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동하 "10년 무명? 전보다 떴다고 '연기 희열' 초심 안 변해"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7-07-23 13:59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SBS 수목극 '수상한 파트너'는 배우 동하의 진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작품이었다.

'수상한 파트너'는 기억상실로 결정적인 순간을 무한 반복하는 살인자와의 쫓고 쫓기는 스릴러이자 남녀주인공의 아주 웃기는 로맨틱 코미디다. 동하는 극중 정현수 역을 맡아 열연했다. 정현수는 순진무구한 택배 기사의 가면 뒤에 냉혹한 살인마의 본성을 숨겼던 인물. 특히 마지막에는 자신의 첫사랑을 집단 성폭행하고 살해한 가해자들을 응징하는 살인마가 아니라 사건을 방관한 가해자였다는 게 밝혀져 소름 돋는 반전을 선사했다. 이에 온갖 찬사가 쏟아졌지만 동하는 담담한 모습이다. 오히려 함께 호흡을 맞췄던 이들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지)창욱이 형도 그렇고 (남)지현이도 그렇고 슛 들어가기 전에 합을 맞춰본 적은 거의 없었어요. 그래도 액션, 리액션이 좋았어요. 배우들이 좋으니까 저도 에너지를 받아 잘했던 것 같아요. 그림 틀을 너무 잘 그려주니까 좋았어요. 좋은 사람들이랑 같이 작품한다는 것 자체가 좋았어요. 특히 창욱이 형은 마인드가 진짜 좋은 것 같아요. 3개월 같이 촬영한 사람으로서 제가 동생이긴 하지만 형을 보면 너무 좋은 사람 같아요. 얼굴도 그렇게 잘 생겼는데 연기까지 정말 잘하고 사람이 좋기까지 하니 부러울 뿐이죠. 모든 걸 다 가졌잖아요."


'수상한 파트너'의 최고 명장면은 노지욱(지창욱)과 정현수가 맞붙은 마지막 법정신이었다. 노지욱은 정현수가 가해자일 것이라 추측하고 일부러 집단 성폭행 사건 정황을 조금 다르게 말해 정현수를 자극했다. 정현수는 초지일관 냉소적이고 침착한 모습이었지만 계속된 도발에 자신의 죄를 털어놓으며 무너져내렸다.

"대사를 받았을 때 이 대사를 어떤 표정과 감정으로 해야할지, 스킬적인 부분은 단 1초도 생각하지 않았어요. 대사는 당연히 숙지하고 있어야 하는 거지만 저는 정현수의 옷을 입은 상태니까 상대의 말을 집중해서 들으면 자연스럽게 리액션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저는 중간에 콧물이 많이 나서 NG가 한번 나긴 했어요. 창욱이 형은 원테이크 OK가 났고요."


많은 이들이 낯선 이름 때문에 동하를 신인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그는 꽤 연차를 쌓은 배우다. 2008년 김형규라는 이름으로 KBS2 드라마 '그저 바라보다가'로 데뷔, 이후 '쓰리데이즈' '기분좋은날' '라스트' '화려한 유혹' '뷰티풀 마인드' 등에 출연했다. '라스트'에서는 곽흥삼(이범수)의 미스터리한 보디가드 겸 히트맨 사마귀로, '화려한 유혹'에서는 신은수(최강희)의 성실한 동생 신범수로, '뷰티풀 마인드'에서는 유쾌발랄한 3년차 레지던트 양성은으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줬다. '뷰티풀 마인드'에 출연하기 전 김형규에서 동하로 개명한 탓에 많은 이들이 그의 이름을 기억하진 못했지만, '김과장'을 통해 동하라는 이름을 확실히 각인 시켰다. 그리고 '수상한 파트너'에서 '김과장'의 '멍석이' 박명석과는 전혀 다른 연기로 존재감을 인정받았다. 여기까지 오는데 10년 여가 걸린 셈이니 당연히 슬럼프가 있었을 법도 하다. 하지만 동하는 고개를 내저었다.

"정말 많이 물어보세요. 그런데 저는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힘들거나 슬럼프에 빠진 적도 없고 지금 많이 올라온 건지도 모르겠어요. 사실 저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았기 때문에 늘 행복했어요. '김과장'이나 '수상한 파트너'는 드라마가 잘된 것 뿐이에요. 저는 단지 캐릭터를 분서하고 연기하고 그런 일에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고, 제 일을 하고 제가 하던 연기를 해왔을 뿐인걸요. 드라마가 잘 돼서 지금은 좀더 행복한 것 뿐이에요."


두 드라마가 모두 성공적으로 막을 내리면서 동하의 인기와 인지도도 확실히 상승했다. 하지만 동하는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다.


"확실히 전보다 많이 알아봐주시고 사진 찍어달라거나 사인 해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드라마가 잘되긴 했나보다 싶었죠. 제가 뭔가에 집중하고 있을 때라도 사진 찍자고 해주시면 너무 감사해요. 행복해요. 하지만 담담하게 차기작을 준비하려고요. 제가 그 이상을 생각하게 되면 자만하고 오만해질 수 있으니까요.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정말 쉼없이 달려온 만큼 동하는 잠시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생각이다. 그리고 '김과장'이나 '수상한 파트너'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캐릭터로 시청자 곁에 돌아올 예정이다.

"'수상한 파트너'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했기 때문에 아쉬움은 있지만 후회는 없어요. 그래도 지금은 캐릭터에서 벗어나는 게 급선무인 것 같아요. 다시 한번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시간이 된다면 여행도 다녀오고 배 낚시 가서 생각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 싶어요. 정말 '동하'라고 하면 '연기 잘하는 배우'라고 생각하실 수 있도록 계속 열심히 할거예요.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는 게 1차적인 목표이자 최종 목표 입니다."

silk781220@spor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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