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가상화폐가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 주목받으면서 게임용 그래픽카드가 '광산 채굴 노예'로 고통받고 있다. 가상화폐를 얻는 데에는 그래픽카드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상화폐는 발행기관이 따로 없는 대신 정해진 알고리즘에 따라 지속해서 생성된다. 유통량도 수요와 공급에 따라 자동으로 결정된다. 이에 따라 유통량과 발행 시기에 대한 수학적 문제를 해결하면 생성된 가상화폐를 선점할 수 있다. 이러한 행위를 금광에서 광부들이 금을 캐는 일에 빗대어 '채굴'이라 표현한다.
가상화폐 채굴은 시도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문제가 어렵고 복잡해져 시간이 오래 걸린다. 문제를 푼다고 해서 바로 가상화폐를 얻을 수도 없다. 획득할 수 있는 확률만 높아진다. 가상화폐는 이렇게 생산량과 생성 주기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그러므로 문제를 푸는 속도보다는 한꺼번에 많은 문제를 풀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따라서 채굴용 PC에는 언뜻 생각하면 고성능 CPU가 필요하리라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단순한 계산 작업에는 CPU보다 그래픽카드가 효율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채굴용 PC는 운영체제 구동만을 위한 저가형 CPU를 사용하고 계산용인 그래픽카드는 최대한 많이 장착한다. 일반적으로 4~6개까지 장착할 수 있었으나 최근에는 10개 이상 장착 가능한 채굴용 메인보드까지 등장했다.
이에 따라 그래픽카드를 구매하려는 일반 소비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 가상화폐 때문에 원하는 그래픽카드를 살 수 없는 지경이다. 특히 채굴에 활용되는 그래픽카드들은 게임 구동에 유용한 모델들이기 때문에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입은 피해는 절대 적지 않다.
그뿐만 아니라 채굴용 PC에 사용된 그래픽카드를 박스 없이 판매하는 신제품 벌크 마냥 속여 중고 거래를 시도하는 일도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가상화폐 채굴은 그래픽카드를 마치 광산 노예처럼 24시간 혹사시킨다. 채굴용 PC에 사용된 그래픽카드는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다.
고장 직전까지 혹사당한 그래픽카드는 최근 가상화폐 시장에 발생한 다양한 부정적인 사건 때문에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때아닌 가상화폐 열풍으로 애꿎은 그래픽카드가 노예 취급을 당하고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인터넷 호스팅 업체가 해커들이 암호화한 고객 데이터를 복호화하는 대가로 가상화폐 13억 원 상당을 지급하기로 한 사건이 발생하고 순식간에 가치가 폭락한 가상화폐도 있어 채굴용 PC에 사용된 그래픽카드가 시장에 쏟아져 나오게 되었다"며 "이렇게 혹사당하며 고장 직전인 그래픽카드들이 대량으로 중고 거래되고 있어 게임이나 일반 사무를 목적으로 그래픽카드가 필요한 유저들은 중고 그래픽카드 구매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림 텐더 / 글 박해수 겜툰기자(gamtoon@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