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③] '7일' 박민영 "'진짜사나이' 찍은 기분, 이너웨어 4번 갈아입어"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7-08-09 16:24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KBS2 수목극 '7일의 왕비'를 마친 박민영을 만났다. 그는 "'진짜 사나이'를 찍은 기분"이라며 뒷 이야기를 털어놨다.

'7일의 왕비'는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 단 7일 동안 왕비 자리에 올랐다 폐위된 단경왕후 신씨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든 드라마다. 박민영은 극중 신채경 역을 맡아 열연했다. 사실 신채경을 연기하는 것은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일단 유난히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이 여름에 겹겹이 한복을 껴입고 뜨거운 조명을 받으며 연기를 해야 했다.

"여름 사극을 네 번을 했는데 유난히 더운 여름이었다. 다들 더운 한복 입고도 서로 더위 안탄다고 내기해가면서 버텼다. 나는 안에 이너웨어를 하루에 4번씩 갈아입었다. 촬영에 들어가면 집중력을 해칠까봐 메이크업이나 헤어를 수정하는 걸 안좋아하는데 이번에는 많이 할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불쾌지수 높은 날씨 속에서 무사히 마치고 큰 소리 한번 없이 잘 끝내서 다행이다."

더욱이 박민영이 맡은 신채경 캐릭터가 이역(연우진)과 이융(이동건)의 사랑을 동시에 받지만 결국엔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사랑을 이루지 못하는 비극적인 여인이었던 만큼, 박민영은 촬영 내내 눈물로 날을 지새웠다. 오죽하면 지켜보던 시청자들이 안쓰러워 '박민영 좀 그만 울게 해달라'는 시청소감을 쏟아냈을 정도였다. 또 이 모둔 촬영이 생방송과 다름 없이 진행되다 보니 제대로 휴식을 취할 수도 없었다.

"나는 그렇게 많이 운지 몰랐다. 우리는 워낙 생방송 드라마라 끝나고 나서 보는데 정말 하루 종일 울더라. 사극 찍을 때 보통 장소별로 찍는데 채경 방이 있는 날을 '채경데이'라고 했다. 그런 날은 첫신부터 끝신까지 울었다. 나는 찍을 때는 그렇게까지 운다고 못 느꼈다. 인위적으로 분위기를 잡거나 한 적이 한번도 없다. .억지 감정이 아닌 자연스럽게 흘리는 눈물은 많이 힘들진 않더라. 눈물연기는 사실 힘들진 않았다. 눈물을 수정하는게 힘들었다. 너무 수정을 많이 하다 보니 얼굴이 찢어지는 기분이라 알러지 약을 많이 먹었다."

가녀린 체구로 이 힘든 강행군을 어떻게 이겨냈을까. 홍삼 파워를 빌렸다는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처음으로 홍삼을 매일 챙겨먹었다. 정말 효과가 있었다. 체력적으로 엄청 힘들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버틸수 있을 만한 느낌이었다. 사실 비리비리한데 쓰러지지 않는 체력이다. 가늘고 길게 가는 체력의 소유자다. 항상 스태프도 한번만 쓰러지라고 했는데 한번도 안 쓰러졌다. 이번 촬영 때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없었다. 심리적으로 너무 편해서 그런지 체력적인 부담은 안 느꼈다. 더위는 가장 미웠다. 아버지가 석고대죄하는 신에서 하루종일 뜨거운 바닥 위에서 엎드려 있었다. 갑자기 눈앞이 하얗게 되더라. 드디어 쓰러지나 했더니 음료수 한 모금 먹으니까 다시 돌아왔다. 금방 다시 찍었다."

무엇보다 어려웠던 건 개연성을 만들어가는 작업이었다. '7일의 왕비'가 역사적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긴 하지만 세간에 잘 알려져있지 않은 이야기였고, 부족한 사료에 허구의 이야기를 덧입히다 보니 개연성에 관한 지적이나 역사 왜곡에 대한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박민영은 이 모든 이야기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연기로 설득력을 더하려 노력했다.


"나도 의문이었던 부분이 두 번 있었다. 그건 감독님 작가님과 애기해서 풀었다. 채경이로만 보면 나는 의구심을 빼려고 노력했다. 어쨌든 역사적으로 한 줄에 불과한 캐릭터고 나머지는 작가님의 상상이다. 그래서 조금 이해가 안 되도 설득시키고 내가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신경을 썼다. 정확하게 분석을 해나가다 보니까 시청자 분들이 보실 때 '왜'가 좀 줄어든 것 같다. 배우분들도 '대본을 볼 때 채경이가 어떻게 연기할지 너무 궁금했는데 나도 설득 당했다'고 했다. 채경이에 대해 가장 잘 알고 느끼는 사람은 나이기 때문에 내가 먼저 이해하려고 계속 대본을 정말 많이 공부했다. 대사 하나하나를 내 말로 내뱉기 위해 힘을 실으려 했다. 내 진심으로 내 말로 대부분의 대사를 했다."

3개월 동안 박민영은 자신을 버리고 신채경으로 살기 위해 노력했다. "'7일의 왕비'는 '진짜 사나이', 하드 트레이닝 극한 체험이었다. 3달 동안 휴대폰을 거의 안봤다. 꼭 필요한 스케줄 확인이나 그런 것 빼고는 일부러 안봤다. 시청률이나 그런 것에 휘둘리기도 싫고 내가 흔들리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책임감도 컸다. 이렇게 연기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대본을 열심히 봤다. 잘 때도 대본을 안고 잤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과연 드라마의 결말에는 만족할까. '7일의 왕비'는 결국 신채경이 폐위되는 역사를 따랐다. 이후 자신의 죄를 뉘우친 이융이 신채경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이역이 운명하기 직전 다시 입궁한 신채경과 재회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최선의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해피인 척 하는 새드엔딩이지 않았나 싶다. 마지막이 몽환적으로 처리되긴 했지만 38년 동안 서로 못보고 그리워하고 애틋함을 갖고 있는 것 자체가 너무 슬프다. 결코 해피엔딩은 아니었다. 마지막에 행복한 신을 서비스컷처럼 들어가긴 했는데 그것 또한 상상일 뿐이니까 나는 좀 안쓰럽더라. 채경이한테만 몰입해서 연기하다 보니 마냥 웃고 행복했던 시절이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역이와의 추억을 떠올려도 뭔가 아픔이 있거나 비밀이 있는 상태에서 만나고 누군가는 울었다. 100% 행복하고 웃었던 기억이 없더라. 마음이 아렸다. 너무 한 사람만 지고지순하게 사랑한 건 너무 아름답지만 너무 행복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마감직전토토, 실시간 정보 무료!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