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 '군주' 아닌 '군주의 여자', 왜 김소현을 '민폐여주'로 만드나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7-06-23 09:33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MBC 수목극 '군주-가면의 주인(이하 군주)'이 답답한 전개로 시청자를 애태우고 있다.

'군주'는 애초 조선의 물을 사유한 편수회에 맞서 백성을 구하려는 세자의 고군분투를 그린 드라마로 정치와 멜로를 결합한 독특한 정체성으로 승부를 걸었다. 진정한 군주가 되고자 하는 세자의 성장기와 편수회의 악행이 대비되며 긴장감을 조성하고, 한가은(김소현)을 중심으로 한 세자 이선(유승호)과 천민 이선(인피니트 엘)의 삼각관계가 애틋함을 더하며 꾸준히 수목극 1위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갈수록 멜로 이외에 다른 이야기는 사라져가고 있다. 한가은을 차지하기 위해 모든 걸 내던진 세자 이선과 천민 이선의 연적 대결만 남아 극을 꾸려가는 모양새다. 이 과정에서 한가은 캐릭터도 점차 변질되고 있다. 초반에는 똑 부러지는 성격과 담대함으로 무장한, 신선한 매력의 여주인공이었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어리석은 독단으로 모두를 위기로 몰아가는 민폐 캐릭터가 되고 있다.


22일 방송도 그랬다. 천민 이선은 세자 이선의 등장에 위기를 느끼고 편수회 대목(허준호)에게 세자 이선의 생존 사실을 알리는 한편, 한가은에게도 부친을 죽인 원수가 천수 행세를 하고 있는 세자 이선이라는 것을 밝혔다. 또 자신은 천민 이선이나 세자 이선 때문에 가면을 쓰고 왕 행세를 하고 있다고 거짓말까지 했다. 이에 한가은은 분노했다. 세자 이선에게 사라지라고 분노를 쏟아냈다. 하지만 세자 이선의 마음을 알게된 편수회 대목은 한가은을 납치했고, 모두의 만류에도 세자 이선은 그의 앞에 나타났다. 복수를 위해 죽음을 가장하고 신분을 숨긴 채 살아가던 세자가 여인 하나를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고 스스로 불구덩이로 걸어 들어간다는 설정은 다소 유치했다.


문제는 이러한 전개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다는 것. '군주'는 수도 없이 한가은이 제멋대로 일을 벌이고, 그것을 세자 이선과 천민 이선이 '사랑'이라는 미명 하에 수습하는 식의 이야기를 반복해왔다. 한가은의 민폐 행적은 화려하다. 편수회 대목이 현왕을 시해하던 날 세자 이선의 친모인 영빈에게 아비의 죽음은 대목 탓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세자에게 복수하겠다며 멋대로 궁녀로 입궁하고, 세자 이선에게도 이별을 고했다. 천민 이선의 해독제를 몰래 가져가 그를 죽일 뻔 했고, 이미 세자 이선에게 이별을 고해놓고 먼저 아는 척을 하며 여지를 남겼다. 중궁전 간택에 멋대로 참여해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다. 천수의 정체가 세자 이선이라는 것을 안 뒤에도 아무런 방어 태세 없이 금침에 누워있다 편수회에 잡혔다.




총명하고 당찼던 여주인공이 트러블 메이커로 변질되니 주인공 캐릭터가 매력을 잃어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유승호 김소현 엘이 하드캐리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긴 하지만 스토리 자체가 산으로 가고 있는데 언제까지 배우들이 버텨낼 수 있을지는 사실 의문이다. 종영까지 12회 만을 남겨놓은 '군주'가 아무런 진전도, 맥락도 없이 삼각관계만 수회에 걸쳐 늘어놓다 보니 "이쯤되면 '군주'가 아닌 '군주의 여자'가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한다.

이제 삼각관계는 더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질리도록 봤다. '군주'가 하루 빨리 초심을 되찾아 편수회와 세자의 시원한 대결을 보여주길 시청자들은 바라고 있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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