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지상파 사극이 삼각관계에 푹 빠졌다.
KBS2 수목극 '7일의 왕비'는 신채경(박민영)을 중심으로 한 연산군 이융(이동건)과 중종 이역(연우진)의 삼각관계를, MBC 수목극 '군주-가면의 주인(이하 군주)'은 한가은(김소현)을 사이에 둔 세자 이선(유승호)과 천민 이선(인피니트 엘)의 연적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두 드라마 모두 조선시대 혼란한 시기를 배경으로 삼고 있는데다 여주인공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멋진 남주인공들의 이야기를 그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극중 삼각관계에 대한 시청자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렸다.
'군주'의 삼각관계에 대한 반응은 점점 식어가고 있다. 초반에는 세자 이선의 고군분투 성장기와 편수회의 악행, 그리고 삼각관계가 어우러져 긴장감을 조성하고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한가은이 궁에 입궁한 뒤로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은 채 삼각관계에만 몰두하다 보니 극의 정체성이 흐려졌다는 비판 연론이 일어났다.
사실 '군주'에서 삼각관계는 아주 중요한 코드다. 천민 이선은 한가은을 차지하기 위해 흑화하고, 그와의 대결을 통해 세자 이선이 진정한 군주이자 성군으로 성장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삼각관계가 '군주'의 메인 메시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군주'는 애초 '왕자와 거지'(세자 이선과 천민 이선의 신분 교환), '로미오와 줄리엣'(삼각관계), '철가면'(가면으로 정체를 숨기고 사는 세자) 등의 요소를 종합한 한국판 '왕좌의 게임'을 표방한 작품이었다. 그래서 시청자는 편수회에 맞서는 세자 이선의 성장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점점 삼각관계에 무게가 실렸다. 그리고 이제는 한가은이 민폐를 끼치는 사고뭉치로 전락하고 그 뒷수습은 세자 이선과 천민 이선의 몫으로 남겨지면서 유치하고 뻔한 전개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삼각관계의 식상함을 완충해줄 수 있는 브로맨스나 권력 싸움 등 부수적인 코드도 부족하다 보니 어설픈 삼각관계의 맹점만 더욱 두드러졌다. 오죽하면 '군주'가 아닌 '군주의 여자'라는 소리가 나오기까지 한다.
유승호 김소현이라는 믿고 보는 카드에 엘의 선전까지 더해지며 배우들의 연기에는 만족도가 높다. 이에 힘입어 '군주'가 수목극 1위 자리를 지키고 있긴 하지만 스토리 자체의 엉성함을 언제까지 연기력으로 채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후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시청률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게 그 방증이다. 하루라도 빨리 초반 기획의도대로 편수회와 세자의 대립과 권선징악형 결말이 나오지 않는다면 1위 자리도 위험할 수 있다.
반면 '7일의 왕비'의 삼각관계는 호응을 얻고 있다. 사실상 '7일의 왕비' 전개 자체에는 엉성함도, 역사 왜곡도 상당하다. 역사적 인물만을 그대로 가져오고 스토리는 온통 허구로 채웠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그러나 "흔히 볼 수 없던 치명멜로"라던 자신감처럼 삼각관계 만큼은 시청자를 설레게 한다. 죽은 줄 알았던 어린 시절 첫사랑과 재회한 뒤 목숨을 걸고 그를 지키려는 신채경, 자신의 처지 때문에 신채경을 밀어냈지만 결국은 사랑을 택한 이역, 콤플렉스와 열등감에 사로잡혀 광기어린 폭군으로 변했지만 유일하게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신채경을 차지하고픈 이융의 서사가 탄탄하게 깔리며 이들의 멜로에도 설득력을 불어넣는다.
여기에 배우들의 열연도 힘을 보탰다. 이동건은 분노 슬픔 연민 사랑 등 복합적인 감정을 힘 있게 터트리며 '역대급 연산'을 만들어냈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예민하고 날이 서 있지만 신채경에게 만큼은 따뜻한 그의 눈빛 연기에 '섹시 연산'이라는 애칭까지 생겨났다. 연우진은 자타공인 멜로 장인의 면모를 뽐내는 중이다.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아파하면서도 결국은 신채경을 지키기 위해 카리스마를 폭발시키는 그의 모습에 시청자는 녹아내렸다.
이처럼 '7일의 왕비'는 이동건과 연우진의 연기 대결을 무기로 시청자에게 어필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7일의 왕비'보다는 극한 상황으로 치닫는 '왕비의 남자'들에게 시선이 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박민영은 찰떡 같은 케미로 멜로에 개연성을 부여한다. 이동건과는 휴식과 같은 편안함을, 연우진과는 온갖 슬픔을 담은 생사 로맨스를 보여주며 삼각관계의 무게중심을 잘 지켜내고 있다. 그래서 '7일의 왕비' 속 멜로는 어설픈 구성에도 애절한 폭발력을 가질 수 있었다. 시청률은 최하위이지만 초반 기획의도대로 흔들림 없이 멜로 라인에만 초점을 맞춘채 달린 성과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현장정보 끝판왕 '마감직전 토토', 웹 서비스 확대출시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