 다치셔서 촬영에 지장이 생길까봐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선배님께서 먼저 땅에 뒹굴면서 리허설을 해주시고 '이렇게 때려봐라, 저렇게도 해보자'라며 최대한 리얼하게 보일 수 있게 도와주셨어요."
'택시운전사' 속 완벽하게 살벌했던 연기 덕에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시선까지 바뀌었다는 최귀화. 따뜻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부산행' 개봉 이후와 '택시운전사' 이후 달라진 사람들의 반응에 대해 말하면 웃어보였다.
"아무래도 많은 분들이 저를 '미생'이나 '부산행'으로 기억해 주셨잖아요. 예전에를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미생' 박대리님~ 사진 찍어요~"라면서 편안히 다가와주셨는데, 지금은 "혹시 '택시운전사'..?"라고 하면서 조심스럽게 물으시더라고요.(웃음)"
한편,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가 통금 전에 광주를 다녀오면 큰 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향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정재근 기자 cj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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