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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작품 하나 끝날 때마다 나이 한 살 더 먹어요."
-대장정을 끝냈다. SNS를 보니 태국 여행을 다녀왔던데?
이번엔 다행히 대본이 좀 빨리 탈고돼서 촬영을 마친 후 친한 동료들과 태국을 다녀올 여유가 있었다. 드라마 끝나고 여행을 간게 처음이다. 일일극은 특히 길어서 그런지 여운이 길다. 처음엔 실감도 잘 안나고, 끝나고 나면 아쉽다. 그 역할로 워낙 오래 살아서인지 털어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거 같다.
잠을 너무 못자서 어느날 아침에 일어나서 촬영하러 가려는데 갑자기 필름이 끊겼다. 나가려다 그대로 쓰러진 것. 하필 안경을 쓰고 있던 바람에 눈썹 위 쪽이 찢어져 병원에서 20바늘을 꿰맸다. 그 일 때문에 당일 촬영이 취소가 돼서 너무 미안했다. 다행히 지금은 흔적이 잘 안 보일 정도로 회복이 됐다. 근육막까지 찢어졌는데, 운이 좋았던 편이라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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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드라마 성향이 강하다 보니까 표현의 제약이 좀 있다. 요즘은 많이 없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이 선은 넘지 마라하는 공식이 있는 거 같다.
-예를 들면?
여자 악역 같은 경우는 제한이 없는 편인데, 남자 캐릭터의 경우는 어느 정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 이번 '사랑은 방울방울'의 박우혁도 나중에는 바뀌긴 하지만, 초반에는 성격이 까칠하고 못된 캐릭터였다. 근데 실제 연기를 했을 때보다 편집을 통해 많이 순화됐다.
-실제 연기한 부분보다 편집돼서 아쉬웠던 장면은 없나?
사실 찍을 때부터 제작진이 수위는 편집으로 조절할 테니까 조금 지나치다고 생각해도 걱정 말고 마음껏 하라고 귀띔을 해 준 상태였다. 그래서 신경쓰지 않고 편하게 연기했다.
-캐릭터가 심장이식 수술 전후로 변화가 있는 캐릭터라 표현이 어려웠을 것 같다.
아예 180도 변하는 인물이면 차라리 편한데, 중간에 안 하던 행동을 하면서 바뀌어 가는 과정이 힘들었다. 그 과정이 길면 괜찮은데 또 너무 짧았다. 세월이 6년이나 건너뛰는 부분이 있어서 '어떻게 변했을까' 그런 부분이 명확하지 않은게 맹점이다. 대본 상에서 이식 수술 직후에는 많이 이질감을 보였는데, 또 6년 뒤에는 원래 성격이 조금 돌아오고. 그런 애매한 부분들이 있어서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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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에서 쓰러지는 신이 있었다. 너무 추워서 패딩에 장갑까지 꼈는데도 누우니까 입이 돌아갈 것 같더라. 방울이(왕지혜)가 눈물을 내 얼굴에 정확히 떨궈야 하는데 감정 연기 중에 그게 쉽겠나. 조준이 잘 안 돼서 계속 우는 연기를 하느라 너무 고생했다. 결국은 성공했는데 몸이 얼어서 낑낑대며 일어났다.
또 한채린(공현주)에 심폐소생술을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마침 현장에서 마라톤 대회가 있어서 구급대원분들이 구경하고 있더라. 그래서 허투루 할 수가 없었다. 최대한 안 아프게 하려고 했는데, 다음날 정형외과 같다고 메시지를 보냈더라. 나름 배려한다고 했는데 공현주가 요즘 인터뷰에서 그때 힘들었다는 얘길 많이 하더라. 하하.
-SBS에서 '사랑은 방울방울' 이후 일일극 편성을 않기로 결정했다.
