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최희서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영화 '박열'(이준익 감독, 박열문화산업전문유한회사 제작) 캐스팅 이후 겁이 났다는 최희서(30)는 우려와 달리 완벽한 가네코 후미코로 변신해 감탄을 자아냈다. '박열'에서 박열과 첫 만남에 자신을 아나키스트라고 소개하며 동거를 제안하는 당돌한 일본 여자 가네코 후미코에 오롯이 빠져들어 존재감을 드러낸 것. 일본인이지만 일본 제국주의와 천황제를 반대하며 항일운동에 나선 여성으로, 조선인 학살 사건의 희생양으로 검거된 박열과 함께 투쟁하기 위해 스스로 수감된 것은 물론 박열과 함께 대역죄로 기소되는 여성 가네코 후미코. 일본 제국의 갖은 회유와 압박에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히, 확고하게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신여성으로 박열과 함께 129분을 이끈다. 박열과 일본 제국을 뒤집어놓은 재판의 주인공으로 인생 연기를 펼친 최희서는 보는 강렬하게,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다.
"운이 좋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박열을 연기했던 이제훈이 없다면 지금의 가네코 후미코도 이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을 거예요. 일단 '박열'은 남성 관객도 관객이지만 여성 관객이 많이 봐줬으면 좋겠어요. '이게 실화임?'이라고 말할 만큼 그 시대에 믿기지 않을 신여성이거든요. 100여년 전에 존재한 여성이 100여년을 앞서간 생각을 했다는 게 너무 신기하지 않나요? 많은 여성 관객이 '나도 가네코 후미코처럼 살아보고 싶다'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기존 한국 영화에서 여성 캐릭터는 굉장히 도구적으로 쓰이잖아요. 주인공의 여인, 동생 혹은 섹시 코드로 만 보이는데 '박열'의 가네코 후미코는 이런 틀에 박힌 캐릭터와 전혀 다르니까요. 하하."
강인한 여성 가네코 후미코 자체였던 최희서. 그는 실존 인물을 완벽히 재현하기 위해 가네코 후미코의 자서전을 연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해나갔다. 특히 일본인이 구사하는 어눌한 한국 발음을 위해 한글을 히라가나로 바꿔서 외우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 캐릭터의 완성도를 높였다.
"초등학교 때 일본에 살았어요. 2학년 때 일본에 가서 6학년까지 졸업하고 한국에 돌아왔으니까 정확히 5년 정도 살았어요. 일본어를 많이 잊어버렸는데 '동주'에 출연하면서 일본어를 다시 상기시켰던 터라 '박열'은 상대적으로 편하게 일본어 대사를 구사했어요. 다만 일본인이 발음하는 어눌한 한국어 대사는 어려웠죠. 부담감이 컸어요. 혹여 '관객이 어눌한 한국어 대사를 듣고 몰입도가 깨지면 어쩌지?'라는 걱정도 했어요. 일단 한국어 대사를 히라가나로 바꾸면 최대한 느낌을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시도해봤죠. 꽤 고민을 많이 해서 만든 대목인데 시사회 이후 '어눌한 한국어가 귀엽다'라는 평을 받았어요. 다행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아쉽기도 해요(웃음). 귀엽게 보일 줄 몰랐거든요. 하하. 실제 저는 가네코 후미코와 기질이 비슷해요.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는 여장부죠. 하지만 가네코 후미코가 확실히 조금 더 대담한 것 같아요. 특히 연애면에 있어서요. 저는 절대 이성에게 먼저 다가갈 수 있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맘에 드는 이성 친구가 있어도 고백했다가 차일까 다가가지 못하거든요. 그런 지점에서는 가네코 후미코가 부럽기도 해요. 순진하고 열정적인, 또 사랑에 있어 솔직하잖아요. 원하는 게 있으면 끝까지 쟁취하고 마는 뚝심도 좋고요. '박열' 역사를 다룬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러브스토리로 느껴지는 지점도 이런 가네코 후미코의 사랑방식 때문인 것 같아요. 박열에게 먼저 공을 던진 여자, 어쩌면 사랑을 원했던 여자죠. '박열'은 사랑의 감정이 중요한 영화이기도 해요. 저희끼리는 '박열'을 '옥중 로맨스'라 불러요. 역사적인 사실에 접근해 '박열'을 보고 싶은 분도 계시겠지만 옥중 로맨스로 본다면 더 재미있고 쉽게 영화에 빠져들 수 있을 거예요(웃음)."
한편 '박열'은 1923년 도쿄, 6000명의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려는 일제에 정면으로 맞선 조선 최고 불량 청년 박열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후미코의 믿기 힘든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이제훈, 최희서, 김인우, 권율, 민진웅 등이 가세했고 '동주' '사도' '소원'의 이준익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8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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