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 안방극장, 여배우가 강해졌다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7-06-05 14:19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안방극장 여배우들이 강해졌다.

드라마 여주인공의 이미지는 크게 청순가련형 캐릭터와 외로워도 슬퍼도 망가져도 울지 않는 캔디형 캐릭터로 나눌 수 있었다. 이들이 외모 집안 능력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백마 탄 왕자님의 도움을 받아 팜므파탈형 악녀들의 계략을 이겨내고 일과 사랑에 모두 성공하는 내용이 한국 드라마를 관통하는 주된 이야기였다. 하지만 최근엔 수동적인 여주인공 캐릭터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소위 말하는 '벤츠남'을 기다리는 라푼젤이 아닌, 자신의 능력과 힘으로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센 캐릭터들이 늘어났다.


일단 여주인공의 직업부터 달라졌다. 취업 준비생, 혹은 말단 사원 정도에 그쳤던 여주인공들이 이제는 형사 검사 등 남자 배우 전문 분야로 직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최근 종영한 SBS 월화극 '귓속말'에서 이보영이 연기한 신영주는 서울 종로경찰서 형사과 계장으로 거대 악인 로펌 태백의 비리에 맞섰다. MBC 월화극 '파수꾼'의 이시영은 사격선수 출신 형사 조수지 역을 맡았다. 조수지는 형사직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가지만 딸이 죽고 파수꾼에 들어가 악의 세력을 응징하는 인물. 최근 방송에서는 목숨을 건 격투 끝에 최무성과 김성호가 조작한 슈퍼주인 살인사건의 진범을 검거하는 조수지의 모습이 그려져 큰 화제를 모았다.


이보영과 이시영 뿐 아니다. OCN 토일극 '듀얼'의 김정은은 욕망 검사 최조혜 역을 맡아 데뷔 후 첫 악녀 연기를 펼쳤고, MBC 주말극 '도둑놈 도둑님'의 서주현(소녀시대 서현)은 서울 중앙지검 특수부 수사관으로 속 시원한 유도 액션을 선보인다. KBS2 일일극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임수향은 복서출신 순경으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고, tvN 새 토일극 '비밀의 숲'의 배두나는 타협 제로 무대포지만 따뜻한 심성을 가진 용산경찰서 강력계 경위 한여진 역을 맡아 6년 만에 국내 안방극장에 복귀한다.



여주인공 캐릭터의 성격도 강해졌다. 기존에는 하고 싶은 말 가슴에 묻어둔 채 뒤돌아 눈물짓는 캐릭터가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속 시원하게 제 할말 다하는 '걸크러시' 캐릭터가 인기를 끌고 있다. JTBC 금토극 '맨투맨'의 김민정은 안하무인 여운광(박성웅)과 국정원 고스트 요원 김설우(박해진)를 모두 쥐락펴락하는 센 언니의 면모를 보여주고, KBS2 월화극 '쌈 마이웨이'의 김지원 또한 팍팍한 현실 속에서도 기죽지 않고 자신을 버린 남자에게도 일갈을 내뿜는 등 화끈한 성격으로 시청자 호평을 이끌어냈다. KBS2 주말극 '아버지가 이상해'의 이유리 또한 걸크러시 캐릭터의 계보를 잇는다. 당당하게 동거의 합리성에 대해 역설하고, 결혼 인턴제를 주장하는 등 파격 행보로 시청자의 응원을 받는 중이다. JTBC 새 금토극 '품위있는 그녀'의 김희선 또한 강남 재벌가 둘째 며느리로 남 부러울 것 없이 살다 뜻하지 않게 몰려오는 인생의 소용돌이를 통해 현실에 눈을 뜨는 우아진 역으로 돌아온다. 미모와 지혜를 겸비한 이번 캐릭터를 통해 김희선은 세련된 엄친딸의 모습부터 밑바닥으로 추락한 뒤에도 다시 일어나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배포까지 모두 보여줄 예정이다.



이처럼 안방극장 여배우들이 사회적인 파워를 갖추고 성격적으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센 캐릭터로 돌아오는 이유는 뭘까. 일단 시청자들의 의식이 많이 달라졌다.

한 외주제작사 PD는 "뻔한 로맨틱 코미디물보다 장르물을 선호하는 시청자가 늘어났다. 그런데 눈물 속에 사는 여주인공 캐릭터는 최근 시청자 기호에 맞지 않는다. 만약 지금 그런 캐릭터가 나온다면 조선시대 이야기라는 얘기를 듣기 딱 좋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고 사회적, 정치적으로 남녀 차별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현시대를 반영할 수 있는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여주인공이라야 시청자의 공감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배우들도 전형적인 여주인공에 매너리즘을 느낀다. 최근 진행된 '듀얼' 제작발표회에서 김정은은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법정에서 사랑하고 병원에서 사랑하는 '기승전 멜로' 드라마에 익숙해져 있었다. 한가지만 하는데 대한 매너리즘을 느꼈다. 그런데 '듀얼'은 숨쉴 틈 없이 빠른 전개의 수사물이라 좋았다. 현장에서 사랑하지 않는다는 게 매력적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른 배우들의 사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남자 배우의 경우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의 폭이 비교적 넓은 편이지만 여배우는 연기력 유무에 관계없이 역할이 제한적이다. 또 기혼 여배우들에 대한 인식이 예전과는 달라졌다 하더라도 극히 일부가 아니면 결혼 전이나 20대 때처럼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물을 소화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는 우리 배우 뿐 아니라 수많은 배우들이 갖고 있는 고민이다. 물론 로맨틱 코미디물 보다는 좀더 준비가 많이 필요할지 몰라도 배우의 색을 보여줄 수 있고 캐릭터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역할에 더 큰 매력을 느끼는 듯하다"고 전했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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