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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윤종훈 "사회문제 작품들…결국 잘 돼야 승리"

전혜진 기자

기사입력 2017-07-25 16:39



[스포츠조선 전혜진 기자] 배우 윤종훈은 어느 덧 데뷔 4년 차를 맞이했다. 그러나 내공은 어언 10년. 스물세 살 때부터 무작정 연극판에 뛰어들어 수년간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갈고 닦으며 올곧은 배우의 길을 걸었다. 2013년 tvN 드라마 '몬스타'로 첫발을 내디뎠고 '미생' '응급남녀' E채널 '라이더스:내일을 잡아라''박대리는 휴가중' '청춘시대' 그리고 사전제작 촬영을 마친 MBC '왕은 사랑한다'까지. 짧은 기간임에도 숱한 작품에 출연하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실제 그를 마주하고 보면 그야말로 '꽃미남'이라 '곱게 자랐을 것 같다'는 선입견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윤종훈은 곱상한 얼굴을 뒤로한 채 만인의 희노애락을 담은 배우의 얼굴을 만들어나간다. 신입 인턴을 괴롭히는 얄미운 금수저일 때도, 사회에 찌든 6년차 대리일 때도 또 어떨 땐 능청스런 선수의 얼굴이다. 취업에 굴복한 사회 초년생일 때도 있었다. 그는 4년 넘는 시간동안 조금씩 요란하지 않게 자신의 영역을 꾸준히, 그리고 묵묵히 확장해오고 있다.

그런 그가 4년 차에 접어들면서 그가 가장 많이 생각하고 있는 건 뭘까.

"요즘에는 내가 정말 매력적인 배우일까, 정말 좋은 연기를 하고 있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데뷔하고 몇 년은 그렇지 않았는데 연기가 오히려 더 어려워졌어요. 앞으로 어떻게 또 연기 생활을 이어 나갈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더욱 조심스러움을 안고 있는 것 같아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더 멀리 간 굉장히 친한 친구 존재 같달까. 내가 섣불리 알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더 낯설어졌어요. 제가 어디까지 어떤 역할과 연기를 할 수 있는 깜냥이 될까. 그런 고민들을 하고 있어요."


윤종훈은 어떻게 인기를 끌까 보단 어떻게 좋은 사람, 그리고 좋은 배우가 될까 끊임없이 고민한다. 꽃미남 미모와는 달리 소탈했고 또 진지하지만 유쾌했다. "제가 사실 연기 빼곤 크게 욕심이 없어요. 어디 가서 나 셀럽이요 하고 차려입는게 전혀 안 어울리더라고요, 하고 싶지도 않고. 옷도 그냥 편하게 다녀요. 그럼 저희 실장님이 좀 힘들어하시죠. 하하하하"라고 웃어 넘기지만, 특별히 화려하게 꾸미지 않아도 존재감은 빛난다. 사람에 대한 애정은 작가와 PD들에게 다시 만나고 싶은 배우로 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같이 작품을 한 감독님, 작가님께는 꼭 연락을 드리고, 또 반대로 주시기도 해요. 어떤 경우든 감사하죠. 제가 톱스타도 아니고 유명한 배우도 아니고, 또 이름 댔을 때 모두가 알 만한 배우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 세계에선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어떤 선배는 '연기에 첫발 들여놓은 사람에게 정을 주지 못한다'라고도 말해요. 그런 상황 속에서 특히 잘나지도 않은 제가 작품을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는 제작사나 투자사에서 혹여 반대해도 작가님, 감독님이 꼭 잡고 있어주셔서 할 수 있었어요. 돌이켜보면 '응급남녀' '몬스타''사랑만할래'도 그렇게 출연하게 된 거죠. 제가 또 고마움은 절대 안 잊는 성격이에요. 하하"


윤종훈은 그렇게 사람으로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 성격 때문일까. 작품 선택 역시 '미생' '라이더스' '몬스타' '청춘시대' 등 사회의 청춘들을 대변한다. 사람에 대한 이야기와 대중과의 공감을 중요시한 선택.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많이 보도록 만드는 것이다. 윤종훈은 많은 이들이 보고 그 문제들이 밖으로 나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라이더스:내일을 잡아라' 할 때는 드라마가 잘 안돼서 그런지 애착이 좀 많이 가는 작품이었죠. 그 연령대에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것과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지점들을 잘 지켰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사실 모르겠어요. 드라마가 결국 잘 안되면 우리들끼리의 얘기가 되는 거더라고요.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함께 생각하게 했을 때 우리의 문제가 되는 거죠. 사실 '미생'도 엄밀히 따지면 특별출연이었어요. 별로 나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봤고 지금까지도 가끔 이슈화되고. 제가 맡았던 역할이 엘리트에다 좋은 교육을 받은 이를 대변하는 친구인데, 분량이 작았음에도 많은 이들이 기억할 수 있었던 건 결국 드라마가 잘 돼야 한다고, 많이 봐야 한다는 거죠."



4년 간 숱한 작품들에 출연한 배우. 누군가는 아직 못 떴냐고 말할 수 있다. 본인 스스로도 톱스타의 위치를 향해 사정 없이 내달리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러나 윤종훈은 하고자 하는 연기 이외의 어떤 다른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 먼 미래나 주변을 신경쓰기 보다는 지금의 나의 일에 충실하며 묵묵히 자기의 길을 간다. 최선을 다 하고 그저 결과를 기다리는 것.

"사실 올해의 목표 같은 것도 잘 안 세워요. '과거를 돌아보되 연연하지 말고 미래를 생각하되 행동으로 보이고 오늘을 잘 살아야 한다'라는 말을 믿어요. 물론 큰 대소는 있겠지만,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잖아요. 사실 이렇게 인터뷰할 때마다 예전 걸 찾아보면 그때 마다의 윤종훈이 비슷한 점도 있지만 다른 점도 있어요. 그게 신기해요. 예전에는 나쁜 일이 있으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죠. 요즘에는 그냥 대부분의 일들이 그냥 그러려니 해요. 좋은 결과면 좋은 거고 나쁜 결과면 어쩔 수 없지 하하 하며. 점차 더욱 그렇게 되어 가고 있네요."


그의 앞으로는 어떨까. 으레 이런 질문을 하면 이것저것 쉴 틈 없이 하고 싶은 것들이 튀어나오게 마련이지만 윤종훈은 가볍지만 진지하고 또 아주 확실한 자신만의 인생 계획을 꺼내놓았다. 이게 윤종훈이 연기와 삶을 대하는 방식이고 그에게 눈에 띌 만한 자극적인 수식어는 없지만, 그가 이토록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얼굴을 통해 우리 곁에 잔잔히 스민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 계획이요? 딱히 없어요. 사실 작품도 제가 고르는 것도 아니고 먼저 오면 그 작품 하게 되는 거고. 어떻게 보면 선착순일 뿐이죠. 어떤 작품이건 서로의 필요로 의해 가는 게 목표 의식도 생기고, 태도도 좋아져요. 그러나 뭔가를 갈구하고 무엇을 좀 하게 해달라고 누군가의 밑에, 누군가의 우위에 있는 상황이 되면 이미 현장 분위기가 자체도 안 좋은 기운을 내뿜게 돼요. 그러니 나도 이 역할이 좋고, 작품도 날 필요로 하고, 서로가 필요해서 수평적 관계로 가는 게 좋아요."


gina1004@sportschosun.com, 사진=이새 기자 06sej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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