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③]최귀화 "사복조장 더 악랄하게...그게 예의라 생각했다"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7-08-23 15:22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사복조장'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배우 최귀화.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7.08.22/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이보다 더 악(惡)할 순 없었던 영화 '택시운전사' 속 사복조장. 이 캐릭터는 배우 최귀화의 치밀한 캐릭터 분석과 고민을 통해 탄생할 수 있었다.

한국 영화로는 15번째, 국내외 영화 포함 통산 19번째 1000만 돌파작에 이름을 올린 영화 '택시운전사'(장훈 감독, 더 램프 제작)에서 악랄한 사복조장 역을 맡은 배우 최귀화. 그가 22일 오후 스포츠조선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 속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택시운전사'의 1000만 관객 돌파 소감을 전했다.

최귀화가 연기하는 인물은 사복 차림으로 가차 없이 시민을 짓밟는 특공 조장. 시위현장에서 취재를 하는 독일 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와 김만섭(송강호)을 본 후 상부에 보고한 그는 진실이 광주 밖으로 나가는 걸 막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피터와 만섭을 뒤쫓는다. 최귀하는 보기만 해도 섬뜩한 눈빛과 표정으로 8,15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하는 '택시운전사'에서 가장 끔찍했던 시대상을 대변하면서 극의 가장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했다.

이날 영화의 메시지와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더욱 악랄하게 연기하려 노력했다는 최귀하는 이날 '택시운전사'의 촬영을 앞두고 두 가지 걱정거리가 있었다고 솔직하게 입을 열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우리 영화가 이번 정권이 아니라 전 정권 때 크랭크인 됐어요. 그래서 그때 당시에는 그 자체가 핸디캡이었죠.(웃음) 또 하나 걱정됐던 건 혹시나 내 연기가 광주 지역 분들에게 누가 될까 하는 거였어요. 최대한 그 분들께 누가 되지 않는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렇기 위해서는 사복조장이 최대한 나쁜 사람으로 보여야 했어요. 이 인물에 일말의 이해심도, 동정도 느껴져선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그 시대 아픔을 겪으신 분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고 최대한 나쁘고 악랄한 모습을 극대화 하려고 노력했어요. 촬영 마치고 숙소에 올라올 때 엘리베이터에 제 모습을 비춰보면 진짜 눈빛이 막 돌아가 있더라고요."

최귀하는 사복조장의 악(惡)함을 완전하게 표현하기 위해 실제 힌츠페터 기자가 촬영했던 다큐멘터리 속 군인들의 모습을 분석하고 또 분석했다고 말했다.

"촬영 전에 감독님께서 실제 힌츠페터 기자님이 촬영하셨던 다큐멘터리를 주셨고 보면서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어요. 다큐멘터리 속 군인들은 정말..정말 잔인하더라고요. 정말 떠도는 소문대로 저들이 약이나 술을 먹고 저런 게 아닐까, 어쩜 사람이 저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죠. 그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마인드 컨트롤을 많이 하려 했어요. 가장 무서웠던 건 일반 시민을 무자비하게 때리는 군인들의 표정이었어요. 보통 사람들은 누구를 때리려고 하면 표정을 찡그린다던지 아니면 분노를 한다든지 감정이 얼굴에 드러나기 마련이잖아요. 하지만 다큐 속 군인들의 얼굴에는 표정이 없었어요.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죠.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밥을 먹거나 이를 닦거나 하는 아주 일상적인 일을 하듯 사람들을 때렸어요. 그런 부분을 캐릭터로 녹여내려고 했어요."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사복조장'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배우 최귀화.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7.08.22/
지난 해 1000만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 '부산행'에 이어 올해 '택시운전사'까지. 오달수에 이어 새로운 '천만요정' 이라는 별명을 얻고 있는 최귀화. 그는 "작품 보는 눈이 남다른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그렇지 않다. 가장 중요한 건 진심"이라며 웃어보였다.

"작품 보는 눈 같은 건 전혀 없어요.(웃음) 그냥 제게 주어진 영화와 역할을 최선을 다해 하는 것 뿐인 걸요. '부산행' 같은 경우는 감사하게 제의가 들어와서 열심히 최선을 다해 한 것 뿐이고 '택시운전사' 같은 경우는 전라도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면서 제가 보고 들었던 이야기들을 그대로 전하고 싶었던 건 뿐이에요. '부산행'도 '택시운전사'도 작품을 대하는 배우와 제작진들의 진심어린 태도와 마음 덕분에, 또 관객들 덕분에 1000만 관객 돌파가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미생'과 '부산행'에서는 선하고 인간적인 사람의 모습을, '택시운전사'에서는 악랄한 인간의 끝을 보여줬던 최귀하. 매 작품 마다 전 작품에서 보여줬던 모습을 믿을 수 없게 완벽한 변신을 하는 그는 오는 9월 2일 첫 방송되는 KBS2 새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에서는 평범한 동네 빵집 사장 역을 맡아 정소영과 첫 멜로 연기를 보여줄 예정이다. 또한 올 추석 개봉되는 기대작 '범죄도시'(강윤성 감독)에서는 마동석과 코믹한 브로맨스 케미까지 선보인다. 그 어떤 캐릭터로든 단 한 번도 대중을 실망시키지 않았던 배우 최귀하. 앞으로 그가 보여줄 새로운 모습에 더욱 기대가 쏠린다.

한편,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가 통금 전에 광주를 다녀오면 큰 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향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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