그로 인한 부담감이 많았다. 배우도 제작진도 마지막이라고 하니까 더 잘 해야 할 거 같은 마음이 있고, 괜히 '우리 탓인가' 하는 기분이 없지 않았다. 물론 방송사 사정이 있는 거겠지만, 배우의 한 사람으로서 아쉽다. 직장이 하나 없어진 기분도 들고.
-일일극만 연이어 5번째. 임성한 작가 작품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지만, 그 때문에 더 일일극 주인공 이미지가 강해진 것도 같다.
그런 경향이 없다고 할 순 없는 거 같다. 근데 '압구정 백야'가 있었기에 지금 계속 연기할 수 있는거 같다. 약간 꼬리표 같은게 있지만 나쁜 것은 아니다. 임성한 작가 작품 한다고 했을 때 우려하는 사람도 많았다. 워낙 각인이 되는 작품이다보니, 다음 작품 선택이 쉽지 않을 거라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이후에 계속 좋은 작품 만났고 운이 좋은 편이었다. 꼬리표를 떼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한다.
-워낙 바빠서 연애할 시간도 없었겠다. 지금 만나는 사람은 없나?
현재 없다. 드라마 촬영 중에는 몰입해야해서 잘 못 만나는 성격이기도 하고, 스케줄상 상대에게도 못할 일이다. 밤샘 촬영에 휴일이면 자기 바쁘니 연애하기 참 힘든 직업이다. 하하. 나이도 있고 장남이다보니 결혼에 대해 가끔 생각은 하지만, 지금은 일 욕심이 더 많은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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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백야'에서는 예능국 PD였고, '아름다운 당신'에서는 라디오 PD, 영화 '설지'에서는 다큐 PD를 했다. 이제 드라마 PD만 하면 완성인데.(웃음) 'PD전문 배우'라는 얘기도 있고 '이렇게 된 거 다 채울까'라는 생각도 없진 않다. 진짜 욕심을 낸다기보다는, 그냥 '그렇게 될 수도 있겠다' 싶더라. 전문직이다보니까 좀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오늘 아침' 라디오에 일일DJ로 출연해 인기 검색어 1위를 했다. DJ에도 재능이 있는 것 같다.
깜짝 놀랐다. 아마 목소리 때문인가 싶기도 한게, 일일극 같은 경우에는 틀어놓고 계속 보는게 아니라 저녁도 차리고 집안일도 하면서 시청자들이 편하게 보다보니 목소리를 많이 기억을 하는 것 같다. 익숙한 목소리가 나오니까 찾아 본 것 아닐까. DJ도 하고는 싶은데 함부로 짊어질 수 없는 분야 같다. 매일 그 시간을 라디오에 할애해야 하는데, 영화나 드라마를 해야 할 때도 있기 때문에 힘들지 않을까. 사실 당시에 드라마에서 라디오 PD 역을 했는데도 부스 들어가니까 긴장 되더라. 그렇게 떨어본건 처음이다. 괜히 망치면 어쩌나 싶어 잠을 한 숨도 못자고 손에 땀이 나더라. 막상 온에어 되니까 진행 하긴 했는데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라디오 진행을 잘 했으니 토크쇼도 잘 하지 않을까? 예능 욕심은 없나?
욕심은 있다. 예전에 MBC '우리 결혼했어요' 시즌1을 재미있게 봐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근데 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겁나는 것도 사실이다. 근데 '런닝맨'이나 '정글의 법칙' 처럼 내가 열심히 하면 뭔가 보여줄 수 있는 예능은 출연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예능감이 있는지 없는지는 아직 해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막연하더라도 직접 부딪혀서 보여줄 수 있는 예능은 나가보고 싶다.
-쉬지 않고 작품을 해 왔는데 차기작도 바로 들어가나?
영화 시나리오를 보고 있는데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일단 여유가 조금 있으니까 쉬면서 머릿속을 좀 비워둘 계획이다. 만약 그 작품을 하게 된다면 지금껏 절대 한 적 없는 캐릭터를 보여드릴 수 있을거 같다.
ran613@sportschosun.com, 사진=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